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박근혜 탄핵했던 ‘언론의 난’ 재시동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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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尹대통령에게 무능·불통 이미지 씌우기
기득권 언론이 여의도 정치꾼과 또 뭉치면 비극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24 06:31:00

뭔가 수상했다. 그런 조짐은 7~8월에 한차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홍범도 흉상 문제를 언급하고, 반국가세력을 정조준하는 발언을 거듭하자 당혹스럽게도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설과 기명 칼럼 등으로 태클을 건 것이다. 정면에서 문제 삼기 뭐하니까 대통령의 품격이 어떠니 저떠니 하며 어깃장부터 놓았다. 지금 생각하니 그건 반(反)윤석열 연대의 신호탄이었다.

첫 문제제기를 했던 게 조·중·동의 꼴찌신문 동아일보였다. 그 신문은 7월1일자 사설 ‘거칠어진 대통령 발언… 정제된 지도자의 언어를 듣고 싶다’를 통해 ‘근엄한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윤 대통령 발언의 수위가 지나쳤고 그거야말로 이념적 대결을 부추기는 발언이라고 삿대질한 것이다. “그런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은 지도자의 언어일 수 없다”는 논리는 가소로웠다.

동아일보는 외롭지 않았다. 그걸 이어받은 게 8월31일 자 중앙일보 기명 칼럼 ‘안혜리의 시선’이었다. 그 글은 악명 높았던 떠벌이 좌파 노무현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지도자 윤석열을 동렬에 놓고 때렸다. 윤 대통령이 이틀 전 국무회의에서 “여러분(장관)은 정무직 정치인이기 때문에 말로 싸우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라고 한 발언을 새삼 문제 삼은 것이다.

그렇다. 양비론이야말로 비겁한 자들이 뒤에서 휘두르는 칼이지만 정신 나간 조·중·동의 요즘 짓거리가 꼭 그렇다. 나라를 망치려 했던 문재인과 헌법 가치에 충실한 윤석열 사이의 딱 중간이 조·중·동의 스탠스란 말인가? 그것까지도 참아 줄 수 있는데, 요즘 조·중·동이 부쩍 수상쩍다. 7~8월 선보였던 반 윤석열 연대의 신호탄을 넘어 윤석열 탄핵을 겨냥해 질주하는 양상이다.

요즘 그 어지러운 장난질을 조선일보가 치고 있다. 조·중·동의 주포(主砲)가 센터에 등장한 것이다. 10월16일 포문을 연 조선의 기획인터뷰 ‘정치에 할 말 있다’가 그것으로, 현 시국에서 윤석열 길들이기의 의중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을 독선에 찌들고 명령만 내리면 되는 줄 아는 멍청이, 통합을 방해하는 무능한 통치자로 낙인찍는 작업이다.

이 기획인터뷰 시리즈에 등장시킨 면면이 나름 정교하다. 윤 대통령의 대학 시절 은사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 천안함 순직 용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 좌익에서 전향한 회계사 김경율,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을 지낸 최병천 등등이 그들이다. 여기에 전 법제처장 이석연까지 두루 등장시켜 오로지 윤석열 죽이기에 몰두한다.

저들의 논조대로라면 윤석열은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 있어야 한다. 홍범도 흉상도 그대로 두고, 모두 다 끌어안는 게 정상이다. 바로 그게 포용이고 자신을 낮추는 길이라고 조·중·동은 뻥친다. 결정적으로 최악의 중대범죄 혐의자에 불과한 이재명을 빨리 만나 주는 게 좋다고 훈수 아닌 훈수를 늘어놓는 데선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그런 게 조·중·동식 협치이고 중도 확장이며 정치 양극화를 푸는 해법인가?

급기야 19일자 조선일보의 ‘김창균 칼럼’은 윤석열이야말로 “최강의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조롱까지 했다. 회의하는 한 시간 내내 혼자 떠들고 소리치는 ‘59분 대통령’이라고 손가락질이다. 한 애국자 인터넷 논객의 진단대로 요즘 조·중·동 지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의 행태와 비슷한 초벌구이 냄새가 짙게 풍기고 있다.

이제 윤석열과 그 주변에서 국정농단의 흔적이 눈곱만치라도 보일라치면,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탄핵파 국민의힘 의원이 다시 탄핵의 불길을 점화할 기세다. 거듭 놀라운 건 윤석열 자신이 요즘 잔뜩 쪼그라든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자, 오늘 결론이다. 반국가세력이란 용어는 현대사에서 박정희·전두환 이후 처음 듣는 발언이다. 우린 그래서 열광하고 환호한다. 결정적으로 그런 발언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패배 요인이라는 증거는 없다.

사실 지난 정부 5년의 기간 동안 조·중·동에 문재인이야말로 반국가세력의 수괴라고 지적하는 소리는 단 한 차례 등장한 바도 없었다. 그저 너절한 정책 비판에 몰두했을 뿐이다. 실은 그 이전 박근혜 대통령 사기 탄핵 자체가 언론의 난(亂)이었다. 그 기억이 또렷한 마당에 조·중·동의 윤석열 공격은 심상찮다. 저들은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를 벗어나 끝내 내각제 개헌으로 가자는 걸까?

그게 조·중·동 사주(社主)의 이익이자 기득권 여의도 정치세력의 목표일 수는 있어도 대한민국의 비전일까? 그걸 부추기는 부패한 기득권의 언론·정치권 카르텔이 문제는 문제다. 저들이 이 나라를 다시 위기로 밀어 넣고 있다. 총선 걱정 이전에 윤석열정부의 남은 임기부터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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