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회귀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 경제는 뚜렷한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25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한국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극복하며 공격적인 혁신 통해 다음 성장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통상 환경의 긴장과 금리 기조 변화, AI 경제 가속화라는 거시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단순한 생존이 아닌 구조적 도약을 선택했다.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으며 우주항공, 바이오·헬스, 금융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은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고 있다. 본지가 조명하는 50개 기업은 이러한 격변 속에서 대한민국 경제 엔진의 최전선을 담당하며 불확실성을 기회로 전환하고 있는 핵심 주체들이다.
시장 지배력, 고객 만족, 혁신 리더십, 상생 문화, 생산적 금융이라는 5대 핵심 가치를 기준으로 선정된 50개 기업의 올해 성과를 분석한다.
이번 주제는 R&D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2025년 산업의 기술적 한계를 돌파한 혁신 기업들이다.
1부. 2025 한 해를 빛낸 10대 기업
2부. 2025 혁신리더 10대 기업
3부. 2025 고객만족 10대 기업
4부. 2025 상생문화 10대 기업
5부. 2025 생산금융 10대 기업
한화오션: 바다 위 탄소중립 ‘그린쉽(Green Ship)’의 선구자
한화오션은 2025년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힘입어 수주 잔고 14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유럽 선주들로부터 친환경 기술력을 인정받아 2.6조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최근 탄소중립이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친환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눈에 띄는 성과다.
한화오션은 환경 규제 강화에 맞춰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친환경 연료 사용을 위한 기술이 적용된 ‘그린쉽’ 전략을 통해 친화경 선박 분야에서 초격차를 실현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암모니아 및 수소 추진 선박 기술과 LNG 고압 엔진의 탄소 배출 저감 기술은 글로벌 환경 규제(IMO)에 대응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진보된 솔루션이다. 한화오션은 단순한 조선소를 넘어 해양 탈탄소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진화하고 있다.
보령, 암 정복을 넘어 우주 생명 공학으로 간다
보령은 항암제 사업의 급성장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초로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보령의 항암제 사업은 레거시 브랜드 인수(LBA) 전략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며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고혈압 사업을 뛰어 넘었다.
보령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와 세포독성 항암제 탁소텔의 글로벌 영업권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도 마련했다.
하지만 보령의 진정한 혁신은 우주에 있다. 보령의 ‘Care In Space(CIS)’ 프로젝트는 미세 중력 환경에서의 인체 변화와 헬스케어 솔루션을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민간 주도 우주 사업이다. 기존 제약업의 틀을 깨고 다가올 우주 여행 시대를 대비하는 보령의 상상력과 실행력은 제약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SK에코플랜트, 반도체·AI 품다
SK에코플랜트는 SK 머티리얼즈 산하 4개 소재 자회사를 편입하며 반도체 소재부터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확보했다.
해당 자회사들은 각각 반도체 제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SK머티리얼즈 퍼포먼스가 생산하는 포토 소재와 SK레조낙의 식각 가스는 반도체에 새겨지는 미세회로 구현 정밀도를 좌우하며 SK트리켐이 생산하는 전구체는 웨이퍼 박막 증착 공정에서 품질과 수율을 결정한다.
여기에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에어플러스가 생산하는 산업·특수가스 공급이 더해지며 반도체 제조 환경 전반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SK에코플랜트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미래로 불리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차세대 반도체 핵심 공정 신규 소재에서도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철강의 탈탄소화 ‘하이큐브’
현대제철은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 대신 전기로를 활용해 고품질 판재를 생산하는 저탄소 생산 체계 ‘하이큐브’ 구축에 속도를 냈다.
하이큐브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저탄소 철강 브랜드 하이에코스틸은 하이브리드 공정을 통해 20%의 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약 330만t 규모의 철강 제품을 기존 고로 공정과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며 생산 가능하다.
대표적인 굴뚝 산업으로 불리는 철강 산업은 친환경 전환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사업으로 꼽히고는 했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빠른 저탄소 전환을 통해 탈탄소 철강산업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저탄소 철강 생산 기술은 탄소 중립 시대에 철강 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 기술로 평가받는다.
GS건설, 건설 현장에 디지털 혁신 도입
GS건설은 AI를 활용해 공사 기준을 어디서나 검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 ‘자이북’을 개발했다. 5000장이 넘는 주택 공사 시공 기준 표준 시방서와 한국토지주택공사 시방서 등을 AI를 활용해 최신 기준을 알려준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미지와 텍스트를 추출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또한 GS건설이 가지고 있었던 사내 데이터를 AI로 학습시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검색이 가능하도록 했다.
GS건설은 현장 외국인 근로자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AI 번역 프로그램 ‘자이 보이스’도 개발해 활용 중이다.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음성을 인식해 120여 개 언어로 번역할 수 있다. 기존 번역 프로그램은 건설 전문 용어에 대한 번역이 어려웠으나 이제는 전문 용어를 각 나라 언어로 번역할 수 있다.
동아제약, 박카스의 저력 위에 핀 바이오의 꽃
동아제약(동아ST)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이뮬도사’의 글로벌 임상 및 허가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며 바이오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증명했다.
동아ST는 파트너사를 통해 이뮬도사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품목 허가를 받아 유럽 시장에 출시한 이후 미국까지 공략하며 해외 사업 매출이전년 대비 51.2% 급증했다.
이뮬도사의 성공은 이뮬도사의 효능도 큰 역할을 했지만 동아제약이 박카스로 형성한 유통망도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캔박카스로 다져진 유통망과 최첨단 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의 결합은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한 영리한 혁신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전통적인 화학 합성 의약품 강자에서 바이오 의약품 플레이어로의 성공적인 전환이다.
유한양행, 오픈 이노베이션의 승리 ‘렉라자’
지난해 8월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하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국산 신약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존슨 앤드 존슨의 ‘리브리반트’와의 병용 요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는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3억20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유한양행은 연매출 2조 원을 돌파했다.
렉라자의 성공은 외부 바이오 벤처의 기술을 도입해 가치를 높인 후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성과로 꼽힌다. 현재 유한양행이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 33개 중 절반 이상이 외부에서 도입됐다.
렉라자의 성공은 단순한 매출 증가를 넘어 ‘나 홀로 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 제약 산업이 나아가야 할 협력 모델의 표준을 제시했다.
일동제약. 먹는 비만 치료제로 판 뒤엎는다
일동제약의 R&D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비만·당뇨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성과를 발표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9월 완료된 임상 1상 결과 50mg에서 평균 5.5%, 100mg에서 6.9%의 감량 효과가 있었으며 200mg에서는 평균 9.9%의 체중 감소가 확인됐다.
장시간의 운동과 꾸준한 식이요법이 요구됐던 기존의 다이어트 방식과 다르게 빠르고 쉽게 살을 뺄 수 있는 비만 주사제의 인기는 ‘위고비’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여기에 현재 없어서 못 파는 비만 주사제를 알약으로 만들 수 있다면 파급 효과는 말할 필요도 없다. 주사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파괴적 혁신이 될 것이다.
대한항공, 항공도 디지털 전환
대한항공은 항공사의 공통 과제인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혁신을 이뤄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항공사도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으나 네트워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본사와 해외 지점 간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늘어나며 국제 전용 회선 구간에서 병목 현상이 잦았고 현장 대응이 늦어졌다. 국제 회선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였다.
대한항공은 2023년부터 삼성 SDS와 함께 네트워크를 클라우드로 전면 재구성해 구축 기간과 비용 등을 대폭 줄였다.
대한항공은 올해 11월 APEX FTE 아시아 엑스포에서 인공지능(AI) 기술 활용과 클라우드 전환 등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공업계 디지털 혁신을 주도한 선구자 역할을 인정받아 ‘FTE 아시아태평양 선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넷마블, 웹툰을 게임으로 모바일을 콘솔로
넷마블은 올해 11월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IP를 사용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오버드라이브’를 게임 플랫폼 스팀과 엑스박스 PC 를 통해 출시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오버드라이브는 출시 직후 리뷰를 작성한 1786명 73.6%에게 긍정 의견을 받아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출시해 대성공을 거뒀던 넷마블은 이전까지의 주력 산업이었던 모바일을 넘어 콘솔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넷마블은 단순히 원작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게임만의 액션성과 스토리텔링을 더해 원작 팬과 게이머를 동시에 만족시켰다. 웹툰을 게임에 이식한 후 콘솔 시장까지 연결하는 IP 밸류체인을 완벽하게 구현한 콘텐츠 혁신 사례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