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연결된 위기들 예고 없이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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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 이상의 전쟁 부담이 위기 키워
지구촌 화약고 산재, 목전의 우리 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16 06:31:20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안에서는 구청장 선거 결과에 따른 양 진영이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정국이 혼란스럽다. 한쪽은 희색만면하고 다른 쪽은 침울해한다. 어떠한 결과든 과정과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같은 결과가 다시 반복되는 경우는 드물고 민심은 항상 양극단을 어김없이 왕복한다.

나라 밖에서는 한동안 잠잠하던 화약고에서 굉음이 파열했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중동 지역의 불씨는 잠시 중단되고 있는 것뿐이지 현재진행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지역 내에 존재하는 갈등의 고리가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든 봉합이 되겠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고 또 다른 불행을 예고하는 쪽으로 결말이 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여러 예측이 난무했다. 가장 빈번하게 회자하였던 것이 세계 곳곳의 잠재적 화약고에 대한 시선 집중이다. 이번에 터진 중동에 더해 중국과 대만, 남한과 북한,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영유권 등 동북아도 빠지지 않는 위험 지역이다. 하나 더 보태면 중국의 남중국해 지배권 강화 조치에 동남아 관련 국가들이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으면서 커지는 갈등이다. 이와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가 실제로 시중에 여과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켜 온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으로 또 하나의 전쟁이 추가되었다. 국지전으로 전쟁이 그리 오래갈 것 같지 않은 예감이 들긴 하지만 해석과 파장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지구촌 각종 위기의 본질을 보면 각각으로 단절된 것이 아니고 모두가 연결된 위기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진다. 제2 화약고 이슈에 더해 주목을 받는 것이 미국이 과연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부호다. 미국의 세계 경찰력이 예전과 같지 않고 내부 여론도 분분하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진영의 측면에서 보면 이를 기회로 자신들이 추구하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도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2,3년 전부터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나 북한의 남한 도발설 등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만약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단기간에 제압하지 못하고 장기화하면 잠재적 화약고의 위기가 한층 더 고조되는 것은 예정된 시간표다.

최근 돌아가는 세계정세를 보면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고도 남는다. 미·중 패권 경쟁 격화로 설 자리를 잃으면서 점점 더 고립화되어 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긴장감과 위기감을 한층 고조시키면서 미국과 반대 진영에 있는 세력을 규합하고 러시아에 동조하는 구상을 그렸다. 표면적으로 중국도 러시아 편에 서고, 중동이나 중남미 등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지역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중국은 이를 틈 타 중동 지역 해결사로 발 벗고 나섰다. 오랜 앙숙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를 끌어내는 등 영향력을 확대했다. 중국 편에 서는 시늉을 하면서 미국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작동했다. 마침내 미국이 사우디와 관계 복원을 재개하면서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의 국교 정상화 절차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에 초조감을 느낀 하마스가 도발을 감행했다. 중동 정세의 화해 분위기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으로까지 확대되자 이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란과 사우디, 사우디와 이스라엘을 다시 흐트러뜨리면서 자신들의 생존을 담보 받기 위함이다. 그들의 의도대로 결론이 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우리가 사는 동북아보다 중동의 정세는 훨씬 더 거칠고 험악하다. 해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복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불안감을 늘 머리에 이고 산다. 특히 하마스와 유사하게 이슬람의 젊은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스라엘이나 미국에 대한 원한과 분노를 멈추지 않는다. 그것을 ‘인샬라(알라의 계시)’라고 철석같이 신봉한다. 이스라엘은 결사항전으로 덩치 큰 아랍 세계에 맞불을 놓으면서 국가를 수호한다.

위기에 직면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이스라엘인들의 귀국 쇄도가 화제다. 국가의 예비군 소집령에 즉각적으로 응답하고 있다. 하마스의 인질 납치와 방패막이 시도가 이들을 부추겼다. 사재기 같은 것도 없을 정도로 일반 국민도 냉정하게 평상심을 잃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2030 젊은 세대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부모 세대들의 노고에 공감하면서 전 세대가 똘똘 뭉친다. 지역·세대·이념으로 나라가 두 동강이 나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면서도 위기의식이 실종된 우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경제력이나 국방력이 앞선다는 안이한 자신감에 호시탐탐 적화를 노리는 북한 지배 세력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 무기력하다. 역사적 배경이나 갈등 양상이 우리와는 다소 다르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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