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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의 영수회담은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과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하는 국정 전환의 첫걸음이다. 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협치가 필요함은 70여 년의 헌정사가 잘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양자 영수회담을 가진 것은 긍정 평가된다.
회담은 대통령실이 제안한 바대로 사전 조율 없는 자유 형식으로 여러 의제를 놓고 진행됐다. 이재명 대표는 제22대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하고 국민의힘은 개헌과 탄핵 저지선을 겨우 사수했을 뿐 최악의 참패를 당한 것을 겨냥해 할 말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소통 미흡과 일방 독주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전언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민생 법안에 거부권을 남발하고,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며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데 몰두해 이를 심판한 게 총선 민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특검 수용 및 민생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자제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대표의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채 상병 특검은 공수처 등이 수사하고 있고, 이 대표가 주장하는 전 국민 대상 1인당 25만 원의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은 나랏빚에 13조 원을 더 얹어야 하는 포퓰리즘으로서 적절치 않다. 21대 국회 4년간 민주당이 보여 주었듯 다수당의 힘만 믿고 입법독재 등 횡포를 부리는 것은 여야의 극한 대립만을 초래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범야권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일 수 있는 180석을 넘어 정국의 향방은 의회 권력을 쥔 야당의 선택에 달렸다. 이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경계하게 한다. 21대 국회에서 시장경제 질서나 사법 질서를 파괴한 많은 법이 국회에서 양산됐는데 이런 악습이 22대 국회에서도 재현될 것이 우려된다.
게다가 민주당은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등 다중 혐의를 받는 이 대표를 감싸는 ‘방탄 체제’를 강화시키고 있다. 이 대표의 책임지는 모습과 ‘이재명 사당(私黨)화’를 벗는 쇄신부터 하는 게 온당하다. 민주당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정에 협력하는 국회 운영이 국민 모두에게 도움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국정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 대통령중심제 헌정 체제에서 정치의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능동적으로 임해야 한다. 야당 지도자·국회의원·시민지도자들을 두루 만나서 경청하는 협치가 긴요한 이유다.
21대 국회가 보여 주었듯 여야 간 갈등이 극심해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 본령은 실종되고 전쟁 같은 긴장국면만 연속되는 후진 정치를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계 10위권의 국력에 걸맞는 선진 정치를 구현함으로써 시대정신을 실천할 때다. 극단적 당파 싸움·포퓰리즘·보여 주기식 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 결과에 나타난 것처럼 우리 사회의 지역과 이념·계층 간 갈등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이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권이 먼저 설득과 타협의 덕목 실천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호(號) 앞에 거센 풍랑이 일고 있다. 글로벌경제 불황과 한반도 안보 상황의 엄중함 등을 볼 때 협치에 의한 활로 열기가 긴요하다. 윤 대통령이 총선 후 이 대표에게 먼저 전화해 성사된 영수회담의 의미가 크다. 대통령이 민심에 귀 기울이고 야당은 국정에 협력한다는 긍정 시그널이다. 첫 영수회담인 만큼 서로 만족할 수 없는 결과이지만 첫발을 뗀 의미가 작지 않다. 정치 지도자들이 여야는 물론 국민과 자주 소통함으로써 신뢰의 기반 위에서 국난적 위기를 타개하고 선진 대한민국 건설에 함께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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