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농어촌 살리기 공직자 선물 비용 한도 상향밖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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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론과 반대로 역주행… 김영란法 누더기 될 판
무늬만 선진국… 부패지수, 국가 현안 해결될 수 없어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04 17:30:03

또 추석 명절이 가까워졌나 보다. 지난 3년 어두웠던 코로나19의 터널을 뚫고 나와 올해는 풍성한 한가위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이번에도 그리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매일 일상적으로 목격하고 있는 현상들, 정치는 그들만의 비생산적인 리그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경제마저 점점 얼어붙을 조짐이다.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의 바람은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부진’이 겹쳐 언제 좋아질지 기약조차 없는 상태다. 젖줄인 수출이 회복돼야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텐데 난감한 상황이다. 중국에 발목잡힌 한국 경제의 모습이 더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민심은 흉흉해지기 마련이다.

경제를 살리려고 정부도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해외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보니 우리만 기를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해외 사정이 맞물려 좋아져야 한다.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니 궁여지책으로 늘 쓰던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 수 없는 모양새다. 물가 안정에 더해 소비 진작을 위한 온누리 상품권 구매 한도를 30만 원까지 늘리고, 숙박 쿠폰 60만 장도 푼다고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와 맞물려 고통을 받는 수산업자들에 대한 대책까지 포함해 종합선물 세트가 나왔다. 심지어 10월2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6일 연휴로 특수에 대한 기대감도 부쩍 달아오른다. 일각에서는 해외여행 수요만 부추겨 국내보다 해외 소비만 늘리고 생산 현장의 기업엔 주름살을 더 깊게 할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슬쩍 묻어 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다. 추석을 앞두고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직자의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을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늘리고, 추석과 설날에는 이의 두 배인 30만 원(종래 20만 원)까지 허용했다. 농·축·수산물로 교환할 수 있는 온라인 상품권(기프티콘)과 영화·연극·스포츠 등 문화관람권도 선물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궁지에 몰린 관련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한다. 바뀐 국민권익위원 수장의 첫 조치가 선물가격 상향 조정이다. 공직자에 대한 청탁금지법이 청렴도 개선에 도움을 주면서도 동시에 민생 활력을 저해한다는 일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켜보는 상당수 국민의 기분을 씁쓰레하게 한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7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시작 초기부터 환영과 우려의 시각이 팽팽했지만 대다수 국민이나 기업은 이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직접적 관련이 있는 이해당사자들은 끊임없이 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틈만 나면 이를 수정하려고 발버둥을 쳤다. 특히 법을 제정한 국회는 명절에 온기(溫氣)가 돌지 않는다는 등 갖은 구실과 명분을 동원해 땜질을 거듭했다. 그때마다 농민이나 화훼업자들을 들먹였다. 하지만 작년 11월 실시한 청탁금지법에 대한 국민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이 91.2%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 여론과 반대되는 짓을 정부와 정치권이 계속 반복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무늬만 선진국인 나라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꼴불견이다.

모든 것을 선거 시 표와 지지율로 연결지으려는 정치판과 정부가 큰 고민하지 않고 남발하는 역주행 시책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농·축·수산 종사자를 살리기 위한 그들의 고민이나 아이디어의 한계다. 선진국에서는 아무리 막강한 정치권력이라고 하더라도 국민 절대다수의 의사에 반하는 것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일 수 없다.

이웃 일본의 사례를 보자. 그들의 달력을 보면 국가 공휴일 이외에 휴일은 아니지만 연중 각종 이벤트 날이 가득 차 있음을 보게 된다. 일본인의 얄팍한 상술의 결과물이라고 비아냥거린 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일본을 모방한 이런 다양한 이벤트들이 생겨나고 있다. 화이트데이가 그렇다. 일본 것이라면 무조건 비방만 할 것이 아니라 가져다 쓸 것은 가져다 써야 한다.

부정부패와 이권 카르텔에 대한 정부 칼날이 매서워질 태세다. 허나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위가 찬물을 끼얹는다. 스스로에 대해 추상같이 엄격한 공직자를 찾아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청문회 대상 임명직의 면면을 보면 흠집이 없는 인사가 없다. 선출직까지 까발리면 기절초풍할 비리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올해 1월 말 발표한 세계 180개국 부패지수에서 한국은 31위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싱가포르는 4위, 홍콩 9위, 일본 12위, 부탄과 대만이 17위로 우리보다 높았다. 한국이 받은 부패지수(CPI) 63점은 1위 덴마크 90점과 최하위 벨라루스 39점 사이의 중간치 수준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 이런 것이 나아지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 등 국가 현안이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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