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중동 정세에 ‘정부-한국은행’ 전망 미묘하게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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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 “국내 금융시장 여건 양호”… 한은 “성장·물가 불확실성 커질수도”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5 11:24:50

▲ 15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시장점검회의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 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 반면 중앙은행은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오전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갖고 이란(100만 달러)과 이스라엘(2억9000만 달러) 등 분쟁 당사국에 대한 국내 금융사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크지 않고 금융권의 외화 조달여건도 양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향후 중동사태 전개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만일 사태가 악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만큼 이번 사태의 진행 상황과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시장 불안 발생 시 이미 가동 중인 94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당국은 추가 조처가 필요한 경우 관계부처와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신속히 추가대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국내 금융시장 여건이 양호한 상황이고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한 정부의 대응 여력도 충분한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과도한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다”며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는 등 잠재적 시장 불안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시장안정을 위한 철저한 대응 태세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 진행 상황과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금융권과 상시로 긴밀하게 소통하는 한편 시장 불안이 심화될 경우 정책 대응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준비 태세를 유지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은행 시장상황 점검 회의에서는 금융당국과 다른 시각이 드러났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번 사태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향후 진행 양상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 확전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외환 당국인 한은이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유 부총재는 “중동 사태로 당분간 글로벌 위험회피(risk-off) 흐름이 강화되고 이스라엘의 대응 강도·주변국 개입 여부 등 상황 전개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향후 국제 유가와 환율 움직임·글로벌 공급망 상황 변화 등과 그 파급 영향에 따라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의 불확실성도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이 정부보다 시장 상황 리스크 확대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한은이 중동 지역 정세와 관련해 미묘하게 엇갈린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우리 정부의 향후 대응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임진영 기자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