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년 된 체육·예술 ‘병역특례’ 폐지 고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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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장 병역특례제도 폐지·축소 가능성 내비쳐
구시대적 특례제도 국민 인식 등 현실에 어긋나
관계 부처 참여 TF에서 국민 공감하는 결론 기대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8 00:02:01

우리나라 출생률 저하와 함께 병역자원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군복무에 특혜를 주는 병역특례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형평성·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제도인 만큼 국민의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50여 년 전 병역특례 도입 당시와 현재를 비교해 도입 취지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제도를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병역특례 문제는 최근 이기식 병무청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체육·예술 요원 병역특례제도 폐지를 포함한 개편 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하겠다”고 말하면서 주목됐다. 이 제도는 1973년 스포츠와 예술 분야 국제대회에서의 수상을 국위선양으로 여길 때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시대적 분위기나 국민의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 더욱이 매년 줄어드는 병역자원을 생각하면 이제야 이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병역특례제도는 전문연구·산업기능 요원, 공중보건의, 그리고 체육·예술 특기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중 국가 산업발전 목적의 전문연구·산업기능 요원과 공공의료 분야에서 복무하는 공중보건의는 사회적 필요에 의해 운영되는 병력특례서 지금까지 큰 논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체육·예술 특기자의 경우 개인의 성과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어서 공정성·형평성 차원에서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다.

체육 분야에서 올림픽대회 금·은·동메달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 4주간 기초군사훈련만 받으면 병역의무를 면제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 진출 때는 일시적으로 병역특례를 적용한 적도 있었다. 예술 분야는 30개 국제경연대회 1·2위, 5개 국내경연대회 1위, 그리고 국가무형문화재 전수자에게도 병역특례가 적용된다.

여기서 대중예술인은 특례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불거져 왔다. 특히 지구촌에 한류 열풍을 일으킨 방탄소년단(BTS)이 국위선양에 기여한 점이 분명한데도 앞서 열거한 분야의 예술 분야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됐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진 ‘구시대적’ 기준에 근거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정명훈·정명화·정경화 등 ‘정트리오’가 활약했던 당시엔 클래식 국제콩쿠르를 통해 국위선양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대국 10위권 안팎에 머물고 있고 한류 열풍으로 이미 지구촌에서 위상이 확실히 각인돼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부 예술·체육인에게 국위선양을 이유로 신성한 국방 의무에 예외를 두는 건 시대 상황이나 국민 정서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저출생 영향으로 병역자원이 급감하는 현실을 봐야 한다는 점이다. 한때 ‘60만 대군’으로 불리던 우리 군 병력이 이제는 50만으로 줄어들었다. 국방부가 지난해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 군사력을 북한과 비교하면 상비 병력에서 차이가 난다. 북한군 상비 병력은 국군보다 2.56배 많은 128만여 명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2018·2020년 백서에 나온 숫자와 같았지만, 국군은 2년 전의 약 65만5000명에서 15만5000명가량 감소한 것이다.

아무리 드론·AI 등 첨단장비를 전선에 투입한다 해도 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은 군사력이라는 것은 알려진 상식이다. 심각한 병력 부족의 현실을 고려해 체육·예술 분야 등 시대에 맞지 않는 병역특례를 이제는 폐지해야 할 때가 됐다.

정부는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 위해 이달 중 국방부·병무청·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내에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국민이 공감하는 결론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