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1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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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14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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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서울이 활기를 띤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잼버리 대회 때도 서울 도심에 외국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번에는 미술 관련 이벤트로 호텔 만실에 고급 식당은 예약이 동난 상태다. 8만 명의 외국인 아트 컬렉터들이 방한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Seoul)’가 동시에 개최되어 눈길을 끈다. 낙수효과만 수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일각에서는 K아트의 높은 글로벌 지명도 덕분이라고 치켜세운다. 1조 원 시장 규모를 돌파하고 있는 국내 미술품 시장도 이에 한몫한다. 9~10월에 이런 유사한 행사들이 서울뿐만 아니고 지방에서도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움츠린 상인들에게 단비가 되길 기대해 본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벗어나 올해부터 국경 다시 열리고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국제적 이벤트를 서로 개최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웃 일본은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민관이 총력전을 펼치면서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또 다른 국가들은 전시회 혹은 국제회의 등과 같은 ‘MICE(국제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에 한층 열을 올린다. 이로 인한 경제적 유발효과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나가는 경제와 들어오는 경제가 실시간으로 우리 목전에서 펼쳐진다. 국가마다 나가는 것보다 들어오는 것을 많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기울인다. MICE 산업이 작년 한국 경제에 3조4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 1조 5000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3만 명 이상의 취업유발 효과를 미쳤다고 하니 새삼 이의 중요성에 대해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한술 더 떠 미·중 충돌과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질서 재편을 기회로 지역 허브가 되려는 움직임까지 가시적이다. 더 큰 이익을 챙기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국가다. 한때 중국의 기세에 눌려 한풀 꺾였던 불씨를 다시 지핀다. 중국의 본토 중시 정책 전환에 따라 휘청거리는 홍콩의 아시아 금융 허브 기능을 옮겨오려고 한다. 탈(脫)중국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지역 본부 유치를 위해서도 백방으로 뛴다. 본능적이면서 반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중계무역에 더해 공항·면세점과 더불어 항공기 정비(MRO :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국이 가진 여러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에 매우 익숙하다.
지난 60여 년의 우리의 산업화 과정을 보면 물건을 만들어 내수를 포함하여 외국에 내다 파는 것에 진력해 왔다. 당연하게 이는 여전히 중요하고 한국 경제의 미래 젖줄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제조업 이외 우리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는 소홀했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서툴고 투박하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문화콘텐츠 영역이 한국의 또 다른 잠재력으로 계속 커오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이를 더 큰 경제적 효과로 만들어내는 노하우와 실행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이런 것들이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국의 사례를 잘 연구하고 우리 여건에 맞게 잘 손질하여 최적의 수단을 개발해야 함에도 리더십의 부재와 일관성 혹은 지속가능성에서 낙제점을 벗어나기 어렵다.
흔히들 싱가포르나 중동의 두바이를 두고 허브가 될 수 있는 지리적 혹은 기능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나 서울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일시적 충동이 있었으나 시들해지기도 했다. 한·미·일이 세계 GDP의 32%를 차지하지만 한·일·중은 20%이고, 여기에 아세안(ASEAN)10개국을 합치면 무려 30%나 된다. 지리적 여건이나 국력의 격차, 그리고 문화적 정서까지 고려하면 한국이 동(東)아시아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허브가 될 수 있는 여러 장점과 매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걸맞은 청사진을 개발하고 실행력 측면에서 전문성을 높이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실제로 상당수 세계적 기업들이 한국에 둥지를 틀고 있기도 하다. 서울은 그 중심에 있다. 지난 3년간 글로벌 패션 기업 30개가 한국에 직접 진출했다. 한국에서 뜨면 세계에서 뜨고, 특히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아시아 소비자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있다. 의류나 화장품에서 K패션·뷰티가 탄탄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는 것도 이들이 꼽고 있는 유리한 점이다. IT를 비롯한 MZ세대 관련 제품의 한국 론칭도 곳곳에서 자주 목격된다. 바야흐로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의 성공을 가늠하는 테스트 베드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가까스로 서울시 브랜드가 ‘Seoul, My Soul’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세계인의 마음을 담는 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 필요·충분 조건을 세심하게 검토하고 액션 플랜을 만들면 불가능하지 않다, 서울 아닌 지방에서도 이런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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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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