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 자금경색 풀리나… 국내·외 거래 잇따라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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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아이코사백스 약 1조4000억 원에 인수 전망
루닛 뉴질랜드 ‘볼파라 헬스’ 2525억 원 인수

엄재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14 12:58:55

▲ 14일 서울 강남구 루닛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범석 루닛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글로벌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는 등 큰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얼어 붙은 투자심리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자금경색 완화 조짐은 국내 업계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14일 투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한 제약회사 고위 임원에 따르면 “현재 금리가 정점으로 내년에 인하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지금이 바닥 국면이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한 두 곳의 기업이 M&A나 기술도입 등의 거래를 개시하면 다른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거래에 뛰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위 임원에 따르면 자사의 투자회사를 통해 일주일에 적어도 2곳 이상의 기업들로부터 제안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금융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13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종료 시사 발언으로도 알 수 있다. 이날 미국 증시는 1% 이상 상승으로 장을 마쳤고 국내 주식 시장 역시 상승 중이다.

현재 금융과 투자 환경이 바닥이라는 인식은 글로벌 상위 제약회사들의 최근 잇따른 거래에서도 알 수 있다. 글로벌 상위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의 바이오 기업 ‘아이코사백스’(Icosavax)를 11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1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아이코사백스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와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hMPV)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RSV와 hMPV는 60세 이상의 성인을 포함해 심혈관·신장·호흡기 질환처럼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감염병이다.

이번 인수로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제품군의 경쟁력을 높일 전망으로 RSV 백신으로 수익을 얻고 있는 GSK와 경쟁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글로벌 제약회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는 중국의 바이오 기업 ‘시스트이뮨’(Systlmmune)으로부터 항체 약물 접합제(ADC·antibody drug conjugate) 기전의 항암제 후보물질 BL-B01D1의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계약한다고 11일(현지 시간) 밝혔다.

애브비는 뇌·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세레벨 테라퓨틱스’(Cerevel Theraputics)를 약 87억 달러(약 11조2691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6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이번 인수로 애브비는 자사의 뇌·신경계 제품군이 보완돼가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던 정신과·신경 장애 전반에 걸쳐 잠재력을 지닌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이 추가됐다.

이 같은 자금경색 완화 조짐은 국내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잘 알려진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뉴질랜드의 의료 AI 기업 ‘볼파라 헬스’(Volpara Health) 지분 전체를 약 2525억 원에 인수한다고 14일 밝혔다.

국내 바이오 기업 아이진은 한국비엠아이로부터 15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받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투자금을 유치받으면 아이진의 최대주주는 한국비엠아이로 바뀐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M&A나 기술거래가 중요한 이유는 자체 R&D로 신약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M&A나 기술도입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가 2015년부터 2021년 사이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출시한 신약 138건의 출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각 신약의 출처는 순서대로 각각 △외부 바이오 기업과의 M&A 41%(56건) △내부 개발 28%(38건) △외부로부터의 기술도입 25%(34건) △협업 5%(7건) △그 밖 2%(3건) 순이었다.

엄재만 기자 jmeo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