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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인천 시의원들에게 호통친 사연
허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8 20:00:00
 
역사의 진실을 고의로 왜곡하려는 반(反)국가세력과 작심하고 싸우다 보니 별 희괴한 일을 많이 겪는다. 요새는 수사기관에도 불려 가 보고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도 제법 자주 간다. 재판도 몇 개 있다. 남자가 인생 살다 보면 의로운 일로 교도소 한 번쯤 들어갈 수도 있지 생각하는 마당에 이쯤이야. 
 
그런데 오늘 다녀온 언론중재위원회는 여태껏 가본 중에 가장 언짢고 불쾌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국민의힘 소속 인천 시의원들이 기자와 신문사를 언중위에 제소했다. 새해 벽두에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에게 ‘스카이데일리 5·18 특별판’을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는데 달라고 보도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게 요지다. 
 
중재가 끝나고 대기실에 온 시의원들에게 따져 물었다. “도대체 뭐가 명예훼손입니까?” 시의원들은 직답을 피했다. 그러더니 “우리는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의정활동을 하니까…” 한 시의원의 가녀린 응답이 돌아왔다. 
 
“정부에 등록된 종합일간지를, 그것도 의정활동에 참조하라고 공유한 게 왜 죄가 됩니까.” 시의원들은 침묵했다. “도대체 뭣들 하시는 겁니까.” “5·18을 폄훼했다는 OOO의 주장에 말려드는 것 아닙니까.” 
 
기자는 A시의원이 도둑질했고 B시의원과 C시의원이 공범으로 가담했으며 D시의원이 망을 봤다고 보도한 사실이 없다. A와 B·C·D가 법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는 준(準)의정활동을 한 것이라고 보도했을 뿐이다. 이 신문이 의정활동에 참고가 될지, 된다면 어디까지 공유할지를 논의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당연히 신문공유가 위법하지 않다는 전제가 기저에 깔렸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시의원들은 “나는 (신문을) 돌려보지 않았다”며 뒤로 숨기에 급급했다. 기자는 순간 시의원들이 의정활동 중에 ‘성인잡지’ 돌려봤다고 기사 썼나 싶었다. 그들은 담임에게 걸린 중고등학생들처럼 사색이 됐다. 마치 김일성 주체사상 불온서적 소지하다 걸린 사람들 같다고 할까. 영화였다면 팝콘 사와야 했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만약 신년 하례식에 시의장이 술을 따라줬다고 치자. “나도 한 잔 따라달라”며 동료시의원들이 너도나도 요청했다고 해보자. 이걸 보도한 게 명예훼손인가? 법리적으로 이런 행위 과정은 위법성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단 한 명이라도 단언할 수 있나. 
 
허 의장은 1월8일자 본지 첫 인터뷰에서 “조선일보 보랬다고 내용까지 책임져야 하나” “하물며 먼저 보라고 한 것도 아니고 동료가 달라고 해 준 것도 죄가 되나”라고 하소연했다. 이 말을 반박할 사람은 없다. 
 
오늘 오가는 복도에서 한국노총 정책국장 출신이라고 연신 자신을 소개한 신동섭 시의원에게 중재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전화했다. “허식 의장이 잘못한 게 없다고 나서는 국힘 시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이해가 가냐”고 물었다. “나중에 코멘트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도대체 이런 배짱도, 국가관도, 역사 인식도 없이 무슨 의정활동을 한다는 것인지 한심했다. 이런 국힘 시의원들 데리고 좋은 나라 만들겠다고 생각하니 피곤이 겹쳐온다. 
 
시의원들의 착각과 오판은 국민에겐 치명적이다. 훗날 5·18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 국민의 인식이 전환되면 어떻게 할 텐가. “난 처음부터 허 의장이 잘못 없다고 생각했는데 얘가 옆구리 찔러서 침묵했었다”고 할 텐가. 성인잡지 보다 걸린 것처럼. 
 
정신 좀 차리자, 인천시의원들. 
 
허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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