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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좁은 다락방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던 소녀는 자라서 시인이 되었다. 만화의 주인공을 곧잘 그렸지만 그림을 업으로 삼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무는 꽃을 잊은 적이 없듯 그림은 연속된 삶의 흐름 속 한 컷처럼 늘 마음속에 정지해 있었다.
신은숙 시인의 첫 그림에세이 ‘굳세어라 의기양양’(북인)이 출간됐다. 책은 시와 그림의 경계를 넘어서며 개인과 지역·가족과 역사를 연결짓는다.
첫 장 ‘철광산이 있던 자리’는 작가가 유년을 보낸 철의 동네 장승리를 추억하는 글이다. 영동과 영서를 오가며 살아가는 동안 작가가 만난 숱한 고갯길과 풍경들은 시와 그림의 원천이 되었다.
“철은 어디에나 있다. 인간의 몸속에도 들어 있다. 철이 없는 세상이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어릴 때 자석놀이를 하면 새카만 철가루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들러붙었다. 이 철이 가장 많이 나던 곳이 양양 장승리다.”
철광석으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군 서면 장승리 양양광산은 일제 강점기 태평양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조달할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한때 국내 철광석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번성하던 양양광업소였지만 경기 침체·인력 부족·생산량 급감으로 1995년 폐광되었다.
그가 양양 서면 장승리 철광산을 다시 찾았을 때는 모든 게 사라진 후라 그림을 그릴 때 인터넷 기록과 저서를 참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작가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진 그 시절을 글과 그림으로 소환한다.
한편 ‘강원작가’ 편집장을 역임한 신은숙 시인은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 ‘히말라야시다’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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