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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미의 소설 ‘영이의 고독’은 우리라는 영역 한구석에서 조용히 자신을 가리고 있던, 어떤 존재에 대해 다룬다.
사격부원으로 시작해 급사, 경리, 요양사를 거치는 동안 그는 이재에 밝지 못했고 욕망에도 솔직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불의 앞에서 용감하거나 끈기 있게 버텨내는 유형도 아니었다.
그리하여 책은 심장을 두들기는 투쟁기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비극도, 성공을 움켜쥐는 영웅서사도 될 수 없다. 그저 가냘픈 생명으로 한 땀 한 땀 짜내려 간 얇은 천 한 장 같은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의 삶에 투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며 슬픔과 기쁨의 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의 속내를 꺼내지 않고 자신을 어필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그저 우리 삶과 무관한 타인으로 존재했다.
언제나 소극적이고,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기에 영이는 사회적 성공과는 동떨어진 위치에서 맴돈다. 지혜롭다고 보기도 애매하고 무슨 영적 마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착하다는 장점 역시 현실에 대입하면 억울한 일만 늘어날 뿐이다. 그리하여 영이의 소망은 늘 깨지고 엇나가며 그는 상처만 안은 채 점점 고독해져 간다.
급사(보조 사무원), 경리, 요양보호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들이 없으면 사회는 동력을 상실한다.
세상이 특별함을 요구하면 할수록 누군가는 묵묵히 일해야 하고, 세상이 금전적 성공을 노래할 때 누군가는 돈이 안 되는 영역에서 세상을 돌봐야 한다.
책은 그런 영이들을 호명하며, 어쩌면 그들 덕분에 세상도 돌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짚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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