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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경제에서 인체의 피와 같은 존재다. 금융이 잠시 멈춘다면 그 혼란과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클 수밖에 없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은행이 노조 파업으로 멈출 수 있다는 우려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26일 주 4.5일제 전면 도입을 핵심 요구로 총파업에 나선다. 그러나 임금 삭감 논의 없이 근로 시간만 줄이겠다는 요구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노조는 ‘저출생·돌봄 위기 해소’를 내세우지만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유연근무제 확대, 보육 인프라 강화 같은 현실적 대안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다.
더구나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의 파업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2024년 시중·특수·지방은행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약 1억1200만 원으로, 전 산업 평균(5338만 원)의 두 배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는 시간당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수당·퇴직급여 부담도 늘어날 수 있어 심한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업계는 이럴 경우 신규 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신규 채용 규모는 2023년 대비 35% 감소했고, 점포도 1년 반 사이 177곳이 줄었다. 파업으로 영업 공백이 상수화된다면 청년 일자리와 지역 금융 접근성이 추가로 악화될 게 불 보듯 훤하다.
노조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조는 장시간 노동이 육아·가사와 양립을 어렵게 만든다며 저출생 대응 차원에서 주 4.5일제를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보고서에서 “육아휴직 확대, 유연근무제 활성화, 보육 인프라 확충이 저출생 대응에 더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과학적 분석 자료를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근로 시간 총량을 획일적으로 줄이는 방식보다는 가족친화제도를 촘촘히 설계하고 실제 사용률을 높이는 정책이 더 실효적이라는 반론이다.
노조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쉽게 번 돈으로 높은 연봉을 받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배부른 투쟁’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알아챘다면 파업 운운 할 수 없을 것이다.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약 10조32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9조3456억 원)보다 9798억원(10.5%) 불어났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함께 늘면서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이뤘다고는 하나, 은행이 이자 장사에 몰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시중금리 하락기에 가계부채와 집값 문제 등을 내세워 대출금리 인상을 주도했던 게 은행들이다. 은행은 이자만 따먹는 영업 행태를 버리고, 금융자본의 건강성 회복 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
국내 은행들은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워 왔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은 이자로만 무려 42조 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냈다. 삼성전자의 작년 영업이익(32조7000억 원)보다 9조 원 이상 많다.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이 웃는 사이 내수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팍팍해진 가계 살림으로 1분기 개인 신용카드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고치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약 8년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노멘클라투라, 곧 귀족노조로서 금융노조는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전면 도입이라는 과도한 주장을 접어야 한다. 은행은 서비스업인데 영업시간을 줄여 고객 불편을 감수하는 방식이 맞느냐는 국민의 회의적 시각을 직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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