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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11월 그의 대선 승리가 한·미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트럼프 재선으로 한반도 안보 지형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이 커진다는 의견과 한·미·일 안보 협력이 지금처럼 지속될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공존한다.
유엔 주재 대사를 지낸 박인국 최종현학술원 원장은 트럼프 재선이 한반도 안보에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일 박 원장은 미 워싱턴DC 인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학술원이 주최한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과거 발언 중 일부를 부인했으나 ‘트럼프 트라우마’가 한국인 마음에 남아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트라우마란 그의 재임 시절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을 홀대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특히 ‘삼성·현대같은 세계적 기업을 보유한 부자국가 한국을 왜 미국이 상대적으로 낮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지켜 줘야 하느냐’ 취지의 발언에 대다수 한국인이 충격을 받았다. 그는 실제 기존의 5~6배 방위비 인상을 요구했으며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4년간 중단했고 한·미 연합훈련마저 없앴다.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한 적도 있다.
이런 사실들에 근거해 박 원장은 트럼프 재등장으로 한반도 안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며 ‘한국 독자 핵무장론’을 제시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1990년대부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의 모든 외교적 노력은 실패했고 좌절과 절망이 커졌다. 그는 한국 국민 75%가 독자적인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연초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으며 한국·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기보다 자체 핵무기를 허용하겠다는 트럼프의 2016년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박 원장이 제시한 또다른 대책은 농축우라늄 관련 한·미 컨소시엄 구성이다. 현재 농축 우라늄 시장에서 러시아가 46%, 중국이 10~15%를 차지하며 미국 역시 22%의 우라늄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우라늄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국제 핵에너지 안보에 심대한 위협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민간 원자력 발전소에 우라늄을 공급하기 위한 한·미 양국이나 한·미·일 3자 간 컨소시엄 구성이 절실한 이유다.
아울러 박 원장은 핵잠수함 건조 관련 한·미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이 조선 산업에서 중국의 놀라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한·미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 함정 건조 및 다른 방산 관련 생산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로 호혜적인 협력을 적극 모색할 때”라는 것이다.
이 밖에 한·미 간 우주 협력이 언급됐다. 2일 한국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캘리포니아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첫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 스페이스X사의 우주발사체 팰컨9 발사에 성공했다. 북핵 위협 감시에 한·미 협력 의지가 확고하다는 뜻이다.
한편 이를 ‘지나친 우려’로 여기는 시선도 있다. 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대사가 5일 도쿄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한국·일본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안보협력 지속을 낙관했다. “한·미·일 협력이 세 나라의 디엔에이(DNA)에 내장돼 자리잡으면 세 나라에서 어떤 정치적 변화가 있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3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매뉴얼 대사는 8~9일 제이크 설리반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과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 개최 소식을 언급했다. 세 나라가 안보와 군사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계속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안정적인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호의적 관계가 재연되진 못할 것이란 미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11월28일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에서 “트럼프의 재선이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부활시키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둘러싼 한·미 갈등을 키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재임 시절 트럼프는 당장의 전술적 정치적 우위를 가져다 줄 행동을 우선시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에서 최소 세 가지 새로운 현실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첫째, 윤 정부는 트럼프에게 대북 억제 전략 추진을 강력히 조언할 것이다. 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하기 전까진 윤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트럼프의 노력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러시아와 중국에게 큰 지원을 받고 있는 김정은이 트럼프와 대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또 김정은으로선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겪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의 수모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일 대화 재개 노력이 이뤄진다면 김정은은 트럼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요구조건을 내걸지 모른다.
셋째, 한국이 북한과 핵 균형을 달성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 있다. 트럼프 정부 아래 ‘워싱턴선언’ 등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마냥 신뢰하기 어려운데다 트럼프가 과거 대선후보 시절 한국의 핵무장 용인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상의 세 가지를 꼽으면서 스나이더 소장은 그러나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외교정책에서 특유의 거래적 성향이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봤다. 당장의 사건을 활용해 정치적 이익 창출에 집중한다는 점, 철저히 손익계산을 따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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