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끓는 냄비 속 익은 개구리 된 구태 정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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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오만하고 다른 쪽은 간교해… 커지는 정치 불신
권력 눈치만 보면서 변화에 가장 둔감한 집단으로 전락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24 06:31:40

정치판이 다시 출렁거린다. 큰 선거가 다가오고 있기는 한 모양이다. 일개 구청장 선거 결과를 놓고 한쪽은 초상집이고 다른 쪽은 잔칫집 분위기다. 민심을 놓고 평가가 저마다 다르다. 여하튼 정치를 하는 집단이 그들의 행위와는 별개로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은 거두고 있는 듯하다.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정치에 기대려는 민심의 작동은 지구촌 어느 국가에서나 흔히 목격되는 장면이다. 다만 후진국일수록 정치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파행이 거듭되고 국민을 반으로 가르는 선전·선동이 난무한다.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정상적인 길로 들어서는 국가가 있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오히려 더 퇴보하면서 바닥까지 떨어지는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기도 한다.

우리 정치판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엄중하면서도 때로는 시류에 편승하여 판세를 뒤엎어 놓기도 한다. 진영 간의 세(勢)가 팽팽할수록 어느 쪽에도 기울어지지 않은 중도층이 캐스팅 보트를 쥐면서 결과를 좌우한다. 목소리를 강하게 내진 않지만 이들의 내심을 들여다보면 세태의 흐름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들의 평가를 요약해 보면 ‘보수는 오만하고 진보는 간교하며 무능하기는 둘다 같다’가 아닐까 싶다. 특히 이 판에 자연스럽게 진입한 소위 복병인 20·30세대의 처지에서 보면 지난 정권이나 현 정권에서 실질적 삶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불만은 여전히 상존한다. 새로운 정권이 지난 정권과의 차별화를 내세우는 교언영색의 구호에 신물이 날 따름이다.

정치에 함몰된 매스컴의 일상적인 정치판 뉴스를 보고 일반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 우선 변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구태와 허세에 환멸을 느낄 것이다. 기업과 국민이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살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변화를 가장 원천적으로 거부하며 둔감한 무리가 정치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출세욕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갔으니 그동안 투자한 본전을 건지겠다는 일념밖에 잘 보이지 않는다. 더 큰 권력에 잘 보여 자리나 보전하겠다는 꼼수가 비일비재하다. 공부는 늘 뒷전이고 틈만 나면 주어진 특권 챙기기에만 혈안이다. 남자고 여자고 심지어 청년층까지 정치판에 발을 들이면 마치 전염병에 걸린 것처럼 거들먹거린다. 시대정신과 한참 동떨어진 이런 무리가 모여 있으니 기대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선거 참패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면서 자기네들끼리 모여 앉아 밥 먹는 모습만 국민 눈에 들어온다. 서로 잘난 맛에 사는 그들이 벌이는 짓으로 흔히 목격되는 광경이다. 진영 내 결기가 다져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 눈높이에는 전혀 와닿지 않는다. 이 와중에 내분은 그치지 않고 자칫 또 다른 작은 진영이 곧 만들어질 것 같은 예감까지 든다. 같은 편의 반대 목소리를 포용하지 않는 리더십이 어떻게 반대 진영이나 중간 지대에 머물러 있는 무리를 끌어올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내부 비난에만 급급한 자들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겠지만 더 시급한 일은 모두를 하나로 묶는 포용력이다. 이것도 못 하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큰일을 하겠다고 하면 고작 말의 성찬이나 가식으로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격노하거나 혹은 질책했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를 보면 혼자서만 이야기하고 참모들은 입도 뻥긋하지 않는 모습이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국민 평가 중 가장 냉혹한 것 중의 하나가 해외 순방과 관련한 각종 촌극이다. 심지어 영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 눈살을 많이 찌푸리게 했다. 조금 바뀌었다지만 지금 정권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매번 영부인이 동행해야 하느냐는 날 선 지적도 나온다. 정치 선진국을 보면 최고 권력자가 자기 말만 하지 않고 참모들의 이야기를 많이 경청한다. 그리고 해외 순방도 그리 무겁지 않고 가볍게 움직인다. 명분 축적용이 아니고 실사구시적이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동반되어야 한다. 의외로 국민은 이런 행태를 예의 주시한다.

때마침 나온 맥킨지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한국 경제를 두고 팔팔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가 반쯤 익은 상태라면서 10년 전의 보고서보다 더 신랄하게 적시했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국가 개혁 기치에 대해 찬반 의견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문제는 소통 부족으로 국민이 선뜻 손을 들어 주지 않는 데에 있다. 비전 제시가 미흡하고, 하의상달이 아닌 상의하달식의 일방통행이면 옳은 일이라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 개혁한답시고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그들만의 소통 채널을 만드는 것도 마땅치 않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흘러간 레퍼토리를 다시 틀거나 배지 단 사람을 내각에 앉히는 것도 볼썽사납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패거리 정치도 신물이 난다. 특권을 내려놓고 겸손해져야 산전수전 다 겪은 수도권과 온건 보수 중도 세력, 그리고 20·30의 동조를 얻어낼 수 있다. 이는 양쪽 진영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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