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은 반도체와 수출 호조를 이어간 방위산업이 올해 국내 브랜드 가치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자동차 브랜드 가치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높은 금융비용 등의 영향으로 뒷걸음질했다.
6일 영국 브랜드 가치 평가기관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26 한국 150대 브랜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위 150개 브랜드의 합산 가치는 약 3570억 달러로 지난해 3422억 달러(한화 약 461조 원)보다 4.3% 증가했다. 보고서는 올해 한국 브랜드 가치 증가를 이끈 주요 분야로 반도체와 AI, 첨단 제조업, 방위산업을 꼽았다.
브랜드 가치 1위는 삼성이다. 삼성은 974억1500만달러로 지난해 894억2700만달러보다 8.9% 증가하며 10년 연속 국내 브랜드 가치 1위를 지켰다.
보고서는는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저장장치,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점을 삼성의 브랜드 가치 상승 배경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수익성 개선이 투자자 신뢰를 높이면서 브랜드 가치에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 브랜드 가치는 157억6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5.2% 증가해 국내 3위를 기록했다.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 수요 증가와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성장 배경으로 꼽혔다.
반면 자동차 브랜드는 약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248억2000만달러로 국내 2위를 유지했지만 브랜드 가치는 전년보다 6.1% 감소했다. 기아도 104억1300만달러로 4위를 기록했으나 10.5% 줄었다.
보고서는 높은 금리와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 미국의 관세 부담 등을 자동차 업계의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현대차는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기아 역시 북미 SUV와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를 통해 시장 대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LG는 96억700만달러로 5위를 기록했지만 전년보다 8.9% 감소했다. 반면 쿠팡은 87억9200만달러로 10.0% 증가해 6위를 기록하며 지난해 순위를 유지했다.
금융권은 순위 바뀜이 발생했다. 신한금융그룹의 브랜드 가치는 87억5000만달러로 39.2% 증가해 지난해 8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KB금융그룹도 83억달러로 13.7% 늘어 지난해 7위에서 8위에 한단계 내려 앉았다.
현대모비스는 66억달러로 5.1% 증가해 9위, 삼성물산은 62억5000만달러로 3.3% 늘어 10위에 자리했다.
올해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방산 분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브랜드 가치는 31억달러로 전년보다 118% 급증해 국내 150개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순위도 지난해 47위에서 올해 23위로 급상승했다.
브랜드파이낸스는 유럽을 중심으로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수요가 확대되고 중동지역 사업과 글로벌 수출 계약이 늘어난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한화오션과의 사업 연계를 통해 해양 방산으로 사업영역이 확대된 것도 장기 성장 전망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현대로템도 K2 전차 수출 확대에 힘입어 브랜드 가치가 62% 증가한 9억17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FA-50과 KF-21 등 항공·방산 사업 확대를 바탕으로 41% 늘어난 5억8200만달러로 평가됐다. 브랜드파이낸스는 두 회사를 올해 한국 브랜드 가운데 주목할 브랜드로 선정했다.
브랜드 가치와 별도로 평가하는 브랜드 강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지켰다.
삼성중공업의 브랜드강도지수(BSI)는 100점 만점에 94.7점으로 최고 등급인 ‘AAA+’를 받았다. 지난해 93.4점보다 1.3점 상승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93.3점으로 2위, HD한국조선해양은 91.2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지속가능성 평가에서는 삼성이 국내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52억 달러를 기록했다. 기아는 실제 지속가능성 성과와 시장 인식 사이의 잠재가치를 나타내는 지속가능성 갭 가치에서 8400만달러로 가장 높은 플러스 값을 기록했다.
브랜드파이낸스는 한국 브랜드 시장에 대해 반도체와 AI 투자가 브랜드 가치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동시에 방산 수출과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사들이 한국 전체 브랜드 가치 성장을 이전보다 더 크게 견인하고 있으며, 방산 역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과 유럽·중동의 국방비 확대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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