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엔 6일간의 긴 연휴를 가졌다. 바쁜 일상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꿀맛 같은 재충전의 시간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휴식의 이면에 가려진 민심의 동향을 보면 지나칠 정도로 흉흉하고 냉랭하지 않았나 싶다. 명절에 대한 설렘과 따뜻함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에서 삶에 대한 연민과 회한까지 느껴진다.
이번에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부턴가 우리 내부가 완전히 두 개의 진영으로 확연하게 갈라져 있음이다. 그 분열의 괴리가 깊고 넓어 좀처럼 봉합되기 어려울 정도로 극단의 끝에서 상대를 재단하고 있는 듯하다. 세상을 진단하고,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에서 원천적으로 서로 다른 솔루션을 갖고 있다. 어떤 인연의 끈보다 진영 내의 결속을 더 중시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가장 역겹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현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같은 말이 있다. 나라 상황이 최악이고,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는 길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마치 짠 듯 일사불란하여 놀랍기만 하다. 그들은 전(前) 정권 시절로 회귀하기를 희망한다.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 무리와 덜 가진 무리로 구분하여 전자에겐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후자에겐 더 많이 퍼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불평등한 분배구조를 시정할 수 있고,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맹신을 한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보유세율 확대, 최저임금 인상, 무상 복지 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나라가 거덜 나는 것은 관심 밖이며, 시장경제가 왜곡되더라도 정부의 강한 개입을 원한다. 나라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그들의 숨겨진 속내다.
반면 이와 반대 진영에 속한 무리는 현재의 정권에 대해 최선은 아니지만 그나마 후퇴하고 있는 나라를 정상적으로 유턴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권 교체가 되지 않아 역주행을 계속했더라면 나라가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다행스러워한다.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큰 그림에서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는 데에 그리 인색하지 않다. 다만 보여주기식 전시 행정이 여전하고, 인사 기용에서 미숙함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지난 정권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면서 같은 진영에 속하는 사람들의 동조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성과가 미흡하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처럼 양 진영의 속셈이 극명하게 달라 물과 기름 같이 겉돌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압축 성장의 결과물이다. 지난 60여 년간 가난에서 벗어나 잘살아 보려고 발버둥을 쳤다.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 무시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다 보니 빈부 격차가 발생하고 그늘진 소외 계층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개발도상국이 공통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며, 성숙한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갈등의 불씨가 줄어들게 된다. 심지어 오래된 선진국까지 성장 엔진이 식고 경제가 정체하면 다시 격차가 벌어지면서 자중지란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심심찮게 목격된다. 한편으론 국가가 상당 부분을 주도하면서 민간 주도 경제로의 이양을 지체시키면서 정치와 정부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진영을 가르는 부작용을 일으키게 한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이런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편을 나누어 스크럼을 짜고 정치판을 수시로 갈아치우는 국가가 허다하다. 바꾸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착각과 공상이 국가를 퇴행시키고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남미 대륙 국가들이다. 최근 유럽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견된다. 한때 골칫덩어리였던 그리스가 시장친화적 개혁을 통해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유럽 경제의 성장 견인차인 독일이 오히려 병자로 전락하고 있다. 16년 만에 중도좌파 연립정부가 들어섰지만 연이은 경제 정책 실패로 올해 마이너스 0.6%라는 역성장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선택에 따라 국가의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는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세상을 뒤집어 가진 자에게 더 많은 부담을 주고 덜 가진 자에 더 많이 베푸는 발상은 둘 다 같이 죽자는 물귀신 해법이다. 요즘 세태를 보면 역으로 덜 가졌다는 무리의 씀씀이가 전혀 작지 않다. 어차피 헝클어진 세상에 버는 족족 쓰면서 진영 싸움에 끼어들어 약자라고 목청을 높인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풍요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결정체이다. 경제적으로 정상에 도달하지 않았고,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
대한민국호(號)가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미래 세대가 지금 세대보다 더 풍족하고 더 자랑스러운 국가에서 살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연휴로 며칠 멈춘 사이에도 세계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다시 엔진을 가동하고 경쟁 최전선에서 뛰어들어야 한다. 갈라진 민심이 당장 합쳐지지는 않겠지만 중간 지대에 있는 무리가 동조할 수 있는 그런 비전을 만들어내야 한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