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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한파를 지나 조금씩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는 가전 업계가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새해를 맞았다. 2024년 가전 시장은 기존 키워드였던 ‘프리미엄’에 더해 ‘스마트홈’이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한파에 가전제품도 겨울… 믿을 건 프리미엄
가전 업계는 코로나19 유행의 수혜를 입은 업종 중 하나였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여행 등 아웃도어 활동에 쓰던 금액을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 투자하는 대체 소비 성향이 커지면서 2020년과 2021년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특수가 가시고 경기 불황이 찾아오면서 가전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 정보 업체 GfK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기준 가전 시장 성장률이 -10%를 기록했으며 2023년 상반기에는 -14%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 등의 효과로 감소세가 둔화됐지만 상승세로 전환하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전 수출은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으나 하반기에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주요국 수요 회복으로 증가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으로 전체 가전 시장은 위축되는 가운데도 프리미엄 제품 판매는 늘어나는 프리미엄 선호 현상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전 시장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전체 스마트폰 시장 하락에도 6% 성장했으며 전체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의 25%와 매출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TV의 경우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 서플라이 체인 컨설턴트는 올해 프리미엄 TV 시장이 소폭 하락했으나 2027년까지 연평균 1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리미엄 제품의 강세는 가전제품이 ‘가치 소비’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가전제품을 교체할 여력이 없는 소비자는 기존에 썼던 물건을 그대로 쓰는 대신 경제적 여력이 있는 소비자는 비싸더라도 자신의 기준을 만족할 만한 제품에 돈을 쓰게 되면서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커진 것이다.
이 외에 냉장고와 노트북 등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전자제품 기업들이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노트북의 경우 게임 소비자 증가를 겨냥해 게임에 특화된 게이밍 노트북 분야도 떠오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게 되면서 일반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며 “일반 제품을 사려고 했던 소비자들도 이왕 사는 김에 좋은 제품을 사려고 하는 심리가 있어 프리미엄 제품 구매가 더욱 늘어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제품 교체 수요·글로벌 경쟁 둘 다 잡을 ‘스마트 홈’ 부상
2024년 가전 시장을 두고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같이 있는 만큼 변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글로벌 경제의 회복 시점이 변수도 꼽힌다. 2024년은 주요 국가의 수요 회복이 기대됨과 동시에 주요 국가의 경기 회복세 둔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 시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꼽힌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가 금리 인하에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만큼 2024년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시장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인공지능(AI)과 사물 인터넷(IoT)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는 AI와 IoT가 끊임없이 강조됐다.
삼성전자는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AI가 탑재된 TV·가전제품·모바일 신제품 등을 연결하겠다고 밝혔고 LG전자는 상반기 고객이 스마트홈 환경 구축 과정에서 필요한 가전이나 IoT 기기들을 통합한 ‘경험 패키지’ 판매를 추진하고 LG 씽큐 기반 스마트 아파트 솔루션 ‘씽큐 홈’ 사업 역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22년 1176억 달러에서 2027년 2229억 달러까지 5년 동안 약 9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오픈서베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홈 가전 보급률은 2022년 29.5%에서 2023년 48.3%로 급격히 상승했다.
스마트 홈 보급률이 확대됨에 따라 가전 제품 교체 수요를 불러일으켜 매출 상승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가정에서 사용되는 설비나 가전을 집 단위로 통제하는 스마트홈 산업의 특성상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을 잡아두는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 홈 시장의 빠른 선점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가전 업체들의 급성장 또한 2024년 가전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TCL·하이센스·하이얼 등 중국 가전 업체들은 지난해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와 올해 CES에서 물량 공세를 펼치며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이전에 비해 진보한 기술력을 과시하며 더 이상 저렴한 가격만이 장점이 아니라 품질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생산량이나 규모 면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이미 우리 기업보다 커졌고 전자제품은 원천 기술을 통한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크게 우위를 가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전자제품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가진 브랜드 파워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중국 업체를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한 스마트홈이 대두되면서 전자제품의 플랫폼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위를 차지하고 있을 때 글로벌 소비자들을 플랫폼 생태계에 끌어들여 꾸준한 소비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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