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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래포럼 가짜뉴스 선정위원장 맡은 윤길용 前MBC PD수첩 PD
윤길용 前PD “가짜뉴스는 사회의 큰 해악… 내년 총선이 걱정”
공영방송은 정파·이념 치우치면 망해… 시청자만 바라봐야
종교 비리 폭로로 유명… “이종기 리스트 파헤칠 때 제일 보람”
새 미래포럼 가짜뉴스 선정위원장 활동… 31일 시상식 개최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29 00:07:48
▲ 윤길용 PD는 현역 시절 끝없는 시청률 압박감과 잘해야겠다는 스트레스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한상 기자
 
“재미가 없으면 방송이 아니죠. 그런데 재밌게 만들기가 무척 어려워요.”
 
MBC 간판프로그램 ‘PD수첩’의 주축 멤버였던 윤길용(65) 전 시사교양 PD는 자신의 PD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본 민영방송인 후지테레비의 사훈이 ‘재밌지 않으면 TV가 아니다’예요. 시청률은 피디에게 엄청난 부담감이죠. 그래서 최고로 스트레스받는 직종에 외환 딜러·증권사 애널리스트·방송사 PD가 들어가요. 그만큼 부침이 심하다는 의미겠죠.”
 
윤PD는 90년대 한국 사회의 종교 비리를 파헤쳐 온 방송인으로 각인돼 있다. 그는 1990년 5월 PD수첩에 막내 PD로 합류하면서 굵직굵직한 소재의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방송은 한번 나가고 나면 공중으로 흩어져 끝나 버리죠. 참 허무해요. 어떤 경우는 PD의 자기만족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전 광야에서 외치는 메아리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PD수첩에서 역대 시청률이 높았던 상위 다섯 편 중 세 편이 그의 작품이었다고 하니 그의 활약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1984년 MBC 시사교양 PD로 입사해 90년도 PD수첩 창설 멤버로 들어갔죠. 초창기 멤버는 PD 여섯 명과 AD 두 명이었는데, PD 중에 제일 막내였어요. 시사 프로그램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신나게 일을 했죠. PD수첩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 회복을 위한’ ‘차별과 편견이 없는 그런 세상을 위한’ ‘우리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모토가 있었죠.”
 
▲ 그는 열정 없이 이루어진 위대한 건 없다는 말을 믿는다며 우리 사회에 사명감이나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PD는 이 프로그램을 맡는 동안 60여 건을 제작했다. 이 가운데 △소쩍새마을의 진실-일력 스님(95년) △대순진리회를 아십니까(96년 3월) △길 잃은 목자-금란교회 김홍도 목사(97년 4월) △석용산 스님은 저승 갈 때 무얼 갖고 가지(97년 10월) △세계정교 총령본존 어디 계십니까(98년 11월) △만민중앙교회 이단 파문, 이재록 목사-목자님 우리 목자님(99년 5월) 등 종교인의 비리를 다룬 작품에서 그의 이름은 언제나 빠지지 않았다.
 
“종교는 잘못된 길로 들어설 경우 사회적으로 폐해가 너무나 커요. 보통 사건이라면 그 폐해가 개인 또는 일정한 부분에 그치게 마련인데 종교는 개인 문제로 끝나지 않죠. 가족은 물론 이웃에도 피해를 줘요.” 그가 취재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종교 문제에 방송 카메라를 들이댄 이유다.
 
법조비리를 다룬 △이종기 사건-철저 해부 이종기 리스트(98년 2월)도 시대를 앞서간 그의 역작이다. ‘이종기 리스트’는 이종기 변호사 수임 비리를 고발하고 썩을 대로 썩은 법조계의 쇄신을 호소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때가 제일 살아 있는 것 같았고 PD로서 제일 보람된 시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취재 당시에는 ‘저 사람이 안 죽으면 내가 죽는다’는 각오로 했죠. 정말 정신없이 뛰어다녔어요.”
 
가짜뉴스와의 전쟁
 
그런 그가 요즘 새미래포럼 가짜뉴스 선정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새미래포럼은 전직 언론인과 사회 각계각층의 오피니언 리더들로 구성된 방송개혁 활동을 위한 모임이다. 그는 가짜뉴스 역시 우리 사회에 사이비 종교 문제처럼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치 진영 간 갈등이 죽기 살기로 되다 보니까 참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내년 총선에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이죠.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는데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이 진영논리에 따라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저널리즘 원칙에 어긋나는 많은 일을 자행하고 있죠.”
 
그는 가짜뉴스가 계층‧세대‧이념 등 국민 갈등의 요인을 부추기고 사회 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갖고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시키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3 가짜뉴스 시상식과 기념토론회를 31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합니다. 2022년 1월1일부터 2023년 6월30일까지 생산·유통된 뉴스 중 선정된 10대 가짜뉴스를 발표하죠.”
 
그는 가짜뉴스 선정위원회가 수차례의 토론을 통해 30개 내외로 대상을 엄선하고 온라인 투표로 1~30위까지 순위를 정했으며 전문가 심사를 통해 10대 가짜뉴스를 확정했다고 말했다. 외부 압력이나 청탁은 일절 없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공영방송이 특정 정파와 이념에 치우친 보도와 콘텐츠 생산을 멈추고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만 바라보는 중립적 공영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PD는 19세기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중에 “The best is yet to be”라는 말이 있다며 최상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기에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957년 경북 의성에서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중 1때 아버지가 건강이 악화돼 쉰셋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학창시절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다. 군 장교였던 큰 형이 가족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베트남 파병 지원을 결정하면서 할머니까지 포함해 여덟 식구가 서울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군 장교였던 큰 형이 당시 스물여섯이었는데 여기서는 희망이 없다 생각해서 동생들을 위해 죽음의 땅 베트남으로 갔죠. 그래서 서울 제기동으로 다 이사를 왔어요. 학창시절 일단 무슨 딴 생각을 못 했죠. 빨리 사회에 나가서 독립적으로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대광고를 졸업한 뒤 집에서 가까운 고려대 영문학과에 진학한다. “대학 1학년 때 바로 군대에 갔어요. 제대를 한 뒤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취직 공부를 주로 했죠.”
 
84년에 대학을 졸업한 그는 월급이 많았던 금융회사를 목표로 취업을 준비했다고 한다. 영어에 일가견이 있었던 그는 결국 외환은행에 합격해 연수를 받는다. 그러다 MBC PD 공채 모집 공고를 본 뒤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을 쳤는데 덜컥 합격하는 행운을 거머쥔다.
 
“당시 TV PD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영문학도이다 보니 서비스직인 은행원보다는 사회 정의 실현에 앞장서는 PD 업무가 더 끌렸죠.”
 
윤PD는 현장에서 취재하던 PD 시절이 인생의 황금기였지만 시사 고발 프로그램 특성상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끝없는 소송에 휘말리게 되고 신변 위협까지 느끼게 되니까 처음엔 격려해 주던 아내도 ‘당신의 공명심 때문에 가족을 사지로 몰아넣느냐’고 하더군요. 전파의 위력 때문인지 당시엔 거리로 나가면 목소리만 듣고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기도 했죠.”
 
그는 PD수첩을 진행하는 동안 사람들과 마구 어울리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 없어 늘 긴장하며 행동을 조심해야 했던 게 괴롭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함께 늘 조심해야 했던 아내와 아들한테도 미안한 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성격이 좀 예민하고 까칠한 편이에요. 그런데 PD수첩을 할 때 그런 모습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PD로 비쳐져서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실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는 걸 알게 됐죠(웃음).”
 
윤 피디는 1990년 12월 방송인 출신 구지숙 씨와 결혼해 슬하에 1남을 뒀다.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
 
그는 2011년 시사교양국장을 거쳐 2012년 편성국장, 2013년 울산MBC 사장, 2018년 케이블 방송인 MBC넷 사장을 끝으로 MBC를 떠났다. 지금까지도 상흔이 남아 있는 2012년·2017년의 MBC 파업을 겪으면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언론부역자’ ‘언론적폐’라는 낙인을 찍어 탄압을 하고 사표 낼 것을 압력했지만 잘못한 것이 없기에 버텼지요. 결국은 해임이 되었습니다. 2017년 10월에 서울지검에서 횡령 배임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연락이 왔죠. 결국은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로 됐지만 여러 차례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모멸감을 느껴요. 부당 해임으로 2018년 8월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것 역시 3년 만인 2021년 7월 말에 승소했어요.”
 
2017년 5월9일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끝장내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어요. 윤석열정부도 마구잡이로 사정 권력을 휘둘러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확실한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그렇게 해야 하는 거죠.”
 
진영 논리에 빠져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가짜뉴스로 세상을 왜곡하는 미디어의 현 실태에 대해서도 그는 쓴소리를 가했다.
 
“미국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라는 게 있어요. 주의 의무나 확인 의무를 소홀히 했거나 현실적 악의를 가지고 보도하는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거죠. 이때 회사 경영에 큰 타격이 가도록 손해배상금액을 책정해요. 언론에 자유를 주는 대신 그만큼 보도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지라는 의미예요. 우리도 이젠 언론에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돼요.”
 
◆윤길용 PD 프로필 △1957년 경북 의성 출생 △1977년 대광고 졸업 △1984년 고려대 영문과 졸업 △1984년 MBC PD 입사 △1990년 PD수첩 창설 멤버 △2001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VIPP(국제전문인과정) 수료 △2005년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저널리즘전공 석사 △2011년 MBC 편성제작본부 시사교양국 국장 △2012년 MBC 편성제작본부 편성국장 △2013년 울산MBC 사장 △2017년 MBC넷 사장 △새미래포럼 가짜뉴스 선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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