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 시사직격] ‘올드386 마이 묵었다’ 팽 당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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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독설 파문 후 험구(險口) 긴급조치
종북 이념 설 땅 잃고 권력 지향만 남아
한총련 후배들 이재명 호위대 등장설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29 06:31:40

“어린 놈, 건방진 놈, 선배도 몰라보고….” 이것은 학폭 1진이 후배 앞에서 한 말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차차기 대통령 후보를 꿈꾸던 송영길 전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한 말이다. 법치의 상징적 존재인 법무부 장관에게 그런 소리를 하다니 쇼킹한 사건이다. 이어서 그 정당에서 ‘암컷’ 발언이 나와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험구(險口)에 대한 공천 심사 불이익이라는 긴급조치까지 발동되었다.

이런 말이 거침없이 나온 것은 당사자의 성격과 교양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깊은, 이른바 ‘386 멘털리티(사고방식)’가 사고의 원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들의 프라이드는 1987년 직선제 민주화를 이루는 데 앞장섰다는 데서 나오는 듯하다. 하지만 당시 넥타이 부대라고 하는 일반 직장인 등 다수의 국민 참여가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4·19와 6.29. 이 역사적 항쟁의 이유는 둘 다 민주주의 수호다. 그런데 왜 4·19세대와 달리 386세대는 역사적 변화에 만족하지 않고 대가를 챙기려 하고 오만한가?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런 차이를 가능하게 한 이유 중 하나는 87항쟁의 주역인 386세대가 27년 전의 그들 선배보다 영악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4·19의 주역들은 다른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학교 교실로 돌아갔다.

그 후 산업화 덕분에 조직 유지와 세력화를 가능하게 만든 물적 토대가 생긴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4·19 때는 우리의 국민소득이 100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상상이 잘 안 가겠지만 매년 봄이 되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던 시절이었다. 요즘 TV에서 구호를 호소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모습이 그때의 우리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점에서 4·19로부터 27년 후에 또다시 민주화 투쟁에 성공한 87년 학생들은 운이 좋았다. 타도의 대상이었던 ‘군부독재 정권’이 경제개발에 열중한 결과 ‘한강의 기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눈부신 물적 풍요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두 세대의 결정적 차이는 4·19세대가 민주주의에만 집중한 반면에 386은 북한이 주장하는 남조선해방 혁명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NL 주사파가 학생운동을 주도하여 김대중 정권의 탄생을 도왔고, 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좌파 정권의 실세로 등장하면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의 맹세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4·19세대는 부정선거를 미워했지만 이들은 군부정권을 미워한 나머지 홧김에 불 지르듯 북한과 김일성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념적 지표인 미제국주의 타도나 남조선혁명론은 먹히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방향도 이념도 희미해지고 결국 달콤한 권력 추구만 남았다.

이들은 마르크스·레닌·모택동 등의 가르침에 따라 권력 장악을 위해서는 선악 구분을 하지 않는다. 강도 행각을 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현란한 용어 전술로 민심을 휘어잡는다. 일찌감치 ‘진보’ ‘민주’ 같은 고가의 브랜드를 선점했고, 극우니 색깔론이니 왜구니 반미·반일 이슈와 조어(造語), 가짜뉴스로 증오를 부추겨 정치에너지로 쓴다.

이들에게는 송영길의 ‘어린 놈’ 파문에서도 드러났듯이 ‘우리가 민주화운동 할 때 당신들은 뭐했냐’는 오만과 성골(聖骨) 의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런 안하무인의 사고방식이 도덕과 가치의 실종을 가져왔고 이재명 같은 도덕적 결격자의 등장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꿩만 잡으면 될 것 아니냐는 목표 지상주의 단순 사고다. 사실 이재명은 보통 사람들은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해 하는 그 지독한 ‘형수 욕설’ 하나만 갖고도 정치 불합격 감인데 게다가 산더미 같은 사법리스크를 짊어지고도 민주당의 문을 거뜬히 통과하여 최고의 보스 자리에 앉아 있다.

이제는 그를 도왔던 올드386도 유효기간이 지나 팽(烹) 당할 운명이다. 이들은 민족해방이라는 오도된 기치를 들고 세력을 형성했으나 이제 그런 구닥다리 종북 이념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 길이 막힌 실정이다. 또 약자 보호·여성 인권·남녀평등을 내세우며 보수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자랑했으나 결국 잇단 성추행과 여성·청년 비하로 곤욕을 치르는 현재 상황을 우연으로만 볼 순 없다. 이제 그들보다 더 영악한 후배 세력, 한총련 출신들이 새로운 이재명 호위 세력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87민주화 완장 차고 마이 묵었다 아이가’ 프레임에 걸리고 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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