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의 시사저격] 이재명 ‘구속 배제’할 이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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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이래 최대비리에 불구속원칙 내세워
세상이 다 아는 ‘대장동 그분’을 모르나
이재명단식·영장기각 모두 국민상식 무시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04 06:31:4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월19일 국회대표 연설에서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검찰수사를 필사적으로 막아온 그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검찰수사에 응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열 번 백 번이라도 가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더러는 감동했다. 드디어 국민의 지탄을 받던 ‘당수님’ 방탄복을 벗고 떳떳하게 선거구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곧 이재명 특유의 트릭(속임수)임이 드러났다. ‘내가 포기한다고 하니까 정말 그런 줄 알았나’ 하는 식이었다. 믿은 사람만 바보가 됐다. 그런 배신감과 분노는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그는 8월31일 선제적 셀프방탄에 돌입했다. 아마도 그가 치밀하게 기획했을 단식이 시작되었다. 더 이상의 방탄지원을 받지 않고 사즉생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 내외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한 번 상식을 뛰어넘었다. 과거 야당인사들이 하던 단식과는 다른 단식법을 고안해냈다. 즉 출퇴근 단식·영양제 단식·시간제 금식 등 전에 없던 표현들이 생겨났다. 식사는 안 하지만 유동성 영양을 공급받음으로써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이어서 이런 경우 단식 대신 무슨 용어를 써야할지는 앞으로 국어학자들의 숙제로 남았다. 결론적으로 이것은 꿩먹고 알먹기 식 헝거스트라이크(Hunger Strike)다. 어쨌든 일단 그는 성공했다. 난처해진 그를 구해준 인물이 서울형사지법의 영장담당 유창훈 부장판사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헌법(제103조)에 나와 있기 때문에 판사가 무슨 판단을 하든 시비걸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그래서 ‘억울하면 판사하라’는 막말도 생겨났다. 그러나 유 판사의 결정은 어디로 보나 너무 심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으니 그에 대한 징계청구서 서명운동이 일어날 정도다. 그는 영장 기각의 이유로 이런저런 법리를 대고 있으나 순리(順理)보다 역리(逆理)가 돋보인다. 도대체 이런 사건에서 주범급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예가 있나. 사건 자체도 단군 이래 최대 비리라고 불릴 정도로 큰 데다가 수십 명 이상의 검사들이 2년간이나 집중 수사하여 전모의 대강이 드러난 사건인데 영장기각이라니 이것은 국민상식과 이치·법감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유 판사는 ‘불구속의 원칙을 배제할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했으나 ‘구속을 배제할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공범들이 22명이나 구속되었는데 사건의 맨 꼭대기에서 사업설계-인허가-감독-인사를 총괄한 ‘시장님’은 건재하다니 이러고도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나! 노다지가 쏟아진 천화동인 시리즈의 1호는 ‘그분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분’이 될 자격이 ‘시장님’ 말고는 없다는 것이 ‘대장동카르텔’의 공공연한 상식이었거늘 왜 유 판사만 그걸 모른단 말인가!

또 유 판사는 증거인멸을 중시한다는데 결정적 증거를 가진 사람들, 즉 정진상·김용·김만배 등이 죽어도 입을 열지 않고 있고 결정적 증인의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 무슨 영문인지 속속 주검으로 발견된 사실을 몰랐나.

대통령은 겨우 국민의힘 국회의원 110명의 조력을 받는 처지이지만 이재명 대표는 국회의원 167명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갖고 있고 이런 ‘위력’에 의해 대북송금 재판에서 핵심증인의 말이 왔다갔다 하는 등 정의의 심판장인 재판이 혼란을 겪고 있음을 모르는가. 또 국회 제1당 당수의 지위를 가진 그가 검찰이나 법원에 한 번 출동하는 데 일일이 흥정을 하며 사법절차와 권위를 훼손하고 있어 그것만 갖고도 구속사유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암수(暗數)의 명인답게 이재명은 추석 연휴에 영수회담 카드를 던졌다. 위기에 처한 야당리더로서의 지위회복과 격상, 검찰 겁주기와 수사무력화, 중범죄 혐의 물타기 등을 노렸을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추석 연휴에 ‘구속영장 기각파동’ 대신 ‘영수회담’이라는 고급 메뉴가 TV화면을 채웠으니까 밑져도 남는 장사였다. 재판과 상관없이 잠시 신체구속을 피한 정도인데 너무 튄 것 같다. 무기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는 중범죄 피의자와 대통령의 대좌-협상? 기네스북에 올라갈 해외토픽이 나올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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