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지속 가능한 국가, 즉흥적 발상으로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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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용자원 최대 활용해 국가 재(再)디자인 필요
기저질환 ‘저출산’ 해결·격차 해소에 초점 둬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07 06:31:30

지금 우리가 끌어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이다. 국가는 물론이고 행정구역으로 통칭하는 도시와 지방, 그리고 기업이나 개인에 이르기까지 현재가 아닌 미래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인식은 하면서도 마치 수건돌리기라도 하듯이 결단을 하지 못하고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법이 대부분 나와 있지만 모두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꺼린다. 그러고는 임시방편의 땜질로 잠시 위기를 모면하려는 미봉책으로 일관한다. 2050년 이후에도 한국이 지속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부호는 오래전부터 나와 있다. 미래를 예고하는 시나리오들도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유사하고 매우 비관적이라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고질적 한국병(病)의 결과를 총체적으로 집약하면 ‘저출산’으로 요약된다. 일반적 으로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이 인구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구구조가 급격하게 역피라미드화(化)로 진행되는 것이 고령화로 야기되는 문제의 발단이다.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생겨나지 않아 파이의 증가가 정체되면서 새롭게 경제활동에 진입하는 세대들의 애로가 가중된다. 이는 고도성장의 후유증이기도 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것에 더해 가정을 일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갈수록 가중되어 아예 가정 꾸리기를 포기하는 사태가 늘어난다. 설사 이런 기본적인 문턱을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일생의 여러 주기에 걸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군더더기를 줄이려 한다. 그것이 인간성의 본질인 행복 추구와 맞물려 기형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가임기 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로 보면 한국의 경우 인구가 감소하지 않고 유지되는 데 필요한 수준을 말하는 대체출산율은 2.1명이다. 이 대체출산율이 올해는 0.7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1명 이하 출산율을 가진 나라는 지구촌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설상가상인 것은 이대로라면 더 떨어질 것이 확연하다는 점과 아직도 이를 돌파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가 너무 중차대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은 된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존재하는 이상 이를 방치하고 시간만 보내는 것은 실로 무책임하고 안일하다. 정부나 정치판이 민생고 해결한답시고 법석을 떨어도 위선이나 사탕발림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보다 먼저 이에 직면한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의 기간에도 이 문제를 활발하게 논의해 왔다. 일본의 경우 저출산·고령화 대응 정책이 크게 보면 4개의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①인구 ②재정·사회보장 ③도시·지방 ④환경·자원을 축으로 1)고용 2)격차 3)건강 4)행복의 영역을 주목하면서 국가를 재(再)디자인해 나가는 중이다. 또한 도시·기업 중심의 기술혁신, 출생률 저하와 격차의 확대, 인구의 도시 집중과 지방 소멸의 현상 등을 배경으로 국가 설계를 ‘도시집중형’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지방분산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지방분권형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재 당면하고 있는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도시권·초광역권 육성이라는 공간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논의의 초점이 모인다.

때마침 정부 여당이 불쑥 ‘메트로폴리탄 서울’ 계획을 발표해 선거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에 편입될 가능성이 큰 도시 주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흥분되는 일이다. 한술 더 떠 시민이 원하면 언제든 공론화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이 정도면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비난받아도 크게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아쉬운 대목은 왜 이렇게 가야 하고,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부연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경기도를 북도와 남도로 분리하는 논쟁과 더불어 축소되는 경기도에 대한 대책이 없다. 서울만을 놓고 볼 것이 아니라 국가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한 자원의 효율적 활용 차원에서 수도권과 지역 광역화에 대한 전체 국가 디자인의 밑그림이 제시되지 않으면 또 즉흥적이라는 공세에 시달릴 것이다.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가장 큰 암 덩어리는 격차이다. 이 격차를 줄여서 신분 상승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낭비 요소와 비(非)생산적 요소가 총동원된다. 세계 대학 순위를 보면 50위권 내에 들어 있는 국내 대학은 없고, 200위권 안에 드는 대학도 고작 6개에 불과하다. 심지어 아시아권 대학 순위에서도 경쟁국들보다 훨씬 뒤처져 있다. 이 정도면 명문 대학이 없는 데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학벌 하나 따려고 온갖 재주를 부리는 셈이다. 공교육은 실종되고 사교육은 널을 뛴다. 육아 휴직하면 직위를 강등하거나 승진에서 제외하는 기업이 태반이다. 아이를 맡길 데가 없으니 고령 부모들의 육아 참여가 일상적이다. 나라 밖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우리 내부에 즐비하다. 문제를 알면서도 고치지 못한다면 그런 사회나 국가에 대해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소귀에 경 읽기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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