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사태 확산으로 대한민국 산업현장 곳곳에 비상등이 켜졌다.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경기 전반을 대폭 위축시켰고 체감되는 피해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듯 각종 경제지표도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상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전 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업황BSI는 54로 전월 대비 11p나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며 낙폭은 관련통계가 집계된 2003년 1월 이후 가장 컸다.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수준이 특히 나빴다. 지난달 중소기업의 업황BSI는 46을 기록하며 대기업(65)에 크게 못 미쳤다. 낙폭도 전월 대비 12p나 떨어지며 역대 가장 최대치를 보였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들긴 했으나 후폭풍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우려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4월 업황전망BSI는 45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19p나 떨어졌는데 이 역시 역대 최악의 하락폭이다. 무너지는 중소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놓기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지만 대부분 실효성이 떨어지는 내용들이라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예년 같으면 총선을 앞두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라도 생겨났지만 위기의 심각성 때문인지 그 마저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코로나 사태 후폭풍’을 선정하고 여행·항공, 외식업·프랜차이즈, 문화·예술로 분류해 각 산업의 피해규모와 중소기업들이 마주한 상황, 정부 지원책에 대한 반응 등을 세 편에 나눠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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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지영·이하은·엄도현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후폭풍은 이제 막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산업 일선에서 체감하는 타격은 코로나가 정점에 치달았을 때 이상으로 악화됐다. 급격히 줄어든 실적에 기업들은 도산 위기에 빠졌고 산업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여행·항공업의 경우 모든 업무가 ‘올스톱’된 상황이라 코로나와 무관하게 피해가 연일 누적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해외의 상황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은 여행·항공업의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해외로 나설 수 없으니 여행·관광업계의 업무 정상화는 아직 요원하다. 현재 항공사들은 규모를 막론하고 하나둘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으며 여행사들은 사실상 휴업에 돌입상 상태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의 줄도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행·항공업계 종사자 수는 80만명을 넘는다. 4인 가족 기준, 이들이 부양하는 가족까지 합치면 총 320만명이 생계가 위태로워지는 셈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 이상이다. 산업이 붕괴될 경우 경제적 타격은 물론 일자리 문제 심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부랴부랴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위기를 극복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선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꽁꽁 묶인 하늘길… 항공업계 조 단위 손실 불가피
코로나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면서 하늘길이 막힌 가운데 항공업계의 피해는 연일 커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조사처)가 2일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항공산업 지원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3월 셋째 주 기준 국제선 여객이 전년 대비 93.5% 가량 줄었다. 동시에 인천공항 이용 고객 수도 지난해의 10분의 1 이하 규모로 감소했다.
여객의 감소는 곧 항공사들의 매출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조사처는 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상반기에만 최소 6조3000억원 규모의 매출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항공사들이 도산하고 국제항공 네트워크가 붕괴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항공업계가 그야말로 고사(枯死) 위기에 처한 셈이다.
항공산업의 위기는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발생 전 한국경제에서 항공산업의 기여도는 약 476억달러(59조원)였다. 지난해 기준으로 GDP의 3.4%에 달하는 규모다.
일자리 기여도도 상당하다. 관련업계에선 항공업에 직접적으로 종사하고 있는 인원만 2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상조업, 관광업, 서비스업, 면세업 등 연관 산업까지 합치면 그 수는 84만명까지 확대된다. 항공산업의 붕괴는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은 물론 일자리 문제까지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IATA는 우한코로나 사태로 항공 산업이 무너질 경우 국내에서만 1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GDP는 11조원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마저도 사태가 예상 시일 내에 마무리될 경우며 만약 장기활 경우 피해는 더욱 누적될 것으로 분석된다.
무너지는 항공산업에 여행·관광산업도 도미노 위기… 정부 뜬구름 대책에 한숨만 푹푹
코로나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여행·관광산업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여행·관광산업은 코로나 사태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했다. 국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날 당시 해외 주요국은 한국인 입국제한을 내걸었다. 이후 국내 상황이 진정되자 해외에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며 코로나는 팬데믹 상황으로 전개됐다. 여행·관광에 나서는 이들은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여행·관광업은 일감 자체가 사라졌다.
코로나 사태로 여행·관광산업 자체가 ‘올스톱’ 됐고 결국 관련 기업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현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여행·관광업계는 현재 모든 업무가 ‘올스톱’ 된 상황이며 매출이 제로에 가깝다”며 “피해 규모는 따로 계산하는 의미가 없을 정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월초까지만 해도 예약했던 관광 상품을 취소하는 고객이라도 있어 업무랄 것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예 그런 것도 없다”며 “여행사들은 문을 닫았고 직원들은 기약 없는 휴직을 이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 특성상 코로나 사태가 해소되고 불안감까지 완전히 종식돼야 하기 때문에 정상화까진 최소 반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실적 제로 상태로 상반기를 버텨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기업들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하지만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으로는 위기 극복이 불가능 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일례로 정부는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에 대한 3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과 운수권 및 슬롯 회수 유예, 공항사용료·과징금 납부유예 등을 지원책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항공기 자체가 뜨지 못하는 상황에서 운수권, 공항사용료 납부 유예가 무슨 소용이냐는 게 항공업계의 시각이다.
지원 규모 자체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위기에 처하며 주요국은 대규모 지원책을 내놓았다. 미국은 항공업계 지원을 위해 약 7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프랑스는 60조원, 싱가포르는 16조원 등을 투입하기로 했다. 독일과 일본 등은 상한 없는 무제한적 금융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항공산업의 중요성, 각 국가의 경제규모 등으로 미뤄볼 때 정부의 3000억원 규모 금융지원은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항공업계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해있는데 정부의 지원책은 너무 안타까운 수준이다”며 “업계를 살리기 위해 누구보다 힘써야 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대기업을 향해 지원을 받기 위해선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 현재 항공업계가 처한 위기수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주요국이 항공업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하는 건 항공산업의 중요성과 이 산업이 무너졌을 때 예상되는 피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항공산업은 수많은 산업과 연계돼 있어 무너질 경우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 교수는 “항공산업에서 항공기가 뜨지 못한다는 의미는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공장이 문을 닫는 것과 같다”며 “중소항공사들은 한·일 무역갈등 시점부터 피해가 누적돼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고 대형 항공사들도 수입이 크게 줄어 전에 없던 위기와 마주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사들이 연일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 정부는 보다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적어도 항공사들이 상반기는 버틸 수 있도록 지급보증 등 실효성있는 금융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여행업계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상황이 해소될 시점까지 산업이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대대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관계자는 “현재 여행·관광업계 종사자 수는 약 10만명 규모로 분석되는데 코로나 사태로 이들 대부분이 기약 없는 휴직 상태에 있다”며 “직원들은 물론 기업들도 벌이가 없는 상황인데 고용유지지원금 등 현재 제시된 지원책은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선 여행·관광업계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조차 없다고 보면 된다”며 “적어도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관련 기업들이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대대적인 금융지원에 나서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다”고 덧붙였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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