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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유능한’ 변호사는 왜 후보직을 사퇴해야 했나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29 06:31:00
 
▲ 최문형 동양철학자‧작가‧성균관대 교수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국회의원 후보 공천이 급물살을 타더니 또 한 번의 후보 교체로 일단락됐다. 변호사인 당해 후보가 여러 건의 성폭력·미성년자 추행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조수진 변호사가 미성년 피해자를 대상으로 2차 가해성 변론을 편 사실이 21일 추가로 드러났다. 조 변호사는 작년에 태권도장 사범이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가해자를 변호하면서 의견서에 ‘피해자의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증(성병)이 제3자나 가족한테 옮았을 가능성’을 적시해 법정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는 뚜렷한 근거가 없었다. 피해자를 도왔던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성폭력 피해자 국선전담 신진희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재판 중에 피고인의 변호인이 근거 없는 주장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의 재판부는 조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가해자의 유죄를 확정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의원 단체방에 알려지자 민주당 한 의원이 ‘이런 사례들로 후보를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올린 변호사’라며 옹호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지만 누구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내에서도 후보에 대한 우려가 컸다.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 지도부는 조 변호사 후보 공천 취소 논의에 들어갔다.
 
결국 조 후보는 22일 오전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국회의원이 되면 똑같은 자세로 오로지 강북구 주민과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려고 했다. 그러나 국민께서 바라는 눈높이와는 달랐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제가 완주한다면 선거 기간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더 이상의 당에 대한 공격을 멈춰 달라”고 했다.
 
문득 몇 년 전 막 사회로 진출한 제자가 성희롱 문제와 맞닥뜨려 함께 의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거북했던 제자는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딱히 아는 변호사가 없었던 나는 네이버에 물어보았다. 누가 나의 아끼는 제자를 도와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몇 군데 전화를 해 보았는데 모두 가해자를 변호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피해자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찾던 중 운 좋게도 중년의 여성 변호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분은 젊었을 적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 성희롱 피해를 입었던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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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심정으로 조직을 상대로 아픔을 호소했고 그랬던 강렬한 경험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사회에 나오는 젊은 여성 후배들을 보듬고 품어 주려는 마음으로 늦은 나이에 공부해 변호사가 되었다. 제자와 동행하여 그분을 찾았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가해자는 제쳐두고 피해자만 변호해 주는 그분은 사건이 잘 종료될 때까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변호사에게 위로와 용기를 듬뿍 받은 제자는 부모의 지원과 이해도 받을 수 있었고 힘든 시간을 잘 견뎌 주었다.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은 남녀 불문하고 갑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 을의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 지위로 보나 나이로 보나 가해자 쪽이 힘이 있다. 그들은 돈의 힘으로 유능한 변호를 받으려 안간힘을 쓴다. 그렇다 보니 변호사 입장에서도 넉넉한 수임료가 돌아오는 가해자 쪽이 더 매력적이다. 반면 피해자의 경우는 그와 정반대다. 그들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이 문제를 말하기 힘들다. 변호사와 상담은커녕 두려움과 수치로 손발 둘 곳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만약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굳이 이런저런 말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왜 여성변호사인 조 후보를 포기해야 했을까? 한 의원이 옹호한대로 그녀는 단지 유능한 변호사였다. 자신의 직임에 충실했을 뿐이다. 변호사란 의뢰인의 요구에 따라 주어야 하지 않는가? 문제는 ‘여론’이었다. 여론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 같다. 배는 잔잔한 강물 위를 떠가지만 강물이 한번 소용돌이치면 순간에 뒤집어진다. 민주당은 국민의 마음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폭력과 미성년자 추행 사건의 가해자를 변론한 그녀의 행위는 법을 어긴 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의 마음은 그녀를 국회의원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자신의 의뢰인인 가해자를 위해 피해자의 마음과 인생에 여러 번 대못을 박은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
 
공자의 이런 말씀이 있다.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 민주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정도로 유능한 변호사인 그녀는 한 번쯤 생각했어야 했다. 이익과 의로움이 동행할 수 없다는 것을. 여론, 즉 국민의 마음은 의로움을 편들어 준다는 것을. 군자여야 국민의 대표가 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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