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는 단어의 의미만 놓고 보면 국민이면 누구나 원하는 사회가 맞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정의와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놓고 국민들이 바라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며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현실은 외면한 채 이상만 추구한 각종 정책으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등에 업은 세력들까지 활개를 치면서 국민들의 삶은 날로 피폐헤지고 있다. 특히 위법, 악영향 등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명분삼아 추진한 정책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다수의 전문가들과 국민들은 지나치게 정의와 공정만 내세운 나머지 현실적인 측면이 배제된 경우가 많다며 지금이라도 정책 기조의 변화와 일부 세력들의 위법·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2020대한민국 정의란 무엇인가’로 선정하고 관련 내용을 3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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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권 여당과 정부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현안을 국민 전체의 뜻이라고 내세우며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공수처 반대 국민 규탄 대회.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조성우 차장|배태용·정동현·이창현 기자] ‘국민들의 민원을 직접 받겠다’는 취지로 개설한 청와대 국민청원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부작용을 다수 지니고 있어서다. 특히 일부 여론을 마치 국민 전체 여론처럼 둔갑시켜 권력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사안을 처리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최근 법안 개정을 완료한 공직수사처비리수사처(공수처)·어린이보호구역 관련법 개정안(민식이법)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당초 이들 사안은 위헌의 소지가 다분해 국민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특히 팽배하게 갈렸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국민청원 동의를 명분 삼아 법안 처리에 박차를 가했고 결국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정부·여당의 이른바 떼법(국민정서법)을 이용한 권력독주 체제의 도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숭고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권력의 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반대여론 극심했던 ‘무소불위 권력’ 공수처… 국민청원 등에 업고 진통 끝 탄생
2017년 장미대선을 통해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국민이 물으면 답한다’는 취지를 앞세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도입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홈페이지에 청원을 등록하고 30일 이내 20만건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가 청원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는 방식을 취했다. 최초 도입 당시만 해도 다양한 국민 여론을 들을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긍정적인 평가는 온데간데없고 부정적 평가만 주를 이뤘다. 지엽적이고 개인적인 청원들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배됐고 특히 한쪽 방향으로 치우친 여론몰이식 게시물도 끊이지 않고 게재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여당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게시물을 마치 국민 전체 여론인 양 부풀려 정치적 목적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부정적인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수처법이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꾸준히 대통령 권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위헌 소지도 다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사안이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되는 공수처장을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설계한 부분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공수처장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대통령이 소속됐거나 소속됐었던 정당의 교섭단체 추천자(2명) △이 외의 교섭단체 추천자(2명) 등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공수처장추천위원회 구성 자체가 대통령 측근 인사가 다수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닌 셈이다.
대통령 권력을 더욱 키우는 법안이라는 비판과 질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해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수처 도입을 서둘러 달라는 의견이 게시됐고 해당 게시물은 약 3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글 게시 이후 집권 여당은 ‘공수처 설치는 국민의 명령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법안 추진을 주장했으며 일부 여당 의원은 공수처 설치를 촉구한다는 시위에도 참여했다.
불과 30만명의 지지를 얻은 사안이 국민 전체의 여론으로 뒤바뀐 셈이다. 정부·여당은 이후에도 줄기차게 같은 주장을 펼치며 사안을 공론화시켰고 결국 공수처 법안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선정돼 지난해 12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거센 저항이 있었으나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국민 전체 여론으로 둔갑한 공수처법 처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현재 많은 국민과 전문가는 국민 눈속임과 법안 날치기 처리 등으로 처리된 공수처법안에 대해 여전히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특히 당초 지적돼 온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민 유인혜 씨(40대·가명)는 “공수처장추천위원회 자체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 개혁을 운운하며 통과시켜 충격을 받았다. 독재체제가 성립되는 시초는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떼법 및 숫자 논리로 통과된 공수처가 악용될 경우 권력 독주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옥남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은 “법안만 보면 총선 결과에 따라 공수처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며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향후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나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이 반대하면 공수처장을 함부로 임명할 수 없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며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추천 몫은 1명 많게는 2명에 불과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까지 통과돼 여당과 정치적 성향이 같은 정당의 추천위원이 투입된다면 6명이 모두 대통령 편에 서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이들 안전 공감하지만 선량한 국민 범죄자 만드는 민식이법 “국민 전체 여론 맞나”
‘민식이법’이라 불리는 어린이보호구역 관련법 개정안 역시 논란이 많았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을 앞세워 졸속으로 추진한 선심성 법이라는 평가에 직면한 상황이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따서 붙인 법안으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과속단속 카메라·과속방지턱·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법(특가법)’을 담고 있다.
규정 속도인 시속 30㎞를 초과하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사망하면 최대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상해의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민식이법은 강 의원이 개정법안을 처음 발의했던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법안 개정을 호소하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변곡점을 맞이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 청원글에 40만명 이상이 동의했고 집권여당은 해당 법안이 국민의 뜻이고 법안 개정을 막는 제1야당은 어린이의 안전을 외면한다고 매도하며 결국 법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문 대통령도 민식이법을 직접 언급하며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줄 것을 당부했다. 결국 민식이법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민식이법이 통과 당시부터 시행되는 현재까지도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규정속도를 준수하고 운행했지만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린이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운전자가 억울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며 한 청원 게시물의 경우 동의자 수가 26만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일반 시민들, 특히 운전을 하는 시민들의 경우 민식이법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법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시민 손명진 씨(30·가명)는 “민식이법 등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실제 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봤었다”며 “당시 유가족은 사고 차량이 30㎞ 이상 속도를 냈다고 주장했지만 감식결과 해당 차량은 규정 속도를 지켰고 고(故) 김민식 군이 차량을 뛰어드는 장면은 완전한 사각지대였다. 어떤 운전자가 이를 피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집권 여당 의원들은 단순히 표심을 챙긴다는 생각밖에 없었는지 앞뒤는 전혀 따지지 않고 법안 추진을 위해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했었다”며 “당시 민식이법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조금이라도 보이면 ‘사람이 아니다’는 등 이상한 눈초리를 경험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택시기사 김철훈 씨(54)는 “민식이법이 시행된 다음 어린이보호구역으로는 그냥 가지 않으려고 한다. 적어도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이에 일부 지역은 다른 지역의 교통 정체로 이어지게끔 만드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리 생각해도 민식이법을 발의한 국회의원과 이를 추진한 여당의원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아이가 죽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법을 개정하는 데 정확한 전후 상황과 부작용도 파악하지 않고 청원 글과 유가족의 말만 듣고 추진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법률 전문가들은 민식이법이 형벌 비례성의 원칙에 반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수재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 교수는 “고의 살인죄가 5년 이상이고 과실치사죄가 2년 이하의 금고형인 점을 고려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는 민식이법의 사망사고 시 형량은 상당히 높다”며 “법률전문가라면 누가 봐도 법률의 균형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식이법에 규정된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은 강도죄보다 강한 형량으로 형벌의 비례성 원칙에 비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4월 개학 후 어린이 보호구역 내 운행이 많은 학부형이나 교사가 민식이법에 의한 가중 처벌을 받을 첫 대상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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