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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환란 사태를 겪은 우리나라는 최근 그리스 사태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사실상 국가부도(디폴트)에 직면한 그리스는 ‘막판 국민투표 결정’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하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과연 그리스 경제가 살아날 불씨가 있느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
그리스는 한때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달러를 구가했던 선진국이다. 하지만 올해 기준 1만8863달러로 추락하며 1인당 GDP 전 세계 순위가 40위에 불과한 국가로 전락했다. 더 심각한 사안은 그리스 경제가 산업기반이 취약하면서도 복지 시스템은 호화롭기 그지없다는 데 있다. 여기에 공공부문 부정·부패와 부유층의 탈세현상이 심화되면서 그리스 경제의 발목을 꽉 잡고 있다.
신들의 나라, 민주주의 성지, 올림픽의 나라 등 온갖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 부러움과 시샘의 나라였던 그리스가 이처럼 회생하기 어려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 언뜻 믿어지지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내세울 변변한 산업이 없어 경제불씨를 살려내기 어려운 것이 그리스의 진짜 위기다. 선조들의 최대 선물인 관광 산업이 후손들에게 독배가 되고 만 것이다. 현금 수입에 의존한 탄탄한 관광 산업은 되레 탈세 등 부패를 조장하고 근면성과 노동의욕을 상실케 하는 단초가 되고 말았다.
그리스는 그럼에도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 보다 그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현 급진좌파연합의 300조가 넘는 빚탕감 공약이 그리스인들에게는 자기무덤이었지만 환상이 됐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약속 보다 오히려 허리띠를 더 푸는 포퓰리즘에 그리스 국민들은 빨려 들어갔다. 그 치명상이 작금의 사태다.
빚에 연명하는 상황에서도 빚을 탕감하자고 조르는 상황을 만들며 ‘자폭장치’를 가동해 온 그리스는 사실상 국제여론의 비난을 자초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언젠가 빚을 갚겠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것은 하물며 개인에게도 기본이다. 설사 빚을 갚지 못하더라도 자기성찰과 반성이 먼저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 또한 정도다. 국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만 해도 IMF 사태 당시 국제사회에 온갖 머리를 다 조아리며 피눈물을 흘리고 또한 반성했다. 나아가 국가경제의 기둥인 기간산업을 거침없이 팔아치우며 배수진을 쳤다. 이에 전 국민들은 장롱 속에 있던 결혼반지, 돌반지까지 꺼내들고 나와 ‘금 모으기 운동’으로 결사의 경제항전을 했다.
모든 국민들은 고층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멈춰설 것을 두려워했다. 버스·지하철까지 끊기고 수돗물과 전기까지 단전될 것을 실제 거론하는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극단적 공포를 통해 우리는 경제불씨를 되살릴 힘을 모았다. 그리고 아끼고 아껴 회생의 힘을 비축했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지옥 같은 환란을 겪으며 스스로를 반성하고 더욱 강한 체질의 경제를 일궈낼 기반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리스에서는 도무지 이런 모습이 안 보인다. 오히려 거대한 빚폭탄을 들고 유로존 국가들을 위협하는 행보를 해 왔다. 이런 와중에도 국민 4명 중 한 명이 공무원이고 그 공무원들은 퇴직해도 월급을 거의 똑같이 받고 있다고 하니 그 복지수준이 놀라울 뿐이다.
공무원들의 이 같은 득세는 결국 부정·부패로 이어지고 부유층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 그리스 지하경제가 국내총생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라고 하니 유구무언이다. 결국 국가나 사회에 공공성 보다 개인의 사욕이 급격하게 부풀어 올라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것이 그리스 디폴트의 진짜 내면이다.
똑같이 국가부도 위기를 겪은 우리와 그리스는 왜 이렇게 극명한 차이를 보일까. 작금의 우리 사태를 보면 그 해답이 보인다. 우리도 현재 그리스를 닮아가는 현상을 보면 이해가 갈 일이다. IMF 사태 당시만 해도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 그리고 근면함과 성실함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복지포퓰리즘으로 역전을 하고 말았다.
정치인들은 입맛 열면 국민들에게 단꿀을 주겠다고 공언하며 소리친다. 국민들은 이에 환호하고 그런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고 있다. 민생경제가 바닥이고 기업들의 어려움이 심화되는데도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향유하고 지키기 위해 이런 헛된 망상을 국민들에게 주면서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다. 그리스 정치인들과 다르지 않은 오십보백보 차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빚은 가장 위험한 괴물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총아가 본원통화(화폐)의 수십배에 달라는 신용(빚)으로 창출돼 이룩된 허상임을 이젠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위험성을 항상 느끼고 생활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고 정도다. 그 빚에 한번 물리면 절대 헤어나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신용 철창’ 속에서 단 한시도 벗어날 수 없는 국가의 ‘빚 관리’는 더 두말할 나위 없이 극도의 긴장감에 스스로를 늘 돌아보는 자세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도 언제부터인가 빚에 무감각해지고 빚을 갚지 않으려는 탕감의식에 빠졌다. 여차하면 빚폭탄을 터뜨려 모두를 위험하게 하는 생각을 가진 분위기마저 형성됐다. 이것이 모아지면 작금의 그리스 자폭장치와 하등 다를 게 없다. 그 이후는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모두 파산하는 총체적 디폴트다. 이후 개인은 국제사회에서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고아, 더 나아가 노예적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빚은 곧 돈이다. 돈은 누구에게나 절박한 자존심이고 생명줄이다. 그 귀한 가치를 함부로 쓰고 없는 것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작태는 그야말로 막가자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오늘의 그리스 진짜 위기는 이런 복지허상의 괴물이 그들을 칭칭 둘러싸고 있는데 있다.
그리스 사태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먼 일이라고 치부하면 큰일이다. 우리 자신의 내면에 똬리를 단단히 틀어가고 있는 복지포퓰리즘과 그 환상은 속된말로 말해 ‘공짜주의’이며 그것이 심화되면 ‘남의 돈 쉽게 보기’ 현상을 일반화 시킨다. 이는 훗날 또 다른 환란을 일으킬 치명적 독버섯이다. 우리 사회에 그리스 못지않은 독버섯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현상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내 죽기보다 싫은 ‘가난으로의 동반추락’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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