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말로만 ‘글로벌 중추 국가’… 디테일 없어 국민은 공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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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 경제기구·싱크탱크 충격적 경고 연발
경제 밑그림 없이 임기응변식 대응에 국민 불안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31 06:30:59

한국 경제에 대한 안팎의 부정적 경고가 넘쳐난다. 국제경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해 골드만삭스나 맥킨지 등 글로벌 싱크탱크들까지 가세한다. 얼마 전 경제계와 연구 기관 80여 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산업대전환포럼이 발표한 내용을 요약해 보더라도 산업 재설계를 하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 한국 경제가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을 하지만 현재 당면한 여러 문제가 과거와는 본질에서 크게 차이가 있다. 해외 의존하는 경제 체질이 구조적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 나타나는 적신호가 대부분 내부 요인에 의해서 기인하는 점에서 진단과 처방이 달라져야 함을 시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도 대동소이하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결과가 연일 국내 매스컴을 강타한다. 제2 중동 붐이며 잭팟을 터뜨렸다고 기염을 토한다. 빈손으로 들어오지 않고 수확을 챙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긴하지만 고물가로 신음하는 서민이나 체감 경기가 갈수록 식어가는 생산 현장의 중소기업에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외화내빈이라고 외치의 성과와는 상반되게 내치의 실타래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중동 순방에서 27조 원의 수출 수주계약이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한다.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 MOU 체결이 어떻게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졌는지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별로 탐탁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다. MOU는 구속력이 없어서 이행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최근 발표된 OECD의 세계 주요국 경제성장률을 보면 충격적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치가 2% 아래로 떨어져 올해는 일본에, 내년에는 미국에까지 역전당한다는 믿기지 않는 보고서를 내놨다. 정부와 한은의 예상치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25년 만에 성장률이 일본에 뒤처지고 있다는 현실이 내포하는 의미는 심각하다.

일본 경제가 최저점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추락은 이제 시작의 신호일 수도 있다. IMF의 경고는 더 소름 끼친다. 일본의 30년 장기 침체가 한국에게 절호의 기회가 되었지만 골든 타임을 놓치고 이제는 일본보다 더 초라한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국민 삶의 지표 중 하나인 1인당 명목 GDP가 5년 후에는 슬로베니아에도 뒤져 그저 그런 국가가 될 것이라는 충고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50년 후 세계전망보고서 내용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12위인 한국 경제의 위상이 2075년에는 말레이시아·나이지리아 등에도 밀려 15위권 밖으로 밀려나리라 예측한다. 점점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물면서 최하위 성장 국가가 되며, 2060년 이후에는 마이너스 성장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먼 이야기가 아니고 자칫하면 이보다 더 당겨질 수도 있다. 한편 한국생산성본부는 한국 경제를 저성장의 늪에 빠트린 3대 요인으로 저출산·고령화, 낮은 노동생산성, 구조개혁 지체를 든다. 한국 경제가 당면한 암적 요소를 정확하게 직시하는 게 특징이다. 이러한 참담한 평가와 보고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데 어디부터 손을 댈지, 그리고 누가 해야 하는지 보이는 것이 없다.

경제가 치고 올라가는 것은 긴 세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만들어지지만,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바닥으로 향한다. 특히 경제가 해외 의존적이고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는 국가일수록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와 유사한 경제 구조를 가진 독일이 졸지에 유럽의 병자로 전락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과다한 러시아 에너지와 지나친 중국 광물 의존으로 제조업에서 발목이 잡히고 있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이 중국의 전기차 공습에 밀려 자존심이 엄청나게 훼손되고 있는 판이다. 독일이 이 정도인데 우리는 오죽하랴. 뒤늦게 독일이 러시아나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버스 지난 다음에 손 흔드는 꼴로 당분간 긴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대표 브랜드가 ‘글로벌 중추 국가’다. 세계 10위권 경제와 6위 무역 규모와 군사력을 갖춘 국가로서 당연히 내세울 만한 기치다. 이는 지난 60여 년 동안 우리 국민이 피와 땀과 희생으로 쌓아 올린 공든 탑이다. 하지만 지금 이것이 무너질 것 같은 위협을 받고 있다.

나름대로 국가가 나아갈 방향과 외교적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왜 민심이 냉랭한지 살펴볼 일이다. 정부나 여당이 하는 일들이 국민의 일상에 잘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중추 국가의 위치를 지속해서 견지하기 위한 디테일이 없다. 갑자기 총리를 비롯해 장관들이 민생 현장을 뛰어다닌다. 하지만 서민이나 기업 경제가 좋아지지 않으면 민심이 쉽게 돌아서지 않는다. 윤석열정부의 경제 밑그림이 보이지 않고 그저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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