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전세기 발언’ 도마위… 의사들 “대화의지 실종”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의료·보건

“전세기 동원 환자 치료” 논란
초강경 발언에 대치 국면 심화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8 20:30:00

▲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초강경 발언을 지속해서 쏟아내 '의료 대란 문제'를 '해결'이 아닌 '대치 국면'으로 심화한 장본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가 한 명도 남지 않으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치료하겠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을 이끌고 있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전세기” 발언이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박 차관은 최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2000명 증원’ 방침을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의료진의 나쁜 행동 패턴을 끊어내겠다’는 등의 초강경 발언을 지속해서 쏟아내 ‘의료 대란 문제’를 ‘해결’이 아닌 ‘대치 국면’으로 심화한 장본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문제의 ‘전세기 발언’은 전날 박 차관이 채널A 등에 출연하면서 나왔다. 그는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해 “절대 조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하며 “의대 증원 없이 수가를 올리면 건보료가 3·4배 올라갈 것이고 집단행동으로 현장에 의사가 한 명도 남지 않으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물러서지 않을 뜻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16일 전국의대교수 비대위가 20개 의대가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25일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발표한 이후 하루 만에 방송을 탔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제일 먼저 ‘2000명 증원’을 풀어주셔야 합의가 될 것”이라고 요구한 직후 이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박 차관은 의대 교수 측 입장을 일축하며 “교수들은 제자들이 처분을 받게 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건 법치에 대한 도전적인 발언”이라며 “정부에게만 2000명을 풀라고 하는데 전공의들이 나가 있는 상태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불법상태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박 차관은 과거 의료정책 추진이 무산된 상황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다르게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 “(전공의) 다음 순서로 교수들이 제자들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집단행동 선언을 하는 것은 (과거와) 아주 똑같은 패턴이며 잘못된 의료계의 집단행동 문화의 고리를 끊어낼 것”이라고도 했다.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대해서도 한치 물러섬 없던 박 차관은 △6000명 가까운 전공의 사전통지가 이루어졌고 100명이 안 되는 이들이 이를 수령했으며 △기본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이 기본이라 최소 1·2년 늦춰질 것이며 △병원들 적자에 대한 민사소송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부담을 져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의사들은 격분한 반응을 보였다. 명백하게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한 종합병원 전문의는 “박 차관의 ‘전세기 발언’은 의사의 권위를 아예 무시한 역대급 발언이었다”며 “타협 없이 의사 0명을 전제하고 한 발언에서 환자를 진짜 볼모 삼은 건 정부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개탄했다. 한 전문의는 그가 ‘주말·야간에도 수업해서 의대 수업 학사일정을 맞출 것’이라고 언급한 인터뷰 기사를 언급하며 박 차관이 “‘의새’(의사+새의 줄임말) 양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조규홍 장관과 이기일 제1차관은 의대 증원 장본인이 아니라고 본다. 박 제2차관이 사실상 의대 증원 총책임자로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관련 강경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주시하고 있다. 1968년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행시 36회에 합격한 엘리트 관료 출신으로 복지부 빅4국장 중 하나인 복지정책관을 맡았으며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에 파견됐고 주미국대사관에서도 복지정책관으로 근무했다.

박 차관과 의료계의 악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차관은 2012년에 한 방송에 출연해 “의료수준을 저하시키는 포괄수가제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의협 집행부가 사퇴해야 한다”는 초강경 발언을 한 후 100통이 넘는 협박 문자를 받았다며 서울 종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이들을 수사 의뢰했고 결국 고소 당한 8명에게 각각 20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벌금형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이후 박 차관은 보험정책과장직으로 보건의료 보직을 맞지 않았으나,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보건복지비서관으로 임명됐고 2022년 10월 보건의료 담당 제2차관으로 발령받으며 의대 증원 정책을 이끌었다. 이 가운데 그의 고3딸이 올해 의대 정원 확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박 차관이 직접 ‘연관 없다’는 해명을 나서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최근 박 차관은 ‘의새(의사+새)’ 발언 논란‘ ’여의사 발언 논란‘ 등으로 여의사 단체와 의사 단체 등에 모욕 혐의로 수차례 고발 당했다. 한 필수의료과 대학 교수는 “정부가 해결과 대화 의지가 있다면 왜 공공의 적이 된 박민수 차관을 중심으로 한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느냐”고 되물으며 “말로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면서 실제로는 대화의 문을 닫는 사람을 앞세우면 어떻게 대화가 이뤄지겠나”라고 지적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