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 사전청약 등에도 주택가격이 치솟자 정부는 오피스텔 및 도시형생활주택(이하 도생주) 면적 완화를 통해 시장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오피스텔과 도생주의 면적을 넓히면 아파트 수요가 흡수돼 현재의 시장 수급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 조치로 인해 기존 오피스텔·도생주의 소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무분별한 땜질처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특히 기존 오피스텔·도생주 소유주들은 시세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조치는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대규모 공급에도 안 잡히는 집값…넓은 오피스텔 만들어 잡겠다는 정부
최근 정부는 대규모 공급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자 그동안 막아왔던 민간 주택 개발사업 장려와 함께 오피스텔 및 도생주의 면적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아파트 보다 비교적 절차가 간단하고 사업 속도가 빠른 대체 주택의 공급을 확대해 아파트 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피스텔 전용면적 85㎡ 초과 평형에 적용되던 바닥난방 금지 규제를 일부 완화해 전용 120㎡까지 허용키로 했다. 도생주 중 원룸형에 적용되던 ‘전용 50㎡ 이하’ 면적 규제를 60㎡로 넓혔다. 기존에는 방을 1개만 만들 수 있었지만 방을 3개까지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금·세제 지원도 확대된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오피스텔·도생주 집중 공급을 위해 민간 건설사 등에 대한 주택도시 기금 건설자금 융자 한도가 현행 대비 약 40%까지 상향된다. 대출 금리도 현행 대비 1%포인트 인하된다.
오피스텔 시행 사업자의 취득세도 완화된다. 현재는 민간 사업자(법인)가 과밀억제권역 내에서 오피스텔을 새로 짓는 경우 취득세가 중과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내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매입약정을 통해 공공임대로 공급하기로 한 경우는 취득세 중과가 배제된다.
부동산업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앞으로 오피스텔·도생주 사업에 진출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금융 지원을 대폭 늘리는 안을 담고 있는 만큼 오피스텔·도생주 사업에 진출하는 신규 사업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적완화 등으로 수요층이 넓어져 사업 안정성이 높아진만큼 자본금이 많지 않은 중소 시행사들도 대거 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기존 오피스텔·도생주 소외 가능성 대두…뜬금없는 땜질정책에 서민들 또 좌절
앞으로 넓은 면적의 오피스텔, 도생주 공급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자 기존 오피스텔·도생주 소유주들 사이에선 정부 조치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에 예상치 못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면적이 크고 각종 세금혜택에 의한 원가 감소로 가격까지 저렴한 매물이 등장할 경우 기존 오피스텔·도생주들의 시세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도시형생활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정이서(가명) 씨는 “지난해 살고 있던 월세방의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이후 새집을 구하다 지금 거주 중인 집을 마련했다”며 “아파트는 전세나 매입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도생주를 매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 나같이 아파트를 구하지 못해서 오피스텔이나 도생주를 매입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닐 텐데 갑자기 인센티브를 주면 기존 주택은 어쩌란 소리냐”며 “안 그래도 거래도 잘 이뤄지지 않는데 아파트 시세 잡겠다고 도생주를 마구 양산해버리면 기존 소유주들은 죽으란 소리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광진구 구의동 소재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는 권현(가명) 씨는 “이렇게 막무가내로 오피스텔 면적 규제를 완화하면 기존 오피스텔을 보유한 사람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 제멋대로 주택 정책 실험을 하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만 더욱 커질 것이다”고 비판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오피스텔·도생주에 대한 혜택을 부여한다 해도 아파트 시세 하락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는 점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전청약, 개발 택지지구 발표 등에도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는 이유는 당장 입주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며 “정부도 이를 의식하다보니 아파트에 비해 빠르게 공급되고 평형대도 넓은 오피스텔, 도생주를 공급해 들끓는 집값을 잠재우려는 것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오피스텔·도생주의 경우 전용률 계산법 자체가 아파트와 다른 데다 높은 관리비, 감가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해 기존 아파트 수요를 완전히 흡수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자칫하면 기존 오피스텔·도생주 가격만 떨어뜨리고 원하는 정책 효과는 얻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집값이 폭등하자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하는 정부가 공급 부족을 방점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수치상으로 뭔가를 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사업 기간이 오래 걸리는 아파트를 바로 공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상황이 이렇다보니까 도생주에 대한 한시적 규제 완화를 통해서라도 숫자를 늘리려 하는 땜질식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대선 등에 대한 부담 등도 있는 상황인 만큼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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