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의 시사저격] 인요한 혁신위는 국민의힘의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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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체질 개선 급선무… 실패하면 ‘강서’ 재판 각오
어눌한 스피커 대신 한동훈·원희룡·윤희숙 등판해야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26 06:31:30

지금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의 후유증에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연하다. 지도부에서는 일개 구청장 선거라고 별것 아닌 듯이 치부하지만 속으로는 여간 아픈 게 아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오판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무능이 빚은 결과다. 아예 공천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오만·오판·무능으로 핵폭탄을 맞은 것이다.

당이 어렵게 되자 유승민·이준석 등 반대세력의 파괴력도 커져서 지금 국민의힘은 내우외환 상황이다. 외국인귀화 1호 전남 순천 출신 인요한 의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하여 위기탈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결과가 문제다. 과연 총선승리를 담보할 면모를 갖출지, 아니면 국민의힘 지도부와 기성정치인들의 술수에 넘어가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릴지 두고 볼일이다.

‘인요한 개혁’이 실패할 경우는 심각하다. 앞으로 5개월밖에 남지 않은 황금같은 시기에 마지막 회생의 기회를 놓쳐 죽도 밥도 안 되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인 위원장이 먼저 해야 일은 그가 해온 대로 빨리 이 응급환자(국민의힘) 진찰을 마치고 수술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1948년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이후 75년은 정확히 보수집권 60년, 진보집권 15년이다. 전체기간의 80%가 보수정권이다. 그런데 김영삼 정권 이래로 보수의 당인(黨人)시대는 갔다. 김영삼·김대중과 함께 정당생활을 해온 당인들 대신에 공무원 사회 등 각계에서 이른바 ‘출세한 사람들’이 대거 몰려 들어왔다. 1996년 정치권과는 화성처럼 먼 거리에 있었던 대법관 이회창은 당의 총재와 대통령후보를 맡으면서 출세한 사람들을 대거 불러 들였다. 이명박·박근혜 역시 정당 경험이 없었던 외부영입이었다. 이런 사이에 정당은 순종(順從)체질로 바뀌어 이모작(二毛作)정당이란 별칭까지 얻게 되었다.

인생의 기본피는 넉넉하게 해놓고 생애 2막을 즐기려는 지향이 강한 사람들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대체로 몸조심이 몸에 배어 있다. 함부로 나서면 다친다는 생각이 앞선다. 인 위원장이 강조한 ‘희생’은 이들 사전에는 없다. 대신에 ‘계산’ 능력이 출중하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과 실력자들의 연줄을 타고 선배·후배, 형님·동생 하면서 입성을 서두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선거에 지는 방법이고 화이팅이 좋은 운동권 정당에 밀리는 방정식이다. 야생동물의 세계에서 기린이나 들소 같은 초식동물은 덩치가 아무리 커도 맹수를 피해 도망가다 잡혀 먹힌다.

공천이라는 다리를 건너 속속 입성한 순둥이들의 행렬이 보수정당의 무기력을 낳았다. 이 동네 출신 국회의원 한 사람의 회고담. “처음 국회 들어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국회에서 386출신 의원이 삿대질을 하며 빽하고 소리 지르니 우리 의원들이 놀라서, 어떤 의원은 와들와들 떨어요.” 바로 이것이 보수 국힘당의 진면목이다. 몸조심과 무섬증이 밴 사람들이 장기간 동종번식을 해온 결과다.

반면에 야생의 세계에서 극한생활을 경험해 본 운동권 출신은 억세다. 훈장과 유니폼 찬란한 정규군을 우습게 본다. 툭하면 소리 지르고, 억지 쓰고, 거짓말 예사로 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잘 벌인다. 그들은 ‘내로남불’이라는 국제통용어를 창조했다. 상상력이 뛰어나다. 총선거 앞두고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이재명을 보라. 적절한 타이밍에 생즉사 단식선언, 줄줄이 위문인사 받으며 단합 겸 공천 채점, 지팡이 짚고 나가 영장기각-재판 연기, 그러나 영양단식으로 건강은 지키고, 그 와중에 재판정에서 공범 안아주기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국힘당은 문재인 정권의 파국적 실정과 민주당대표의 유례 없는 범죄리스크를 갖고도 지지율 30%대에서 헤매는 이유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어눌한 배우는 박수를 받을 수 없다. 지금처럼 TV와 영상매체 등 전달수단이 발달한 세상에서 정치가의 능변(能辯)은 필수다. 그런데 정부여당에서 마이크를 쥐고 TV에 자주 나오는 사람들을 보라. 눈을 내리깔고, 미리 써온 것을, 국어책 읽듯이, 더듬더듬... 그런 실력과 매너로 국민공감 끌어낼 수 있겠나. 한동훈·원희룡·윤희숙 같은 선수가 유권자 앞으로 나와야 한다.

국힘이 참패한 강서구청장 선거의 득표율은 56% 대 39%. 그대로 총선에 대입하면 민주당 168석 대 국민의힘 117석! 민주당이 과반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전국선거와는 다르다고 하나 수도권 거주자 23만 명이 참가한 선거다. 이대로 가면 내년 선거가 강서(江西)의 재판(再版)이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인요한 혁신위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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