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북한 정찰위성 제재 무산… 중·러 ‘북한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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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 기술 사용해 위성 발사
이사국 대부분 안보리 결의 위반 지적
북한대사 “정당한 자위권 행사” 강변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28 14:17:08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제재하려 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감싸고돌면서 성과 없이 끝났다. 북한은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칼레드 키아리 유엔 중동·아시아·태평양 사무차장은 21일 북한이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호’를 발사했다고 보고했다.

현재 유엔 안보리는 우주발사체를 포함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북한의 발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키아리 사무차장은 “주권 국가는 평화로운 우주 활동의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지만 안보리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해 발사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라며 결의 위반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또 하나의 군사위성을 발사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비난을 거듭 언급하며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관해 북한은 반발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미국과 그 추종 국가들의 군사적 책동으로 자국이 불안정한 정세에 처했으며, 이를 통제하고 역내 새로운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500개 이상의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데, 왜 북한의 인공위성만 문제로 삼느냐”라며 “(위성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을) 전적으로 거부하고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대북 제재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유엔) 헌장의 정신과 목적에 어긋나는 불법적인 결의에 불과하다”라며 “(미국의 정책은) 북한의 주권을 박탈하는 게 목표”라고 강변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다.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미국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우려한다면서 이를 군사 동맹 강화에 이용하고 있다”라며 “어떤 국가도 타국의 안보를 희생시키면서 자국의 절대적인 안보를 추구할 수 없다”라고 북한의 자위권을 옹호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는 이달 말 한국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정찰위성을 쏠 예정이라는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서방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자국과 북한 간 군사 협력에 대한 일부 이사국의 비난도 “근거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반면 미국·영국·프랑스(상임이사국)를 비롯해 일본·알바니아·에콰도르·몰타·모잠비크·스위스·가봉·브라질 등 이사국 대부분은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때까지 우리가 몇 번이나 더 모여야 하느냐”라며 두 상임이사국이 북한을 비난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그린필드 대사는 한때 김 대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대사는 “교전 당사국 중 하나인 미국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라며 “또 다른 교전 당사국으로서 북한이 미국이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현재 개발 중인 것과 동등한 무기 시스템을 개발·시험·제조 및 보유하는 것은 합법적인 권리”라고 말했다.

또 탄도미사일 기술로 정찰위성을 발사한 것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에 관해 “미국은 위성을 발사할 때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풍선이나 투석기로 쏘느냐”라고 비아냥댔다.

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우리의 양자(한·미) 및 삼자(한·미·일) 군사 훈련에 대응해 방어적인 차원일 뿐이라는 거짓된 주장을 강력히 거부한다”라며 “미국은 정기적이고 방어적이며 (훈련 날짜를) 미리 공지한다”라고 반박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안보리 결의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탄도미사일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어떤 발사도 금지한다”라며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차원을 넘어 거의 조롱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황 대사는 북한이 한국과 접경지역 내 적대적 군사 활동을 중단하기로 합의(9·19 합의)한 뒤에도 무인기(드론) 침투나 해안포 발사 등으로 도발한 점을 알리며 “북한은 여러 남북 합의도 수시로 위반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9월에 북한이 헌법을 개정해 핵무기 사용 문턱을 크게 낮춘 것을 언급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 너무 늦기 전에 단호히 조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회의에서 안보리는 중·러의 반대 의견 등으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나 의장성명 채택 없이 2시간여 만에 끝났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2018년 이후 중·러의 비호 탓에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위성 발사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성명 등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21일 발사된 만리경 1호의 성공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북한은 정상 작동 중이라고 주장한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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