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의 시사저격] 국회 개혁 위해 '진짜 국민항쟁'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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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특권에 둘러싸인 국민대표제 탈선 막을 길 없어
한국 민주주의가 그 제도로 뽑힌 금배지에 의해 침몰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20 06:31:30

이른바 ‘이재명스트레스’로 수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 그가 중앙정치무대에 출현한 이후 한국정치는 그의 볼모가 된 것 같다. 쾌속질주해도 모자랄 판에 차가 꼼짝 못하고 있으니 국민의 가슴에는 열불이 난다.

최근에는 보다 못한 대학교수들이 모 신문 한면 전체에 호소문을 냈다. 요지는 ‘불과 70년 전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가 이제 선진국 반열에까지 올라섰는데 정치의 잘못으로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 정부나 대통령이 잘못하면 탄핵이라도 하지만 국회의원은 누가 감사하고 탄핵할 수 있느냐’는 호소다. 백번 맞는 말이다.

국회의원은 한번 뽑아놓으면 4년간 쫓아낼 도리가 없다. 법에 걸려도 불체포특권으로 구속을 막고 재판은 시간만 끌면 임기도 다 채울 수 있다. 유죄판결이 나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면 불원간 사면 복권되어 할 짓 다한다. 이들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뻐기고 누릴 것은 다 하지만 할 일은 하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특권과 이권의 꿀단지에 푹 빠져서 호의호식하다가 큰 정당의 공천장만 받으면 금배지가 성큼 다가온다. 이러니 공천장 하나에 목을 건다.

그것은 이번 이재명 대표의 단식 현장에서도 사극 드라마처럼 펼쳐졌다. 민주당 사람들인들 그 단식의 부당함을 왜 모르겠는가. 당외에서 발생한 대장동사건·대북불법송금사건 등으로 구속위기에 몰리자 국회 앞에 천막치고 드러눕기로 했다는 걸 다 알면서도 그 앞에 가서 눈도장 찍으며 굽신거린 이면에는 공천이라는 간절함이 있었음을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재명 스타일로 봐서 만약 이럴 때 눈 밖에 나면 공천은 국물도 없을 거라는 공포감이 그들을 압도했을 것이다. 여기다가 이재명의 호위무사격인 최고위원 정청래가 “이대표의 직인이 찍힌 공천장을 들고···” 운운하자 졸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검찰이 적용한 갖가지 죄명으로 보아 이재명 개인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울 일이지만, 지난 총선에서 우리 국민이 180석(전체의 60%)이나 준 민주당은 사실관계로 볼 때 그들과는 무관한 일을 갖고 할 수 없이 대리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이렇게 많은 의석을 민주당에 줄 때는 이재명 같은 정치인을 당수로 모시고 일년 열두달 수사와 재판을 막기 위해, 나아가서는 국가의 사법체계를 파괴하고 오늘날의 번영을 이룩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바지저고리로 만드는 일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알면서 죽는 해수병(기침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바로 그 제도의 덕에 금배지를 찬 사람들에 의해 침몰하고 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정말 참담하다. 화가 난 국민은 아예 국회를 없애버리자고 아우성이다. 힘겹게 낸 세금만 축내고 국가장래를 가로막기만 하는 국회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개탄한다. 그러나 이런 말은 그들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앞서 대학 교수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감사도 안 되고 탄핵도 안 되고 또한 불신임제나 소환제도 없기 때문이다. 입법권을 가진 자가 그들인데 자기 손해날 법을 만들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항상 선사후공(先私後公)이니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길은 오직 국민항쟁이다. 이것은 국민이 뽑은 대표자들이 국민을 외면할 때, 그래서 국민이 바라는 생명·자유·행복 같은 기본가치를 실현하지 못할 때 국민이 들고 일어나 그런 자들을 추방할 수 있는 국민저항권을 말한다. 이것은 미국 독립전쟁 이후 정당화되어왔다. 이번에 이재명이 사용한 국민항쟁이란 말은 완전 오답(誤答)이다. 자기 빚을 자기 돈으로 갚아야지 권력을 쥐었다고 해서 남더러 갚으라고 하면 되나.

이런 사리가 통하지 않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역설이다. 즉 국민을 위해 기능해야 할 제도가 권력자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이 조선왕조 500년 이후에 다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역사는 질기다. 그런 역설이 21세기 문명 시대에도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런 권력을 유지하는 기술만이 그때와 다를 뿐이다. 그때는 절대권력을 이용해서 이른바 사또재판(‘네 죄를 네가 알렸다. 매우 쳐라’)이 있었다면 지금은 자유와 민주주의 제도를 악용하여 수사방해, 재판끌기, 다수를 이용한 독선, 선동·궤변·속임수·거짓말, 대중동원, 댓글공세, 불법 집회시위 등 탈법과 악덕을 동원한 기술로 진화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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