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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미·중 간 반도체 기술 격차에 대해 “몇 나노 초에 불과하다”며 양국 간 치열한 경쟁 구도의 현실을 짚었다. 29일자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황 CEO가 최근 팟캐스트 ‘BG2’에 출연해 “중국이 미국보다 몇 나노초 늦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미국 기업)는 경쟁을 피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한층 고조된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 눈길을 끈다.
황 CEO는 중국이 빠른 속도로 반도체 기술을 추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중국의 방대한 인재 풀” “근로자들의 성실함” “치열한 지역 간 경쟁” 등 중국의 산업 성장 동력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실제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 높이기를 국가 전략으로 삼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왔으며 최근엔 AI 칩을 비롯한 첨단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이런 흐름을 견제하고자 첨단 반도체와 AI 칩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해 왔다.
엔비디아의 경우, 중국 시장 전용으로 개발한 인공지능(AI)칩 ‘H20’ 수출길이 4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때문에 막히는 상황을 겪었다. 7월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수출이 부분적으로 재개돼 양국의 긴장 속에서도 상호 의존성을 확인시켰다. 황 CEO는 “과도한 규제가 결국 미국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시종일관 우려를 표해 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공공 부문이나 주요 기업들에 엔비디아 칩 사용을 줄이도록 압박 중이라고 분석된다.
대만 출신인 황 CEO를 중국 측에선 동포로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엔비디아도 CEO 자신도 미 국적이라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다만 엔지니어이자 경영자인 황 CEO로선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양국 모두의 이익” “세계 어디서든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해야 기술 발전 가속화”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그는 나아가 미국 당국에 “수출 통제보다 개방이 장기적으로 더 큰 경제적 성과와 지정학적 영향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을 향해 “외국 기업의 투자와 경쟁을 허용하는 게 중국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시장 개방 유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AI 설비 과잉투자 우려와 관련해선 “범용 컴퓨팅이 가속 컴퓨팅과 AI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기에 과잉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현 상황을 “원자폭탄은 아무도 원하지 않지만 모두가 AI를 필요로 한다”는 비유로 설명했다. 끝이 안 보이는 미·중 기술 패권 다툼 속에 황 CEO는 ‘차단보다 경쟁이 답’ 메시지를 부각시켰다. 미국 정부 내 규제 강화 기류와 대조적인 입장인 셈이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향방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을 지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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