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년여간 산업은행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기업들에 약 22조원 규모의 신규 여신을 제공했다. 분식회계 등으로 금융당국에서 제재받은 회사가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제재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추경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국민의힘, 대구 달성군)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서 각각 제출받은 자료로 산업은행은 2015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계처리 위반 조치를 받은 89개 기업에 총 21조8390억 원의 신규 여신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모두 제재 이후 새로 취급된 금액으로, 회계 위반 사실이 확인된 기업들에 대한 대출은 제재 이후에도 이어졌다.
연도별로는 2016년이 9조2872억 원(16개사)으로 가장 많았고, 이후 다소 감소했지만 2024년에도 4920억 원(4개사)의 신규 여신이 집행됐다. 올해 8월 말 기준 과거 회계 위반 이력이 있는 129개 기업에 대한 여신 잔액은 24조8832억 원에 달한다.
산은은 대출 승인 이유로 “조치 사항 발생 즉시 여신 취급을 중단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조치의 경중과 최근 5년 내 지적 횟수를 고려해 4단계로 사후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도 회계 위반 기업 144개사에 2조401억 원의 신규 여신을 취급했다. 2015년 95억 원 수준이던 여신 규모는 2020년 4766억 원(48개사)으로 늘었고, 2021년 이후에도 매년 2000억 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는 회계기준 위반 37개사가 총 9272억 원의 여신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8월 고의 분식회계 등에 대한 과징금을 확대하고, 기업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추 의원은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들에 국책은행이 여전히 대출을 승인해 자금줄이 끊기지 않게 하면서, 금융당국 제재의 실질적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책은행이 회계 위반 기업에 여신을 지속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신뢰를 해치는 일”이라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부실 위험 기업에 대한 여신 관리 기준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불량회계 기업에도 자금이 돌아간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국책은행이 공공성과 건전성을 엄격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