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곧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양국 정상이 14일 미 백악관에서 회담할 계획”이라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할 새 기회”라고 짚었다. 트럼프가 주권국가들의 유권자 권익을 무시한 글로벌리즘 질서에 맹공을 가하며 세계적 신질서 구축을 천명한 가운데 이념적 색채를 공유한 밀레이를 어디까지 뒷받침할지 주목된다. 이스라엘 현직 총리, 브라질의 전임 대통령 지지에 이어진 행보이기도 하다.
가자전쟁 장기화로 국내 정치적 위기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사법 처리 대상으로 곤경에 처한 자이르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 수준은 아니지만 밀레이도 여러운 처지다. 밀레이는 전방위적 구조조정으로 집권 1년여 시점 이래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호평이 이어졌으나 단기적으론 빈곤율·실업자 증가, 중산층·저소득층 생활 여건 악화를 불러 노동조합·시민단체 등이 이미 총파업· 시위 등으로 정부에 맞서고 있다. 설상가상 여동생 카리나가 장애인 관련 계약의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됐다는 보도로 정치적인 타격을 받았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 부족과 무역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며 강(强)페소 유지 전략이 수출 여건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초미의 관심사는 트럼프가 밀레이정부를 ‘통화스와프’ 형태로 지원할 가능성이다. 이미 지난달 24일 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아르헨티나와 약 200억 달러(28조 원) 규모의 스와프 협상을 진행 중이며 “필요하다면 어떤 조치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게 주요 외신을 장식했다. 중간선거(26일)를 앞두고 수세에 몰린 밀레이에 조력자 역할을 트럼프 정부가 자처한 셈이다.
작년 11월 미 대선 직후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를 제일 먼저 만난 해외 정상도 밀레이였다. 밀레이는 2023년 12월 취임 전후 이래 열 차례 안팎 미국을 방문하며 보수 세력과 밀착 행보를 보여 왔다. 트럼프 역시 이런 밀레이를 각별히 챙기는 모양새다. 일부 언론에선 일찍부터 트럼프와 밀레이의 ‘이념적 유사성’에 주목해 왔다. 2023년 11월24일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밀레이(당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트럼프 측의 호감을 자세히 다뤘다.
밀레이는 정상회담 차 방미하면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 머물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지난달 23일 밀레이와 트럼프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만나 양국 협력관계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때 트럼프가 밀레이에게 트루스소셜 게시글 ‘진정 훌륭하고 강력한 지도자’ 인쇄물을 선사하기도 했다. 일명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밀레이는 ‘공격적인 예산 절감’ ‘좌파를 향한 맹공’ 등을 통해 트럼프 및 지지층인 미 보수진영에 ‘동지’로 인식돼 있다.
트럼프가 2025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으로 상징되는 냉전·탈냉전 질서를 넘어설 것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강고한 저항도 의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새 국제질서 구축에 함께할 우군의 절실함이 강조된 셈이다. 그날 유엔본부 건물에서 트럼프 부부가 올라탄 에스컬레이터의 위험천만한 급정거, 연설 직전 작동을 멈춘 프롬프터와 마이크 등을 그는 공식적으로 문제삼을 기세로 보였다. 실제 유엔총회 연설 직후 찍힌 트럼프 부부의 토막 영상이 돌고 있다. 일련의 사고 배후를 규명하겠다는 트럼프, 그를 멜라니아 여사가 말리는 티격태격 장면으로 읽힌다.
이런 트럼프이기에 밀레이 같은 ‘내 편’이 중요하다. 보수적 가치관을 중심으로 지난 한 세대의 편향성을 수습하기 위해 동지들을 규합 중인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력한 협상 파트너”라며 차기 국제질서 재편의 축으로 간주한 것도 그런 태도의 연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실력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MBS)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돼 국제사회 지탄이 쏟아질 때도, 트럼프는 MBS식 국가 발전 방향성을 긍정 평가하며 그를 계속 중동 평화구상의 한 축으로 대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부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아 온 튀르키예의 레지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트럼프에겐 국제 역학 균형추의 하나다. 트럼프는 인권 탄압·경제 위기 속 튀르키예를 두고 “훌륭한 동맹”이라며 옹호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선 대선 패배 후 가택연금에 처해져 내란죄 법정에 세워진 보우소나루를 편들며 브라질 현 정권을 향해 ‘마녀사냥을 멈추라’ 촉구한 일이다. 심지어 이 상황을 빌미로 브라질에 50% 관세를 물렸다. 또한 이스라엘이 중동 유일의 현대적 세속(정교분리)국가이자 완전한 대의제 민주주의 시스템이기에 네타냐후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가 각별한 인연을 과시해 온 해외 정상엔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도 있다. ‘중국 견제’ 인도·태평양 전략의 발안자인 아베를 트럼프는 자주 칭송했으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아키에 여사의 안부를 정기적으로 챙기고 작년 12월 플로리다 자택 마러라고에 초대한 것도 크게 보도됐다. 트럼프가 2016년 11월 첫 대선 승리 때 가장 먼저 만난 해외 정상도 마침 뉴욕 방문 중이던 아베였다. “아베는 나와 코드가 맞는다”고 공공연히 말할 만큼 강한 호감을 표하곤 했다. 반면 프랑스·독일 정치인들에 대해선 냉소적 비판성 언급이 많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