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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군정찰위성1호기가 2일 오전 3시19분(한국시각)께 미국 캘리포니아 밴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됐다. 국방부는 발사 후 78분 뒤인 오전4시35분께 정찰위성의 궤도 안착과 해외 지상국과의 첫 교신 성공을 알렸다.
이번 위성발사는 북한의 주요 전략표적에 대한 감시 및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한국군이 2018년부터 독자 정찰위성을 자체 연구·개발하기 시작한 이른바 ‘425사업’의 일환이다. 북한은 앞서 11월21일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쏘아 올렸다. 남북한 우주경쟁의 서막이 열린 셈이다.
본지는 △한국군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성공의 의미 △남북한 정찰위성 성능 비교 △한국 정찰위성 개선을 위한 남은 과제 등을 짚어봤다.
대북 감시의 눈으로 킬체인 역량↑… “정보 통제권도 가질 수 있어”
한국 첫 군정찰위성 발사의 성공은 어떤 의미일까. 군 당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킬체인(Kill Chain) 역량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방부는 “정찰위성 1호기발사 성공으로 군이 독자적 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했다”며 “정찰위성은 한국형 3축 체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 전력으로 킬체인 역량 강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킬체인이란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해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더불어 2023년까지 구축하기로 한 한·미연합 선제타격 체제다. 즉 이번 군정찰위성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신속히 탐지하고 유사시 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한국군의 눈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이를 무력화할 선제타격 체계인 킬체인의 온전한 작동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대북 위성정보에 직접 통제권을 갖게 됐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그동안 한국군은 모든 위성정보를 미국을 비롯한 동맹이나 상업용 위성에 의존해왔다. 따라서 이번 정찰위성 발사 성공으로 이전과 달리 대북 위성 정보에 훨씬 강한 제어권을 가지게 됐다. 반 밴 디펜(Vann Van Diepen)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 부차관보도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얻은 정보를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된 점”임을 짚었다.
南 정찰위성 해상도 0.3cm vs 北 3m …"韓 정찰위성, 세계 5위 이내 성능"
이번에 발사한 위성1기는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장비를 탑재한 저궤도 위성이다. 해상도 0.3m. 수백km 상공에서 지상의 30cm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만하면 군사적 효용성을 갖춘 훌륭한 수준이라고 국내외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디펜 전 부차관보는 한국 정찰위성 해상도가 과거 우주 선진국들이 운용하던 정찰위성급이자 현존하는 상업용 위성 중 가장 고화질의 이미지에 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러시아·중국 정찰위성의 해상도와 비교하면 다소 낮지만 한국군이 북한의 시설과 차량, 활동 등에 유의미한 정보를 많이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ST 애널리틱스 박사 역시 한국 정찰위성 해상도는 “우주 개발 선진국 중 하나인 프랑스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정찰위성 수준과 비슷하다”면서 “북한의 주요 시설의 움직임과 변화를 확인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우리 군 관계자도 한국 첫 군사정찰위성이 북한의 핵·미사일·장사정포 기지, 이동식발사대(TEL) 등을 실시간 탐지할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를 갖췄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군정찰위성 해상도는 다목적실용위성 3A호(아리랑 3A호) 해상도보다 3.4배가량 정밀하다.
아리랑 3A호는 2015년 러시아 드네프르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 국산위성으로 해상도가 0.55ｍ다. 지상의 사람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아리랑 3A호보다 3배가량 높은 정밀도란 사람과 웬만한 교통수단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의 북한의 핵·미사일·장사정포 기지, 이동식발사대(TEL) 등 고정 및 이동표적도 실시간 탐지 가능하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0.3ｍ급이면 영화처럼 사람의 표정이나 자동차 번호판을 식별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면 동선을 파악할 수 있으며 거리를 달리는 교통수단이 승용차·트럭·버스 중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북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해상도는 1∼5m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 디펜 전 부차관보가 최소 1m 미만의 서브미터급 해상도를 갖춰야 군사정찰위성으로서 효용성이 있다며 현재까지 알려진 북한의 기술 수준을 토대로 만리경1호의 경우 ‘3m 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만리경1호가 한국 정찰위성 해상도(0.3m)에 비해 10배가량 떨어진다는 얘기다. 즉 현재로선 한국이 북한 내부의 내밀한 활동과 차량 움직임 등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때 북한은 시설과 병력의 유무, 군 자산 집결 정도만 파악 가능하다.
아울러 디펜 전 부차관보는 길이 1.3m, 무게 300kg에 불과한 만리경1호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위성 자체의 크기가 위성사진의 해상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만리경1호는 애초부터 소형 위성으로 제작돼 해상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박사도 동일한 견해를 내놨다. 그는 “미국 KH(키홀)-11 정찰위성 해상도가 13∼45㎝급인데 스쿨버스 만한 덩치”라며 “키홀 위성의 한 연결 부위 크기밖에 안 될 만리경1호로 그 정도의 고화질에 도달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번에 쏘아 올린 위성은 전자광학(EO)·적외선(IR) 탑재 위성 1기다. 앞으로 고성능 영상 레이더 탑재 위성(SAR) 4기가 2025년까지 차례차례 추가 발사된다. SAR위성은 EO 및 IR 위성에 비해 선명도가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기상 조건이나 밤낮 관계 없이 목표 지역을 효과적으로 정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맹국과 위성정보 공유로 사각지대 빈틈 메워야”
한국정찰위성이 성능 측면에서 북한 만리경1호에 비해 우위를 선점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비교불가’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경우 지구 주변 위성의 특성상 한 개의 위성으로 보통 1~2주에 한 번씩 몇 분 동안만 특정 지역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며 “미국이 수십 개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은 보다 완전한 범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향후 5개의 정찰위성을 모두 발사하더라도 생겨날 ‘사각지대’를 미국이 위성 공유를 통해 얼마나 메워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한국군이 발표한 ‘425 사업’에 따르면, 정찰위성 5기가 모두 궤도에 올라도 특정 지점을 평균 2시간 단위로 관측할 수 있어 2시간의 정찰 공백이 발생한다. 따라서 한국군은 2028년부터 총 44기의 초소형 SAR 위성을 발사해 군집 형태로 운용해 정찰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이에 더해 외국에서 위성을 대여 내지 지원받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과의 위성 정보공유 지속 필요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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