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눈치보기 바쁜 한전의 아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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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17 00:02:39

지난해 적자 늪에 허덕이던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올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1조2392억원)보다 1조원 넘게 흑자폭이 늘어나면서 3분기 연결기준 2조33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전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국제 유가 하락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전은 실적 발표를 하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그간 한전의 적자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전은 실적 발표 보도자료에서 “원전 가동은 지난해 유사한 수준이나 저유가에 따른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감소 효과가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며 “2018년, 2019년 한전 적자는 저유가로 인한 것이며 일각에서 ‘정부가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원전가동을 줄인 것이 한전 적자의 원인’이라고 한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옹호한 것이다.

한전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한전 실적이 원전이용률보단 국제 연료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한전 영업이익과 두바이유가가 반비례 관계라는 내용의 그래프를 보여줬다. 그래프엔 한전이 적자를 기록한 2018년, 2019년 두바이유가가 각각 70달러, 64달러였고, 8000억원 흑자로 돌아선 올해 상반기엔 두바이유가가 41달러였다.

한전 영업비용의 60% 내외를 차지하는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국제 유가에 주로 비례하는 만큼 앞서 한전이 적자를 기록햇던 2018년과 2019년은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국제유가가 올랐기 때문이라는 게 한전의 주장이다. 그러나 한전의 주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옹호하기 위한 억지주장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전은 2013년과 2014년 영업이익으로 각각 1.5조원, 5.8조원을 기록했는데, 당시 두바이유가는 배럴당 105달러, 97달러였다. 지난해 1.3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을 당시보다 유가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40% 가까이 비쌌는데도 조단위 흑자를 냈다. 당시 원전이용률을 살펴보면 탈원전 영향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다. 2014년과 2015년의 원전이용률은 각각 85.4%, 85.9%로 90%에 근접했다. 반면 적자를 냈던 2018년과 2019년 한전의 원전이용률은 각각 65.9%, 70.6%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옹호하는 한전의 주장이 역설적으로 원전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국제 유가 하락이라는 호재를 맞은 상황에서 탈원전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한전은 지금보다 나은 대규모 흑자를 냈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사실을 한전이라고 모를 리 없다.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해도 한전은 원전이용률이 대폭 상승하면서 발전 자회사 연료비와 민간구입비 등이 감소했다며 원전가동률 높아질수록 한전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식의 한전 주장을 국민들은 얼마나 신뢰할 지 의문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한전의 수장을 맡고 있는 김종갑 사장의 태도다. 임기 초까지만 해도 전기요금 특례할인 폐지 등을 주장하며 정부에 맞서 한전의 경영정상화에 목소리를 냈던 김종갑 사장은 임기만료가 다가올수록 정부 눈치보기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한전의 진정한 주인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닌지 돌이켜 볼 일이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