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미·중 무역전쟁 EU 확산 우리에게 약(藥)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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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주력 시장에서 수출길 막히는 중국
한국 모처럼 생긴 호재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19 06:31:30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전략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팍스 아메리카나’의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다. 미국의 약점인 제조업 분야에서 차이를 벌리면서 나아가 미래 기술에서 우월적 지위 확보까지도 목표로 한다.

한편으론 미국의 영향력이 덜 미치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에 부정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집중적인 애정 공세를 펼친다. 돈으로 환심을 사기도 하고, 이들 국가의 상품이나 원부자재에 자국 시장을 열어 주면서 이들의 구미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사사건건 미국과 부딪히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절반의 성공은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성공 방정식에 제동이 걸리면서 절반의 실패가 더 커질 공산이 있다는 점이다. 향후 성공과 실패의 부등호 향방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때 중국의 텃밭으로 간주되던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된 건 수년 전이다. 중국의 환심 공세를 쌍수 들고 반겼지만 결과적으로 자국에 이익이 되기보다 중국의 잇속을 채우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며 미국 쪽으로 대거 돌아서고 있는 분위기다. 중남미 국가들은 더 카멜레온적인 양상을 띤다. 과거부터 이들은 같은 대륙에 속한 미국의 간섭과 영향력에 대해 원천적으로 대립각을 세워 왔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좌·우파 정권이 교대로 집권하면서 기운의 반전이 감지되고 있다. 한편으론 브라질이나 멕시코의 경제력이 확대되면서 이들에 대한 글로벌 커뮤니티의 대접이 달라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중국의 입김이 약화되고 있는 판세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유럽이다. 이 지역은 크게 서유럽과 중동부 유럽으로 나뉜다. 전통적으로 서쪽은 미국에 동조적인 편이지만 구(舊) 소련(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 사회주의적 색채가 남아 있는 동쪽은 미국과 중국에 대해 비교적 균등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동서를 막론하고 중국의 파상 공세에 대부분 나가떨어졌다. 상당수 서유럽 기업이 중국 자금에 인수당하고, 동유럽 국가들은 중국과 협력 파이프라인을 깔면서 일대일로를 미끼로 접근하는 중국의 현지 인프라 투자에 길을 터 주었다. 한동안은 그렇게 잘 굴러갔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변수가 연달아 터지면서 제동이 걸리고 있는 상태다. 중국으로 인한 이익보다 피해가 커지면서 등을 돌리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다.

정치와 별개로 유럽의 경제를 보면 독일이 기관차다. 독일 경제가 잘 돌아가야 유럽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중도 우파를 제치고 중도 좌파인 올라프 슐츠 정권이 들어서면서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경제 우등생인 독일이 유럽의 성장 엔진에서 ‘유럽의 병자’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리까지 들려온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고령화, 수출 부진에 따른 제조업의 악전고투 등이 진행 중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중국에 대한 높은 무역 의존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독일 경제의 견인차인 자동차 산업의 고전이 장기화됨에 따라 무역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되고 있기도 하다. 수출로 버티는 독일 경제의 고전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중국 상품의 유럽 시장 공략이 거세다.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이 막히자 과녁을 유럽 시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9월 초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 2023’이 중국 기업의 독무대가 되었을 정도다. 가전뿐만 아니다. 자동차의 경우 유럽 시장을 정조준하면서 전기차(EV)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독일의 신경을 날카롭게 함과 동시에 한국의 텃밭을 서서히 잠식해 나가는 중이다. 마침내 EU 집행위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칼을 들이댔다. 중국 전기차 기업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조치에 나선 것이다. EU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이 2022년 8%에서 2025년에는 1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EU 측은 중국이 정부 보조금을 통해 경쟁 상대인 EU 기업들보다 20%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EU는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27.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EU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인 25%의 정도의 징벌적 관세를 매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중국은 전기차를 앞세워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고, 2030년에는 30% 이상의 세계 시장 점유율까지 전망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중·EU로 옮겨붙을 전망이다. 보호무역에 대한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주력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인 중국 업체의 퇴출은 우리 기업에 기회다. 실제로 무역 현장에서는 미국이나 EU·일본 등 주력 시장에 대한 공격적 마케팅을 준비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가 모처럼 생겨나고 있는 호재를 흘려 버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도록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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