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GF리테일 CU가맹점 고리대금 갑질... “수익 송금 하루라도 늦으면 연 20% 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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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증여세 연부연납 연 1.2% 이자 부담
가맹점주, 매출액 송금 지연이자 20% ‘고금리’수취
전문가 “편법 증여하면서 주가 짓누르기 의혹 제기”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20 16:29:19

CU편의점의 지주회사인 BGF리테일 오너 일가가 증여세 연부연납에는 1.2%의 이자를 부담하면서 CU편의점 가맹점주가 물품대금을 연체하면 20%의 고금리 지연이자를 부과해 고리대금 장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연부연납은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위한 납부세액이 너무 커서 일시불로 납입하기 어려울 경우 담보물을 제공하고 일정기간 분납하는 제도를 말한다. 증여세 연부연납의 경우 기간이 5년 이내로 제한되며 부담하는 1.2%의 이자는 일종의 지연이자인 셈이 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석조 회장의 두 아들인 홍정국·홍정혁 사장은 지난 해 12월 홍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의 증여세를 2028년까지 연부연납하기 위해 증여받은 주식의 일부를 국세청에 담보로 공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회장은 2013년 입사한 장남 홍정국 사장을 4년 연속 승진시킨데 이어 2019년 5월에는 홍 회장과 모친인 양경희 씨가 각각 보유한 BGF 지분 9%(857만9439주)와 0.51%(48만3578주)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넘겼다. 당시 주식 취득 자금은 690억 원이었다.

지난해11월 말에는 BGF의 주식 2005만 190주(20.95%)를 두 아들인 홍정국·홍정혁 사장에게 각각 시간외 거래로 매각했고 이 또한 블록딜매매였다. 처분 단가는 1주당 3690원으로 거래 총액은 740억 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BGF의 경영권 승계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홍 회장은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두 형제에게 각각 370억 원을 현금으로 증여하고 두 형제는 그 돈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이 현금을 증여한 이유는 경영권 있는 주식을 증여하는 경우 발생하는 30%의 증여세 할증을 피하기 위한 방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 증권사 관계자에 따르면 “BGF 주가는 사업성장성과 무관하게 몇 년 동안 주가가 부진했다”면서 “특히 증여가 이뤄진 작년 11월 말 기준 BGF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3배에 그쳤는데 별다른 요인 없이 증여를 앞두고 주가가 급락해 PBR이 추가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PBR은 주당순자산을 발행주식으로 나눈 값으로 1배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 주가가 청산가치보다도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0.2배라면 청산가치의 5분의 1 수준이라는 의미다.

이어 “현금 증여 후 블록딜(장이 마감된 후 이뤄지는 대량 매매) 방식으로 주식을 매입해 지분을 늘리면서 자산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주식거래가 이뤄지도록 방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인위적인 주가 짓누르기가 사실이라면 홍회장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손실을 입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8년 3월에 BGF리테일이 인적분할 및 유상증자를 함에 따라 홍석조 회장과 오너일가는 지분율이 높아져 지배력이 공고해졌지만 주가 하락이 지속돼 투자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일각에서는 지주사 체제로 변경하는 단계에서 공매도 세력과 결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또 이 과정에서 BGF리테일은 공매도 거래량 상위 종목에 종종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홍 회장 일가의 증여세 연부연납은 또 다른 재테크에 해당하기도 한다. 현재 시중은행의 정기예금금리인 4%로 계산해도 연부연납 1.2%를 제외한 2.8%의 이자수익이 발생한다. 오너일가가 현금 증여세 370억 원을 은행 정기예금으로 예치 후 연부연납 방식으로 증여세를 납부해도 수 억원의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BGF그룹은 오너 2세의 형제경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홍정국 BGF리테일 사장(왼쪽)과 차남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사장. 사진제공 BGF

홍 회장 일가는 납부해야 할 증여세를 사실상 연체하며 1.2%의 이자만을 부담하면서 자신들에게 부를 일궈주고 있는 CU편의점 가맹점주에게는 연 20%의 가혹한 이자를 부과해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CU 가맹점주는 매일 발생하는 매출액을 매출 발생 익일 본사로 송금해야 한다. 가맹점주는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발생한 매출수익(영업이익)을 다음달 10일 본사로부터 월급 형태로 지급받고 있어 무늬만 자영업자일뿐 사실상 월급쟁이 근로자나 다름 없다.

일일 송금에 대해 가맹점주 A씨는 “매일 2시까지 매출을 본사에 송금해야 하는데 바쁜 일이 있어서 송금을 하루라도 못하게 되면 연 20%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면서 “본사에 위와 같은 부분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해 봤지만 본사는 꿈쩍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BGF 관계자는 “지연이자(송금지연 가산금)는 하루 송금액 100만 원을 30일 동안 미송금한 경우 하루 이자가 548원에 불과하다”면서 “점주들이 은행 시간 내에 송금이 안돼서 부과되는 지연이자에 대해서는 ‘은행 시간 외 입금’ 명목으로 예외 조항을 두어 면제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U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CU가맹점이 전국에 1만6615개에 달하는 점에 비춰보면 본사가 지연이자로 얻는 수익금만도 연간 수십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면제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가뭄에 콩나듯하고 지연이자 몇 백원을 면제받기 위해 실랑이 할 시간에 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