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무기 국산화의 진정한 의미 모르는 국책연구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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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의 임무는 문제 제기 아닌 ‘문제점 해결’
흔들림 없는 개발사업 진행되도록 정부 차원 관리해야
국산 스텔스전투기 개발은 5000년 역사 한 획 긋는 대업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10 06:31:30

최근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생각지 못한 다소 엉뚱한 결론의 보고서를 만들어 방위산업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다름 아닌 ‘KF-21’로 명명된 ‘차기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의 양산과 관련된 사업 추진 타당성에 관한 보고서다. 국산 무기의 국제적 위상이 더 없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이 KF-21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그저 방위사업 추진 절차 준수를 위한 행정상의 보고서일 수도 있었는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초도 양산 기체를 40대에서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원들이 누구인지 참 궁금하다. 그들은 ‘사업 성공의 불확실성’과 ‘기술적 완성도가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초도 양산 물량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들은 항공역학·기계공학·전파공학·재료공학·전자공학 등의 전문 엔지니어 출신인가? 수학이나 경제학 전공자인가? 다만 국방부는 물론 각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내고 있는 만큼 국회 반대만 없다면 초도 양산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KIDA의 설립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KIDA는 1979년 1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한 부서로 출발하여 부설 ‘국방관리연구소’로 운영되다가 1986년 12월에 독립한 국책연구기관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설립 초기의 순수성을 상실한 것은 아닐까? 과연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들은 ‘국산 전투기 개발’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알고 있을까? 전 정부의 ‘알박기 인사’로 아직도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KIDA의 김윤태 원장은 공교롭게도 문재인정부에서 6개월간 행정관을 하고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이 되어 좌파 논리 기반 ‘국방개혁 2.0’을 추진하다가 곧 이어 KIDA 원장으로 부임한 인물이다.

당초 KF-21 개발 사업 출발 시 우리의 항공우주 개발 기술은 선진국 대비 70~80% 수준에 불과했다.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T-50 및 FA-50 개발을 기반으로 일부 기술은 확보하고 있었으나 AESA 레이더·항전 장비·동체 제어시스템·고출력 엔진 등의 핵심기술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F-35A를 도입하면서 기술을 지원받으려 했으나 이 또한 불발되어 난관에 봉착했으나 방위산업 최대 우방국인 이스라엘과의 기술협력으로 AESA 레이더를 개발하는 등 하나둘씩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며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피와 땀으로 ‘시제기’가 개발되었고 ‘서울ADEX 2023’에서 성공적인 시범 비행도 하는 등 초도물량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던 시점이었기에 이번 KIDA 보고서의 파장이 실로 막대하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높은 가성비를 갖춘 4.5세대 전투기 KF-21 개발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굉장한 관심 속에 성공적 개발 진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시작된 전 세계적 무기 증강 열풍에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 등극하고 있었다.

국산 스텔스전투기 개발은 한민족 5000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업(大業)과도 같은 일이다.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으나 개발 후 운용상 문제점을 발굴하고 계속 수정 및 보완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KF-21사업처럼 순조롭게 진행되는 사업은 더욱 빨리 완성시키는 것이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방지하는 것이며 국방력 증대는 물론 수출 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발 사업에는 이미 국내 700여 개의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와 개발을 통해 당초 목적대로 완벽한 5세대 스텔스전투기로 완성할 수 있다.

한때 컨설팅 업체들이 대유행을 한 적이 있다. 또 그런 회사에서 국내·외 명문대 출신들을 대거 채용하기도 했다. 기업들 사이에서 유명 간판을 달고 명문대 출신들이 즐비한 컨설팅 업체들의 컨설팅을 받는 것이 유행처럼 퍼졌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경영전략 수립을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는 빈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컨설팅 업체들의 보고서는 한결같았다. 바로 구조 조정과 예산 절감이다. 그들 말대로 구조 조정을 하면 단기 순이익이 눈에 보일 정도로 증가한다. 왜냐하면 직원들을 대량 퇴사시키면서 인건비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그것을 모르는가?

다시 말해 KIDA 소속 연구원들 본연의 임무는 논문 쓰듯이 연구개발 사업을 ‘재단(裁斷)’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산 무기를 잘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다. 재단 역할은 감사원만으로도 충분하다. 감사원이 신형 국산 무인기 개발과 관련하여 결빙 등 사소한 결함을 들어 ADD 연구원 5명을 징계하여 한동안 개발에 차질이 생긴 바 있다. 지난해에만 무인기 개발 핵심 연구원 8명이 ADD를 퇴직했다고 한다. 북한이 미국 기업을 해킹하여 ‘RQ-4(글로벌호크)와 MQ-9(리퍼) 복제품’까지 만들어 내는 이 위중한 시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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