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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지도자의 지도력은 나라의 명운을 좌우한다. 리더십, 곧 통치력의 중요성이다. 지도력 발휘의 첫 출발은 사람쓰기라고 할 수 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모든 국정이 순리대로 풀리지만 반대 경우엔 혼선이 가중된다. ‘인사만사(人事萬事)’냐, ‘인사망사(人事亡事)’냐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가른다. 수많은 결점을 인재를 영입해 보완하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게 동서고금 성공한 지도자들이 보여준 리더십 요체다.
이런 측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경제 라인업에 중도·보수 성향의 중량급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특유의 '실용주의 용인술'을 다시 한번 선보여 긍정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이혜훈 전 국회의원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김성식 전 국회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해 대표까지 지냈다. 그러다 지난해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등 기본적으로 정통 보수의 색깔을 유지해 온 그를 발탁한 것 자체가 예상을 깬 파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전 의원의 경우 보수정당 출신이면서도 '제3의 길'을 고집해 온 중도 성향 인사로 꼽힌다. 2008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에 처음 입성했으나 당 쇄신을 주장한 끝에 2011년 탈당했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 이후 재결합해 국민의당 소속으로 두 번째 국회의원을 지냈다.
여하튼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되는 인사들을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발탁한 이 대통령의 인재 중시 철학은 합리적이다. 이들이 임명된 자리 역시 의미가 작지 않다. 기획예산처는 이재명 정부의 주요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기획재정부 권한 분산' 기조에 따라 분리·신설되는 조직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과 주요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헌법상 자문기구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되 부의장이 그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보수 및 중도 성향으로 상징성이 큰 인사들에게 경제 정책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책을 동시에 맡긴 셈이다. 특히 정당과 이념,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민통합 효과를 염두에 둔 행보이기도 하다.
이는 이 대통령이 6월 4일 취임 선서를 하면서 제시한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는 언급과 궤를 같이 한다. 대통령 집무실의 청와대 이전이 마무리되고 이재명 정부의 사실상 2기 출발을 앞둔 시점에 이를 재현함으로써 새해 경제 재도약의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도 보인다.
관건은 경제 등 각종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한 데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혜훈 후보자는 "갈등과 분열이 대한민국 국정에 과거 어느 때보다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지금, 무거운 책임감으로 제가 평생 공부해 오고 쌓아 온 모든 것을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에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밝힌대로 열과 성을 다해 국가 경제 활로를 찾는 데 힘쓰길 당부한다.
한심한 건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자당 소속 이혜훈 전 의원이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되자 즉각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전 의원을 제명 조치했다. 옹졸한 행태다. 만년 야당만 할 게 아니고, 자신들도 언젠가 집권하면 정파·이념을 넘어 합리적 인사를 영입해야 하는 게 아닌가. 수권을 꿈꾸는 제1야당이라면 대국적 시야를 지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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