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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장과 한반도 긴장 고조에 맞서기 위해선 ‘자체 핵무장론’을 위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기대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핵 억지력 완성을 위해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동북아평화미래포럼이 5일 국회에서 개최한 ‘핵무장국 북한을 대하는 진보와 보수의 새 접근’ 전문가 토론회에선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급진전을 일제히 주문했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가 진행한 토론에선 각각 ‘북한 핵 되돌릴 수 있나’ ‘비핵화 노력 30년, 무엇을 반성할 것인가’ ‘핵무장국 북한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활발하게 의견이 개진됐다.
김홍걸 동북아평화미래포럼 대표의원은 “북한 체제보장을 통해 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는 진보적 관점이든, 제재와 압박을 통해 굴복해야 한다는 보수 관점이든 북한 비핵화의 희망을 접고 있다”며 “핵을 가진 북한과 어떻게 상호공존이 가능한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핵무장국 북한에 대한 대응 정책’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한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김정은 정권은 △확실한 대미 안보 억지력 확보 △한반도 정세 주도 △체제 안정 △강력한 억지력 확보 등의 이유로 비핵화는 희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연구위원은 윤석열정부 대북핵위협에 대한 허점도 다수 발견된다며 △기본 3축 체계로 대응해도 선제공격과 수도권 방어가 불가능 △ 핵협의그룹(NCG) 합의에도 평시 핵억지력 작동에 의구심 △ ‘워싱턴 선언’도 구체성이 없어 실질적 억제력이 볼 수 없음 등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급변 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북한과 ‘대화’를 통한 비핵화 논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본 홍 연구위원은 “북한은 핵 문제만큼은 미국과만 협상할 수 있다고 하나 바이든 행정부가 원점에서 실무회담을 시작할 리가 없어 내년 미국 대선 이전까지 북한은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 타결 의지가 안 보인다’고 본 홍 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의 신행정부와의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핵을 고도화할 것이고 결국 비핵화 협상보다는 핵 군축 회담이 전개될 것”이라며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일단 북한 핵 개발을 현 상태로 동결하거나 감축하는 협상을 하는 게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홍 연구위원은 이의 실행을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최소한 고위급 협상과 병행 △미국의 유연성 필요 △북한 인권 문제는 별도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정책대안으로 ‘한·미 핵안보조약 체결 혹은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핵 공격을 감행 시 자동적이며 즉시적으로 상응 가능한 핵보복을 할 것이라는 핵안보조약을 체결하고 미국 의회가 이를 비준하게 하면 더욱더 확실한 대북 핵 억지력이 될 것”이라며 “혹은 1991년 한국에서 철수한 전술핵을 조건부·한시적으로 재배치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대북 핵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핵 공격에 대해 미군이 재배치하는 전술핵으로 억지하고 억지가 실패하면 이를 즉시 사용해 보복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한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국토를 확실하게 수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핵 균형을 위해서는 ‘핵잠재력 확보 과제’가 시급하다며 한국의 핵자강 측면에 초점을 맞춰 발제했다.
비핵화에 회의적 관점을 내비친 정 실장은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수소폭탄과 전술핵무기 및 ICBM까지 보유하게 된 상황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이 유사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실장은 “북한은 기존 핵 무력 완성에 만족 없이 전술핵무기 개발과 초대형 핵탄두 생산까지 계속하며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하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통적 미국 의존확장억제의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직감한 정 실장. 그는 “현재 한국에서는 확장억제와 전술핵무기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가 핵 옵션으로 고려되고 있으나,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백하다”며 “한국은 안보상황 악화가 고려된다면 국가 생존과 안보를 위해 핵확산방지조약(NPT)를 탈괴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및 묵인하에 핵 개발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핵자강을 위한 한국 정부의 ‘중단기적 과제’로 ‘핵잠재력’을 꼽은 정 실장은 “북한은 2025년까지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한다는 목표를 가졌다”며 “일본과 같은 핵잠재력 확보 혹은 핵잠수함 개발은 NPT 체제 안에서도 가능하므로 적극적 대미 설득을 통해 조기에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부터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또한 반론으로 제기되는 NPT 체제 탈퇴 후 제재 우려에 대해 정 실장은 “한국이 핵무장할 경우 미국이 실행하는 단독제재는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하는 의원외교를 통해서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으며 “국제사회 제재는 북핵 개발이 고도화할수록 한국 핵 개발에 전면 제재를 가하는 나라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론에는 이창위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서의동 경향신문 논설위원·이백순 전 호주대사·김상범 경남대 교수·이수미 하와이대 교수·오대석 통일부 기획관이 참여했다.
이창위 교수는 “6자 회담 국가 중 핵이 없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며 “일본은 핵무장을 바로 할 수 있는데 우리만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이어 “무너진 핵 균형을 확실하게 이루기 위해서라도 보수와 진보가 합의해서 핵 위협을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백순 전 대사도 “전술핵과 핵잠수함 모두 필요하다”며 “호주는 지금 미국이 오커스(AUKUS)를 통해 모두 허용해 주고 있고 실존하는 위협으로서 북한과의 핵 비대칭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미국과 긴밀한 협의하에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핵 협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핵자강도 필요하지만, 남북한 관계를 정상국가화하면서도 핵 군축도 함께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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