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 ‘형제자매·패륜 가족’ 유류분 상속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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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만에 유류분 제도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시대적 변화에 따라 ‘무조건’ 상속 없도록 해야
국회는 헌재 결정 취지 살려 법 개정 서두르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30 00:02:01

헌법재판소가 47년 전에 만들어진 유류분 제도를 전격 수술대에 올렸다. 고인의 유언에 의해 상속에서 제외된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에게도 일정 상속분을 보장해 준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유류분 제도를 놓고 일부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간 시대에 맞지 않은 조항으로 많은 민원이 있었던 부분을 포함하는 결정이어서 각계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제 시대착오적인 제도의 희생양을 더 이상 양산하지 않도록 국회가 신속한 입법 처리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유류분이란 유언 등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인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뜻한다. 일단 헌재는 유류분 자체의 정당성은 인정했다. 다만 1977년 유류분 제도가 처음 도입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현실과 크게 어긋난다는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고인의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 인정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고인의 상속 재산이 주로 장남에게 돌아가던 시절 유류분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가산’에 대한 형제자매의 권리를 일부나마 보장해 준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사회 구조와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사회 통념상 고인의 형제자매가 고인의 재산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된 것이 이번 판결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현행 민법은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고인이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면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재산을 배분한다. 그런데 만일 특정인에게 재산을 모두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긴 경우라 하더라도 다른 구성원도 일부 상속분을 받도록 법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 ‘유류분’이다. 자녀·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 헌재는 형제자매 유류분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형제자매도 유류분 수급권자로 명시한 민법 1112조 4호는 무효화됐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고인의 자녀·배우자·부모라 하더라도 무조건 법으로 정해진 유류분을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부모를 저버린 패륜 자녀나 자녀를 돌보지 않은 부모에 대해서도 유류분을 똑같이 보장하는 현행 민법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즉 이들을 유류분 청구 대상에서 제외시킬 기준이 없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다. 2019년 가수 구하라 씨가 사망하자 20년간 연을 끊고 지낸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 유산의 40%를 가져간 일이 널리 알려져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대로 유류분 산정 시 고인의 부양을 도맡았거나 고인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녀에 그 기여분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 계산 방식도 불합리한 것으로 헌재는 판단했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 부양해 온 자녀에게 고인이 그 보답으로 재산의 일부를 증여했더라도 해당 증여 재산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돼 다른 상속인이 유류분 반환청구 시 증여받은 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헌재는 이 부분 역시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으로 지적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판단이 내려진 법조항에 대해 내년 12월31일까지 개정 시한을 못 박았다. 다음 수순인 법조항 개정은 국회에서 처리되어야 한다. 지난해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은 200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는 시대 변화와 국민정서에 부합하도록 법 개정을 서두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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