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속도에 자산가 몰린다… 압구정 100억 시대, ‘부의 심장’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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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노후 단지 신고가… 재건축 본격화 ‘평당 3억’ 현실권 진입
대출 규제에도 버티는 초고가 시장, 실거주형 슈퍼리치 수요 견인
“압구정은 시장이 아니라 구조”… 자산 재편의 심장으로 부상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10-12 17:06:26

서울 강남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고 초고가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압구정을 중심으로 한 ‘슈퍼리치 벨트’가 활기를 되찾았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입주 40년을 훌쩍 넘긴 노후 단지들이 최근 연속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한강변의 압구정은 다시 한 번 ‘부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압구정 재건축 지구 내에서 100억 원 이상 거래된 사례가 눈에 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압구정 2구역(신현대 9·11·12차)이다.

이 지역은 지난달 시공사로 현대건설이 최종 선정되며, 6개 구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3·4·5구역도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절차를 밟으며 잇달아 재건축에 착수했다. 신현대 11차 전용 183㎡는 6월 112억5000만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갈아치웠고, 현대 2차 전용 196㎡는 같은 달 127억 원에 실거래됐다.

▲ 12일 오후 기준 서울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 9,11,12차 아파트 매매가. 네이버 부동산 캡처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는 1차~14차까지 총 82개 동, 약 5600세대로 1976~1987년 준공됐다. 노후화가 심하지만 한강변 입지와 재건축 기대감으로 평당 1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일부 단지(현대 1차, 신현대 12차 등)는 70억~94억 원대 거래로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압구정 2구역(신현대 9·11·12차, 1924가구)은 올해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해 지상 65층, 약 1570가구 규모로 재건축이 추진된다. 3구역(현대 1~7차 등, 약 3900가구) 역시 속도를 내고 있으며, 최고 70층 이상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평당 3억 원, 즉 30평 100억 원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 7차 전용 245㎡는 최근 165억 원에 약정돼 실거래로 신고될 경우 단지 내 최고가를 새로 쓰게 된다. ‘평당 3억 원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대출 규제에도 꺾이지 않는 초고가 시장

6월 정부의 ‘6·27 대출 규제’로 서울 주택시장이 잠시 관망세에 들어갔지만, 강남 핵심 지역은 곧바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압구정은 투기 수요보다 실거주형 자산가 중심의 시장이다. 대출 규제가 강화돼도 수요층의 자금력이 워낙 탄탄해 가격 하락 압박이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로 현대 6차 전용 196㎡의 호가가 115억 원을 넘어섰다. 직전 실거래가(103억 원)보다 10억 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와 정부 모두 강남 핵심지의 공급을 줄이긴 어렵다”며 “재건축 이후 신축으로 거주를 옮기려는 자산가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언론인터뷰에서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를 ‘부촌 프리미엄의 역설’이라 부른다. 가격이 높을수록 거래가 줄어드는 일반 시장과 달리, 최상급지는 오히려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는 구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치보다는 지역의 사회적 상징성이 거래를 견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압구정은 입지·브랜드·상징성 면에서 반포보다 한 단계 위급”이라며, “‘부자 동네의 주소’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신분 자산으로 기능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급증하는 초고액 자산가가 있다. 현대차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총자산 10억 원 이상 부자는 2018년 29만 명에서 2023년 42만 명으로 늘었다. 자산 100억 원 이상은 2만9000명, 300억 원 이상은 1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다주택 규제 이후 여러 채를 나누는 대신 ‘최상급 단 한 채’에 집중하는 ‘똘똘한 한 채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압구정은 그 흐름의 정점이다. 한강 조망, 교통망, 상징적 브랜드, 그리고 무엇보다 ‘강남 안의 강남’이라는 인식이 결합된 곳이다. ‘압구정 현대’라는 이름은 이미 한국 주택시장에서 하나의 브랜드 지표로 기능한다.

실거주자들은 압구정 재건축을 단순한 부동산 호황으로 보지 않는다. 강남구 대단지 아파트 소유자 A씨는 본지에 “압구정은 한국 부동산 시장의 상징 자산이며, 재건축은 곧 자산 구조 재편의 과정”이라며 “고강도 대책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투자 수요가 아닌, 거주형 자산가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남 핵심 재건축이 곧 도시의 자본 흐름을 재편하는 역할을 한다”며 “입지와 조망 교통까지 탁월한데다 강남 압구정이라는 부촌의 상징까지 갖춘 진정한 부의 대명사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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