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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에서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완벽한 일 처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과거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좀 어설프더라도 속도를 중시한다.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여 부족하지만 소비자와 같이 호흡하면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이를 베타 테스트 (Beta Test)라고 한다. 제품 개발은 거의 끝났으나 상용화하기 전에 현재 제품이 지닌 결함, 불편 사항, 사용자의 호불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평가하는 단계다. 비슷한 용어로 파일럿 테스트(Pilot Test)가 있다. 새로운 시스템, 프로세스, 제품, 서비스 등의 전체 론칭 전에 소규모로 시험해 보는 과정을 말한다. 전체 론칭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다.
손자병법에 ‘졸속(拙速)’이라는 말이 있다. ‘병문졸속(兵聞拙速), 미도교지구야(未睹巧之久也)’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이다. ‘전쟁에서 어설프지만 빨리라는 말은 들었어도, 교묘하게 오래 끌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전쟁은 머뭇거리는 만큼 인명 손실과 비용이 발생하므로 속전속결로 빨리 끝내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졸속 처리’ ‘졸속 행정’ 등 ‘졸속’이 부정적인 의미의 대명사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무엇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보니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기회는 지나간다. 완제품 만드는 사이에 고객의 니즈도 저만치 가 있다. 완성형도 불안하고 미완성형도 불안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미완이지만 빨리 시장에서 평가받고 수정 보완해 나가는 것이 유리하겠다는 것이 졸속의 미완 ‘베타’가 부상하게 된 배경이다.
한때 미완의 상징 ‘베타’가 이제는 선구자의 상징이 되어 가고 있다. 베타를 얼마나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잘 구사하느냐가 성패의 키워드다. 완벽히 준비된 론칭보다 빠르게 실험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우선이다. 이향은 LG전자 상무는 “실행-반응-수정-반복의 루프를 얼마나 빠르고 자연스럽게 굴릴 수 있느냐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했다.
요즈음 인공지능(AI) 서비스, 소프트웨어, 생성형 콘텐츠, 게임, 음악,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완성된 상태로 나오는 서비스는 드물다. 미완의 출시가 보편적 트렌드다. 베타 버전으로 반응을 보면서 빠르게 고도화하는 전략이다. 개발하면서 시장에 진입하고, 실행하면서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오픈 AI는 약 3년 전 GPT-3.5 기반으로 출시 당시엔 허접했다. 하지만 이후 폭발적으로 사용자가 몰리면서 실시간 학습으로 GPT-4로 이어졌고, 이달 7일에는 GPT-5가 나왔다. 샘 올트먼 오픈 AI 최고경영자(CEO)는 브리핑에서 “GPT-3이 고등학생, GPT-4가 대학생이었다면 GPT-5는 박사급”이라고 소개했다. 짧은 기간 오픈 AI의 성공 비결은 완벽함보다는 진입의 타이밍에 있었다. 부족하고 불안정하지만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완성형으로 다가가는 방식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베타는 이제 기술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전략은 물론 조직이나 콘텐츠, 유통, 패션 브랜드 등 광범위하게 확산 적용되고 있다. 소비자는 불완전해도 시장 니즈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완벽함보다는 그들이 원할 때 공급하는 것이다. 부족해도 시장과 먼저 만나라. 졸속도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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