[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과유불급’ 부메랑으로 돌아온 중국의 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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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으로 포장한 고도성장 한계점 도달
대내외 악재 겹쳐 국면 전환 시험대 올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29 06:31:40

10여 년 전 중국은 기고만장했다. 마음만 먹으면 안 되는 것이 없을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경제 규모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이제 미국을 따라잡을 날도 멀지 않았다는 자신감으로 넘쳐났다. 크고 작은 경제 위기로 다른 나라들은 휘청하는데도 중국은 끄떡없었다. 실패와 좌절을 모르는 오뚝이이자 불패신화를 이어가는 불사조나 다름이 없었다.

‘전 중국이 건설 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동에서 시작한 개발 시리즈가 남과 북, 그리고 서로 끊임없이 이어졌다. 어디를 가도 파헤쳐 놓지 않은 곳이 없고,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건물이 생겨날 정도로 흥청거렸다. 범위와 속도에 감탄과 경이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불가사의한 일이 현실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국가 주도 계획경제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를 바라보는 외국인에게 중국은 경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기업이나 개인, 중국의 현상을 신나게 전달하는 지식인이나 전문가들에게 이만큼의 호재는 없었다. 그러나 중국 이외의 다양한 지역에서의 주재 경험을 가진 필자의 눈에는 뭔가 어색하고 불안하면서 언젠가는 걷잡을 수 없는 위험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당시 간혹 이런 심경을 주변에 토로하면 중국의 잠재력이나 저력에 대해 과소평가하거나 무지하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중국인은 물론이고, 중국을 통해 얻는 것이 많은 외국인에게 중국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철저했다. 마치 종교적 혹은 이념적인 탐닉과 유사했다. 소수 비판론자가 비집고 들어갈 빈틈이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4억 중국의 위력은 여전히 대단하다. 어지간한 대내 혹은 대외의 잡음이나 역풍 따위에는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과 구심력이 충분히 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아무리 견고해도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급습하면 뿌리가 흔들리고 중심을 잃기 마련이다. 지금 중국 상황이 딱 그렇다. 안팎에서 불어오는 강풍이 거세다.

고도성장 견인을 위해 강하게 밀어붙인 부동산 건설 후유증이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가장 경계했던 시한폭탄이 불거져 나왔다. 국가 경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버블 붕괴가 몰고 올 연쇄적 충격이 너무 크다. 결국 숨은 뇌관인 지방 정부 부채, 그림자 금융에다 소비 부진, 위안화 가치 하락 등으로 이어졌다. 부동산으로 연명하던 중국 경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무소불위는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이는 세 갈래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중국인의 이민 진출이 많은 국가가 대상이다. 호주나 캐나다가 대표적 국가다. 둘째는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국가, 중국은 이를 두고 약한 고리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마지막으로는 미국의 패권 노선에 반발하고 있는 제3 세계 국가들이다.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비롯해 중동 혹은 아시아권에도 이런 국가들이 더러 있다. 중국이 잘 나갈수록, 경제적 위력이 클수록 이들은 중국의 그늘 혹은 조종하에 놓이게 된다. 호주 찰스스터트 대학 교수인 클라이브 해밀턴이 그의 저서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에서 중국 공산당이 호주 대학·정치·경제계를 장악하면서 중국이 통제 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무슨 짓을 하였는지 적나라하게 밝혔다.

한국에서도 호주에게 행해졌던 유사한 일들이 지난 30년 동안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 심화는 우리가 자초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발목이 잡히면서 백기를 든 사례가 허다하다. 동포라고 하지만 엄연하게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들의 한국 내 거주가 늘어나면서 일부 로컬 상권을 거머쥐고, 심지어 10만여 명은 지방선거 참정권까지 부여받고 있다.

부지불식간에 중국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한국 사회의 근간을 흔들었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동안 계속된 한·중 간의 밀월이 이를 부채질했다. 북한에까지 관대한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좌편향이 확대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상대적인 미국이나 일본 편에 서는 것이 부담될 정도로 이들이 주류로 행세하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지나치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 중국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국내 경제 상황의 악화나 대외적인 입지 축소는 욕심이 자초한 엄중한 결과다. 과욕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차이나 속도’라는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경제적 무리수가 마침내 한계에 부딪혔다. 경제에는 절대 요행수가 없고 반드시 치러야 하는 대가만 있을 뿐이다.

대외 관계도 경제력이나 공급망에서의 우월적 지위가 유지될 때 영향력이 발휘된다. 반면 중국의 위상이 약화하거나 중국발 위험이 각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면 하루아침에 등을 돌린다. 24일 폐막한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서 가까스로 11개 회원국으로 늘리는 ‘BRICs+’을 실현했으나, G7 대항마로는 역부족이고 내부 잡음이 그치지 않는다. 중국을 대하는 신흥국들의 겉과 속이 다르고 신발 바꿔 신기가 다반사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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