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서울의 평균 최고온도는 34.34도였다. 이는 ‘최악의 더위’로 기록됐던 1994년보다 1.74도 높은 수치다. 폭염의 기준이 낮 최고기온 33도인 것을 감안하면 한 달 내내 폭염이 계속됐던 것이다. 특히 7월 중순께부터 더위가 이어졌기 때문에 향후 수년간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될 2016년의 여름이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더욱 짜증냈던 것은 그 더위 속에서도 전기료 걱정으로 에어컨을 제대로 켜지 못한 이유가 컸다. 일부는 일단 전기료에 대한 걱정을 밀어둔 채 에어컨을 켰지만 고지서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격렬하게 논란이 돼 온 전기료 누진제 때문이었다. 최저·최고 등급 간 11.7배의 기본요금이 적용되고 사용량에 따라 최대 40배를 웃도는 차이를 보이는 전기요금체계는 국민적 원성을 샀고 한국전력공사는 그 원성의 대상이 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발전자회사들로부터 사들이는 전력거래는 ‘국민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한국은 결국 무소불위 에너지 독재가 전횡을 부리고 있는 나라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복수 또는 다수의 한전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일이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결국 어제(5일)는 한전을 상대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부당하게 징수된 전기요금을 돌려달라며 시민들이 소송을 걸기에 이르렀다. 이런 한전이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알맹이 없는 겉치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민영화를 하려면 복수 또는 다수의 전기유통 사업자를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한전을 향한 소송과 민영화 논란 등을 둘러 싼 각계의 반응 등을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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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전국전력공사(사진·서울지역본부)의 누진제가 ‘부당이익’이라며 소송에 나선 시민들의 수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올 여름을 기점으로 소송에 참여하는 인원들이 대폭 늘었다. 일각에서는 공기업인 한전이 국민감정을 거스르면서까지 누진제를 고수하는 배경에는 독점공급으로 인한 막대한 수익창출 기회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과욕때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스카이데일리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누진제가 부당하다며 시민들이 소를 제기했다. 폭염은 끝났지만 누진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한전의 민영화 전환 노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감지됐다.
지난달 한전은 미국 콜로라도 주 소재 ‘알리모사 솔라 파워플랜트’를 인수한 바 있다. 한전이 해외사업에 나선지 21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해당 인수를 두고 민영화 수순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해당 발전소는 30만MW급이다. 발전소 중에서 소형발전소에 속한다. 국내 연기금 공동투자펀드와 50%씩 총 3400만달러를 투자한 한전은 이곳에서 오는 2042년까지 2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연평균 1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 58조957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한전 입장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번 미국 진출이 민영화 수순을 밟고 있는 한전이 글로벌 최대 전력시장인 미국의 에너지 시장경제를 답습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민영화가 당장 급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에너지 수급상황을 제대로 답습했으면 한다는 반응도 있다. 각 주별로 수십여 개의 전기공급사가 있는 미국은 각기 다른 요금제를 바탕으로 모객활동을 펼치는 곳이다.
일부 누진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최대 1.1배차이다. 11.6배 차이의 우리나라와 사정과 딴판인 셈이다. 완전경쟁체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는 구조다.
▲ 자료: 법무법인 인강 ⓒ스카이데일리
시민 5368명 소 “누진제 부당취득 1인당 50만원 돌려달라”…노무현 前대통령 사위 앞장
시민 5368명이 한전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누진제 등으로 부당하게 청구·징수된 전기요금을 반환하라는 내용이다. 이들의 법정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인강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장을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
이들은 1인당 50만원의 반환을 요구했다. 총 26억8400만원이다. 시민들은 “한전이 주택용 전력에 불공정한 요금체계를 적용해 부당하게 전기요금을 징수했다”며 “누진제가 무효임을 (법정에서) 확인하고 지금까지 징수된 차액을 반환받고자 한다”며 소를 제기했다.
50만원 기준은 시민들 자체적으로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별한 기준이 없는 상징적인 금액인 셈이다. 누진제에 대한 소장접수는 이번이 여덟 번째다. 지난 2014년 8월 21명이 첫 소를 제기한 이래 이번이 8차다. 7차까지 누적 소 제기 인원이 616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급격히 늘어났다.
▲ 곽상언 변호사 [사진=뉴시스]
소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 가구를 대표한다는 취지 아래 가구 당 1명씩만 참여했다. 한전이 독점적으로 전국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패소시 전 가정에 누진제 이득 분 환불이 실시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 수는 약 2100만 가구다. 이를 8차 소송 원고 측이 청구한 금액 50만원에 대입하면 한전 측이 패소 시 지불해야 할 금액은 10조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제 환불사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제 소를 제기했던 인원들 역시 금액보다 잘못된 정책에 대한 지적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오는 22일 판결을 앞둔 1차 소송인원 21명은 최초 청구금액 60만원을 10원으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소송을 주도한 법무법인 인강 곽상언 변호사는 “추후 전기 납부액에 따라 청구금액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주 중에도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며 1000명 단위로 한전의 부당한 전기요금 징수를 지적할 계획이다”고 언급했다.
“단순 민영화 능사 아냐”…100% 발전 자회사들 통한 단독공급 받아 유통 ‘無경쟁’
한전을 향한 국민적 불만이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한전의 독점적 전기 공급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100% 지분을 보유한 6개 발전자회사가 판매하는 전기를 전력거래소를 통해 구매한다. 구매된 전기는 누진제가 적용돼 문제가 된 전국 가정을 비롯해 산업현장 등에 공급된다.
전력 생산자들을 완전 자회사로 두고 사들여 공급하는 사실상 무늬만 ‘전력 유통사’인 셈이다. 강력한 판매·유통 독점권을 통해 한전은 국내 3위 기업집단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지난 4월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계열사 수는 27개, 자산총액 208조3000억원 등을 기록했다. 자산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12조원 상승한 수치며 기업집단 전체 매출액은 94조7400억원이었으며 순이익은 14조6530억원이었다.
정부는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열고 한전이 그간 독점해 온 전력 소매판매를 민간에 개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남동발전·한국수력원자력 등 8개 에너지 공공기관을 주식시장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만으로 한전의 독점적 지위가 쉽게 깨지진 못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결국 경쟁력 있는 거대 전력 공급사가 또 나오거나 아니면 다수의 전기유통사를 전면 허용할 필요성에 대한 방안이 제기됐다. 독점 지위가 경쟁체제로 개편돼야 누진제 같은 가히 폭력적인 가격체계가 사라지고 아울러 자연스러운 가격경쟁이 유도된다는 이유에서다.
한전 부당이익 반환청구에 참여했다는 한 시민은 “한전은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적다고 항시 주장하지만 실제 부과되는 전기요금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상황이다”며 “결국 한전의 독점 지배력이 낳은 폐단으로 인해 전 가정에서 피해를 봤던 셈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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