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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전우치’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마음’이 도사의 도력 보다 강한 것임을 잘 표현해 주었다. 그 무엇도 불가능할 것이 없는 일종의 슈퍼맨인 도사들이 ‘조선’이라는 인간세상에서 마냥 왈패(깡패)처럼 할 수 없었던 것은 ‘악마적 속성’이 있는 권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 했다. 착한 도사 전우치(차태현 분)도 도력을 무한정 사용하지 않았고 악의 화신 강림(이희준 분) 조차도 현실정치에서는 조정대신들의 마음을 얻어 왕이 되고자 했다. 이처럼 마음을 짓누른 나쁜 권력욕은 그 힘이 아무리 세도 결코 오래갈 수 없거나 권력을 쟁취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인심)이 슈퍼능력인 도력(도사) 보다 크다(천심)는 평범한 진리 때문이다. <사진=드라마 전우치 홈페이지>
예로부터 권력은 ‘욕망의 무한 진동자’ 처럼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한없이 자극하는 요상한 괴물로 여겨져 왔다. 권력이라는 그물에 걸려들면 그 악마적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이 괴물 앞에 누구도 먹히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없는 것이 권력의 치명적인 맛이면서 또한 묘한 독성의 이중성이다.
최근 종영을 한 드라마 ‘전우치’는 비록 역사적 인물을 가공한 스토리였지만 권력이라는 독성이 얼마나 무섭고 질긴 것인지를 잘 보여줬다. 권력의 중심에 있던 왕(이거·안용준 분)은 ‘허수아비 어린아이’일 뿐이어서 권력암투의 변방에 있었지만 이 같은 이름뿐인 왕의 역할은 오히려 ‘선한 권력’의 상징으로 또한 훌륭하게 묘사됐다.
정작 권력이라는 마약에 빠져든 이들은 왕의 주변에 있었다. 선과 악의 대비였다. 이들이 먹은 마약은 절대 해독제가 없는 무한 권력식욕이었다. 누구든 어느 한쪽이 죽어야 해결이 되는 권력의 냉혹함이 묻어났다.
반정공신(反正功臣)은 능지처참이라는 대역죄를 각오한 권력의 화룡점정(畵龍點睛)에 있는 사람들이다. 오늘날 같으면 쿠테타로 역심을 성공시킨 사람들의 다른 이름이다. 쿠테타에 성공한 반정공신 간의 이어진 암투는 권력이 얼마나 추악한 피를 묻혀야 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드라마는 여기에 특유의 ‘착한 도사’(전우치·차태현 분)인 동양적 슈퍼맨을 동원해 해소시키는 카타르시스를 시청자들에게 주었다.
음울한 권력욕의 정점에는 반정공신임에도 다시 역심으로 왕이 되고자 했던 마숙(김갑수 분)과 좌의정 오용(김병세 분)이 대립해 있었다. 마숙이 좌의정을 발판 내지 지렛대 삼아 왕이 되고자 한 전략형 권력욕을 추구했다면 본래부터 권력의 중심에 있던 좌의정은 세력을 모으면서 왕과 종친을 압박하는 정면돌파형 권력을 추구했다.
이들이 이토록 목숨을 걸고 권력을 추구했던 배경은 물론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은 자신의 욕망 확장자를 제어하지 못한데 원인이 크다. 권력의 그물에 얽히면 헤어나지 못하는, 시대를 초월한 권력의 속성을 드라마는 그럴듯하게 표현해 냈다.
마숙은 조선의 계급사회에 대항한 권력구조의 타파에 목숨을 건 ‘명분’을 쥐었지만 동시에 2인자라는 설움을 대변한 권력의 본능에 충실히 따랐을 뿐이기도 했다. 마숙이 조선의 왕이 되고자 한 목표는 이처럼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권력의 이중성(탐욕과 명분)을 상징화 했다.
대의를 상징하는 명분은 곧 선한 권력이지만 탐욕이 깃든 가짜 대의는 더 무서운 칼날이 돼 자신에게 돌아오는 법이다. 마숙은 그렇게 자신이 만든 날카로운 칼에 심장을 맞아 죽어갔다. 율도국의 예쁜 공주 홍무연(유이 분)이 선한 권력의 상징이 돼 마숙에게 던진 독이 묻은 칼은 그렇게 나쁜 권력의 상징인 마숙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혀 들어갔다.
마숙의 비참한 최후는 결코 선한 권력이 될 수 없음과 동시에 오히려 악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또 다른 악행을 만들 개연성이 더 큰 것을 막는 행위로 느껴지게 했다. 악을 악으로 보호하는 권력의 독침을 맞으면 그 누구도 그 올가미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 그 악의 행동대장으로 나온 ‘나쁜 도사’ 강림(이희준 분)은 정말 악의 화신처럼 행동했다. 전우치에 대한 강림의 끝없는 열등감과 승부욕·지배욕은 나쁜 권력의 전형이다.
전우치와 강림의 마지막 태백산 결투에서 외견상 힘만으로 보면 누가 이길지 뻔했다. 수많은 도사들로부터 도력을 강탈한 강림의 승리는 당연한 것이어야 했다. 오늘날 수많은 네트워크와 금력·학맥 등을 갖고 있는 도력이 강한 정치인이 신출내기 정치인을 아이 다루듯 하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우치는 강림에게 도력을 빼앗기는 마지막 순간에 스승의 말을 떠올려 대세를 반전시켜 승리했다. 그 순간에 강림을 이기려는 욕심도, 살심(殺心)도 모두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스승의 말 한마디였다. 살생을 불사한 탐욕으로 얼룩진 무한식욕인 나쁜 권력욕을 이기는 길은 욕망을 버리는 초심이었다. 순수하고 착한 마음 그리고 권력을 버리면 권력을 이길 수 있는 ‘현실의 아이러니’는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정화시킬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장면을 역시 드라마틱하게 풀어냈다.
또 한편에서 마숙 이상의 권력욕에 빠진 좌의정과 그 일파는 사실 전형적인 현실정치의 한 단면이다. 힘이 있는 우두머리를 쫒아 부귀와 공명을 쫒는 권력의 아부꾼들이 사실 권력을 추구하는 종범 보다 더 나쁘다. 이리저리 줄 잡기에 바쁜 권력 추종자들을 먹이삼은 것이 바로 나쁜 권력의 리더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전우치가 남긴 중요한 메세시가 또 하나 의미 있게 남는다. 아무리 도력이 넘치는 도사라고 해도 그 도력의 힘 보다 더 큰 것은 바로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강림이 그토록 강한 도력을 중앙정치 무대에서 쓰기를 저어하면서 ‘여기는 저잣거리 왈패판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현실정치에서도 새겨 들을 말이다. 정치는 힘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과정이고, 또한 마음을 얻는 과정이다. 도사나 슈퍼맨이 정치를 독단한다면 ‘나홀로 외로운 깡패’에 지나지 않는다. 그 끝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자신의 권력과 뒷배만 믿고 무한권력욕을 부리는 것은 언젠가 맞을 부메랑을 감수해야 한다. 진짜 권력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서 나오듯 나쁜 권력을 고집하거나 오래 갖게 되면 사람의 마음을 모두 잃는다. 사람의 마음은 우주의 정기(에너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 어떤 왈짜패 무력보다 힘이 세다. 따라서 도력이나 무력은 사람의 마음 보다 결코 세지 못하다.
전우치가 이치(차태현 분) 역으로 2인연기를 하면서 도력 사용을 자제하며 현실정치에서 평범한 사람의 역할을 하고자 한 것이나 악마의 화신 강림 조차 내금위장으로 현실정치에서 또한 평범한 사람의 역할을 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무한권력이 되는지를 잘 묘사해 줬다. 그런 점에서 전우치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흔한 말이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분명하다. 그 어떤 권력도 사람의 마음을 나쁘게 흔들면 그것은 흔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무력(나쁜 권력)일 뿐이고, 그것은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현대물리학의 대세인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만 봐도 사람의 마음은 곧 우주를 관통하고 움직이는 모종의 힘을 가졌다.
현실세계는 따지고 보면 ‘왈짜패들의 세계’가 틀리지 않는다. 강한 자가 살아남고 승리를 한다. 그것은 국가 간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하지만 진짜 권력을 쥐려하면 이 같은 깡패근성만으로는 절대 안 된다. 반드시 응당한 벌을 받는다. 진정성 있게 타인을 돕고 보호해 주는 선한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오래가기도 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강한 방패다.
구소련(러시아) 붕괴 이후 일극주의 패권을 갖고 있는 초강력 군사·경제대국 미국이 숱한 욕을 먹고 견제와 테러를 당하면서도 ‘그래도 G2로 부상한 중국으로 대체되면 큰일 난다’는 평가에는 미국이 갖고 있는 ‘묘한 역할’(국제경찰)이 중국 보다 훨씬 낳은데 있다. <스카이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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