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희의 작가노트] 미래가 없다는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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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29 06:30:30

가끔 강아지 하는 짓을 보면 개의 탈을 쓴 사람이지 싶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것은 기본이고 섬세한 감정 표현까지 어쩌면 그렇게 사람을 닮았는지, 가령 푸들 종의 개를 지칭하는 ‘제법 푸들 닮은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피부에 와 닿을 정도다.

개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면서 온갖 말을 거는 사람을 보면 좀 유난스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자식이나 가족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사람을 보면 개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부모가 자식을 보배로 생각해 귀하게 여기고, 자식도 부모를 인생의 멘토로 생각해 존중하고 따르면 좋겠지만 이런 그림은 인간이 품고 있는 사회적 환상일 뿐이다.

대다수의 부모는 생활습관·학습 태도와 관련해 자식에게 높은 기대치를 품고 있다. 위인전에 나오는 영웅의 어린 시절을 현실에서 기대하는 철없는 부모도 있다. 이러한 마음은 잔소리로 드러나기 일쑤다. 자식에 대한 근심을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부모라고 할지라도 마음까지 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아지는 성공해 봤자 강아지다. 미래가 없다. 나쁜 의미에서 미래가 없다는 게 아니라 축자적 의미로서 미래가 없다. 15년 견생은 무언가를 이루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며 이룬다고 해도 강아지다. 이런 사실은 보호자에게 양육의 부담을 덜어 준다. 미래가 없으니 걱정이 없고 걱정이 없으니 갈등이 없다.

자식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것은 자식이 미워서가 아니라 자식을 사랑해서다. 자식의 미래가 나아지기를 바라서다. 정확히 말하면 자기 세대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자식에게 잔소리를 할 때 꼭 하는 말이 있다.

“엄마 아빠가 우리 잘되자고 이러는 거니?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잖아!”

맞는 말인데 자식들은 그 마음에 반항심이 들고 부모는 그 마음에 자신의 삶을 저당 잡힌다. 이야기가 조금 곁길로 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몰아닥친 풍파도 자녀교육 문제에서 출발한 것 아닌가.

다수의 가정이 개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2027년부터 식용 개 사육·도살·유통·판매 행위와 관련해 법적인 처벌을 가하기로 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동물보호는 개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냐며 누군가는 반대 논리를 펴지만, 개부터 시작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가까운 곳부터 살피다 보면 먼 곳도 신경 쓰게 된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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