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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이라는 말은 정부가 발표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안팎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장바구니를 들du다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체감 물가는 통계의 숫자보다 훨씬 가파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0월 2일 기준 쌀(20kg) 가격은 6만8435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2% 올랐다. 평년과 비교해도 25.0%, 전달 대비로는 12.9%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20kg당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6만 원 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비로 인한 수확 지연과 재고 소진, 정부의 매입 물량 축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수확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26만톤의 쌀을 매입했지만, 올해 들어 공급이 줄면서 유통업체 재고가 빠르게 바닥을 드러냈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도 쌀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9% 상승했다.
반면 배추(1포기)는 6265원으로 전년 대비 29.9%, 평년 대비 20.8% 낮았다. 추석 이전부터 낮은 시세가 이어지며 일시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반된 흐름은 농산물 시장의 특수성과 계절적 변동성, 그리고 정책의 예측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특정 품목의 급등이 평균 지수를 끌어올리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필수품 가격의 변화를 직접 체감한다. ‘물가 안정’이라는 수치는 장바구니 속 쌀 한 포대, 채소 한 포기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높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2024년 생활물가 상승률은 2.7%로 전체 물가상승률(2.3%)보다 높았다. 식품·외식·서비스 부문 가격이 계속 오르며 체감 부담을 키웠다. 정부는 “물가 흐름은 안정적”이라지만, 밥상 위 현실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내수 둔화로 수요 압력이 약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지만, 공급 요인에 따른 체감 물가 급등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문제는 정책이 이 괴리를 충분히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지수(CPI), 근원물가 등 거시지표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한다. 그러나 서민의 일상은 평균값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공식 통계가 완만하게 움직이는 동안, 실제 시장 가격은 계절 요인·재고 상황·유통 마진에 따라 빠르게 변한다. 정책이 통계만 바라보면 ‘생활 물가의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
이 간극은 단순한 수치의 차이가 아니다. 정부의 신뢰와 직결된다. 국민은 “뉴스에서는 안정이라는데, 왜 장을 볼 때마다 더 비싸지나”라는 불신을 쌓는다. 이렇게 쌓인 체감 괴리는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가계는 불안한 가격에 지갑을 닫고, 기업은 내수 부진을 호소한다.
물가는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다. 통계의 그래프가 아니라 식탁 위 한 끼로 증명된다. ‘물가 안정’은 지표가 아니라 체감에서 시작된다. 정부의 정책이 생활 물가의 그림자를 읽지 못한다면, 민심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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